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업노조, 22일까지 요구안 회신 요청…동행·전삼노 반발
DS 89조 흑자·DX 8000억 적자…보상 격차에 교섭대표성 갈등
지난 7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앞에서 DX중심의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조합원들이 성과급 격차 등에 반발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내년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앞두고 반도체(DS)와 완제품(DX) 부문 간 갈등이 교섭대표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최대 노동조합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가 DS 중심의 독자 교섭 방침을 고수하면서 DX 직원들의 요구를 누가 대변할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반도체 호황과 완제품 사업의 실적 부진으로 부문별 보상 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임금·성과급 협상을 둘러싼 노조 간 이해관계도 첨예해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는 오는 29~30일 정책위원회의를 열고 2027년 단체교섭 요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에 공문을 보내 오는 22일까지 교섭 요구사항을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초기업노조는 오는 12월 진행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자신들이 교섭대표노조로 선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노조의 의견을 미리 수렴해 공정대표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한 내 회신이 없으면 별도 요구안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방침도 전달했다.
그러나 동행노조와 전삼노는 교섭대표노조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초기업노조가 대표 지위를 전제로 요구안을 취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동행노조는 요구안 제출 대신 공동교섭단 구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전삼노 역시 정식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끝난 뒤 확정된 교섭대표노조에 요구안을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갈등의 핵심은 내년도 임금협상에서 DX 부문 직원들의 목소리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대변할 것인지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19일 정오 기준 조합원 수는 5만3335명으로 삼성전자 내 최대 규모다. DX 부문 중심의 동행노조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18일 오후 기준 3만1023명의 조합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삼노 조합원은 최근 언론 보도 기준 약 2만4000명이다. 공개된 인원을 단순 합산하면 초기업노조 비중은 약 49%로 절반에 못 미친다.
다만 실제 교섭대표노조 선정 과정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에 참여하는 노조와 조합원 수, 중복 가입 여부 등에 따라 법적 과반수노조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동행노조는 앞서 언급했듯 DX 부문에서 높은 조직률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DX 직원의 약 63%가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DX 내부에서는 다수 직원이 동행노조에 가입했지만, 전사 단위 교섭에서는 별도 협상권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는 구조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복수노조 사업장은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조를 정한다. 교섭대표노조는 자신들의 조합원뿐 아니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와 조합원에 대해서도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4는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 간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초기업노조가 DS 중심의 교섭 방침을 유지하면서 전사 교섭대표 지위를 확보할 경우 DX 측 요구사항을 협상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노조 간 교섭 방식에 대한 이견은 지난 8월부터 본격화했다. 초기업노조는 8월 20일 동행노조에 공문을 보내 내년도 임단협에서 공동교섭단을 구성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DS와 DX의 사업 환경과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동일한 교섭 요구안으로 협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동행노조는 DX 직원들의 요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려면 협상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단순히 요구안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부문별 임금과 성과급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충분히 조율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데일리안DB
양측 갈등의 배경에는 DS와 DX 부문 간 극심한 실적 양극화가 자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DS 부문이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반면 DX 부문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DS 부문은 89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면 DX 부문은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냈다. 3분기에도 DX 부문에서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양측의 실적 격차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다만 3분기 사업부별 실적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실적 격차는 성과급을 둘러싼 이해관계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27일 평균 임금 6.2% 인상과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등을 담은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특별경영성과급은 DS 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며, 2026년부터 2028년까지는 DS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이 200조원 이상일 때 지급하도록 했다.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의 40%는 DS 부문 공통으로 배분하고 나머지 60%는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등 사업부별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도록 했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별도로 운영되며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구조다.
당시 DX 부문에도 별도 자사주 보상 방안이 마련됐지만, 반도체 실적 개선에 따라 DS 부문의 추가 보상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DX 직원들 사이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동행노조는 지난 8월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DS와 DX 간 보상 격차 해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올해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의 찬반투표 과정에서도 노조 간 갈등이 나타났다. 동행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DX 측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공동교섭단에서 이탈했고, 이후 공식 합의안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데 반발하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잠정합의안은 투표 참여 조합원 6만2616명 중 4만6142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찬성률은 73.7%였다. 다만 노조별 찬성률은 엇갈렸다. DS 중심의 초기업노조에서는 80.6%가 찬성한 반면, 전삼노의 찬성률은 21.1%에 그쳤다. 동일한 합의안을 놓고도 부문별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랐던 셈이다.
내년도 협상에서도 교섭 참여 방식뿐 아니라 잠정합의안의 의결 절차를 둘러싼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초기업노조는 공동교섭단을 구성하지 않고 최종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도 자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DS 부문에서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를 해당 부문 직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다. 반면 DX 부문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제품 사업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부문별 보상 격차까지 확대되는 데 대한 불만이 제기된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사업부별 실적과 보상에 대한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셈이다.
초기업노조는 오는 29~30일 정책위원회의에서 내년도 교섭 요구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후 12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어느 노조가 교섭대표 지위를 확보하는지에 따라 협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DX 중심 노조들이 공동교섭 요구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교섭대표 선정 이후에도 요구안 반영과 합의안 의결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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