코인 투자 10년차…조상혁 불개미 크립토 운영자
500여명 후원 업고 국회 앞 1인 시위 중
“세금보다 제도 먼저”…2년 유예·과세체계 재설계 촉구
조상혁 불개미 크립토 운영자는 2026년 국정감사 기간 국회 앞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희 기자
“세금 내라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내라는 겁니까.”
10년 가까이 가상자산 시장에 몸담아 온 조상혁(30) 불개미 크립토 운영자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다.
해외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국내 진출을 돕고, 3만여명이 구독하는 가상자산 커뮤니티까지 운영하지만 정작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과세 제도는 그에게도 막막하다.
최근 국회 앞에서 데일리안과 만난 조 씨는 “회사에서 세무법인과 회계법인도 따로 쓰는데 그분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도 모르는데 일반 코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12일부터 국회 앞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촉구하는 LED 트럭을 운영하고 직접 피켓을 들었다.
거리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상혁 씨는 “2년 전에는 다른 인플루언서들도 함께했는데 올해는 저밖에 없다”며 “다른 사람들이 나서지 않으니 혼자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0년 가까이 가상자산 시장과 함께해 온 경험이 현장으로 그를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모은 약 23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한 그는 한때 투자금을 1200만원까지 불렸지만, 불과 며칠 만에 300만원으로 줄어드는 경험을 했다.
큰 손실에도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았다. 오히려 공부한 내용을 친구들과 공유하기 시작했고, 이는 현재 구독자 3만여명의 ‘불개미 크립토’ 커뮤니티로 이어졌다.
그는 “누구나 열심히 하고 성과를 내면 보상받을 수 있는 열린 시장이라는 점이 좋았다”며 “지금도 재미있고 좋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과 부침을 직접 겪어온 그는 투자자의 실제 손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과세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꼽은 것이 손실 이월공제의 부재다.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커 한 해 손실을 보고 다음 해 수익을 내는 경우가 있지만, 현행 과세 체계에서는 과거 연도의 손실을 다음 연도 소득에서 공제할 수 없다.
조 씨는 “투자자는 겨우 원금을 회복했다고 생각하는데 과세연도에 발생한 이익에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조상혁 불개미 크립토 운영자는 2026년 국정감사 기간 국회 앞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희 기자
취득가액을 입증하는 문제도 있다.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 탈중앙화거래소 등을 오간 투자자는 과거 매수 기록을 확보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해외 거래소가 폐업해 매수 기록이 사라진 투자자도 있다”며 “기록을 입증하지 못하면 세금을 더 내야 하느냐고 묻는데 저도 답을 드릴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조상혁 씨는 과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준비 기간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더라도 투자자들이 이해하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세금을 내라는 것보다 어떻게 내야 하는 지부터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과세를 시행하면 국내 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해외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국내 진출을 돕는 그는 “예전에는 한국 시장을 찾는 해외 프로젝트가 많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투자자들까지 해외 거래소로 이동하면 국내 시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우려에 공감하는 투자자들도 시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조 씨는 지난달 22일부터 시작한 시위 후원에 인터뷰 당시 512명이 참여했고 밝혔다.
모금액은 약 4000만~5000만원으로, LED 트럭 운영 등에 사용하고 있다. 서울역에서는 커뮤니티 회원 한 명이 자발적으로 1인 시위에 나섰다.
그는 “직접 시위에 참여하거나 국회의원실에 이메일을 보내는 분들도 있다”며 “국회가 결정할 문제인 만큼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 씨가 요구하는 것은 과세를 2년 유예하고 그동안 제도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마련하고 손실 이월공제와 기본공제 확대 등 세법을 손질하는 한편, 투자자들이 거래내역을 토대로 세금을 계산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씨는 “이미 세 차례 유예했지만 규정만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납세자가 손해 보지 않고 세금을 낼 수 있는 도구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감사가 끝난 뒤에도 연말 세법 처리 과정까지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인프라가 갖춰지면 저희도 떳떳하게 세금을 내고 싶다”며 “세금을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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