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비 폭등 견디는 국내 농가 외면…‘위험 분산’ 명분에도 논란 가중
배럴당 100달러 수출 호기에 채운 빗장…최고가격제의 구조적 딜레마
숫자 검증 무력화한 정성평가 몰아주기… 미래 세대에 떠넘긴 수조원 빚더미
수입 계란의 손실 보전부터 석유제품 수출 제한, 대형 SOC 사업의 타당성 평가까지 정부 정책의 집행 방식이 논란이다. 물가 안정과 균형발전이라는 목표에 더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재정 부담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정책의 정당성은 선한 의도나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현장에서 작동하는 행정의 정밀함과 재정적 책임성에서 판가름 난다. 아무리 시급한 민생 안정이라 할지라도 시장의 기본 생태계를 거스른 인위적 개입은 더 깊은 시장 왜곡과 재정 누수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국가 재정을 배분하고 지역 균형을 도모하는 제도적 장치 역시 객관적인 검증의 잣대가 무너지는 순간 정치적 이해관계와 선심성 행정의 우회로로 변질된다.
10월 셋째 주 세종 관가에서 쏟아진 정부 설명자료들은 정책 목표와 집행 현실 사이의 깊은 괴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당장 눈앞의 물가를 낮추겠다며 원가의 10분의 1 가격에 내다 판 수입 계란은 국내 생산 기반 붕괴와 막대한 혈세 누수 논란으로 번졌다.
대외 위기 속에서 국내 가격을 억누르려 민간의 정상적인 수출 활로를 옥죈 조치는 정유 강국의 위상을 스스로 흔드는 자충수가 됐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세수 결손 국면에서도 경제성이 기준치에 턱없이 미달한 국책 사업들이 정성 평가를 앞세워 무더기로 통과하며 재정의 최후 보루마저 무너졌다.
각 부처는 비상시 공급망 분산과 제도 본연의 종합 평가를 내세워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렇지만 정부 해명이 거듭될수록 현장에서는 행정 편의주의와 탁상행정이 빚어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개당 도입 원가 1464원인 브라질산 계란이 143원에 방출되면서 차액을 메운 재정 지출의 적정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수입선 다변화의 필요성과 국내 산란계 농가의 생산 기반 보호를 함께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개당 1300원 혈세 얹어 방출한 수입란…사료비에 우는 국내 농가 덮친 역차별
계란은 산란 직후부터 신선도가 생명인 대표적인 일상 신선식품이다. 그런데 정부가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수만 킬로미터 바닷길을 거쳐 들여온 계란에 붙은 비용과 유통 방식이 공개되면서 시장과 식탁 모두에 거센 의문이 쏟아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올해 초 수입한 브라질산 신선란 한 판(30알)의 도입 원가는 4만3923원, 알당 1464원에 달했다.
하지만 국내 가공업체와 시장에는 알당 143원에 방출됐다. 들여온 값의 10분의 1도 안 되는 헐값에 계란을 덤핑 판매하면서 발생한 차액 손실 수십억원은 고스란히 농산물가격안정기금(농안기금)으로 메워졌다.
이번 사태로 사료비 폭등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여기에 가혹한 방역·살처분 규제 속에서 한계 상황에 내몰린 국내 산란계 농가들의 억눌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 농가들은 생산비 상승 압박을 견디며 어렵게 계란을 출하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정작 국내 생산 기반을 지키는 지원책에는 인색하면서 수만 킬로미터 밖에서 들여온 수입란에는 개당 1300원이 넘는 혈세를 퍼붓고 있다는 박탈감이 커진 것이다.
장거리 해상 운송을 거친 냉장란을 소비자들이 과연 신선식품으로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품질 논란도 거세다. 무리한 단기 수입이 반복될수록 국내 사육 기반이 축소되고, 결국 비상시 해외 공급망에 더 취약해지는 구조적 악순환을 부른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특히 3월 수입 추진 당시 현지 농장의 위생 등록도 끝내지 못한 채 입찰을 서둘렀다가 전액 유찰 사태를 빚은 행정 부실 역시 도마에 올랐다.
농식품부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대비해 미국과 스페인에 치우친 수입선을 남미로 넓히려는 시범사업이었으며, 수입량 112만개는 연간 소비량의 0.8%에 불과해 국내 시장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서면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위험 분산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방만한 재정 집행과 탁상행정의 책임은 지워지지 않는다. 국회 농해수위는 이달 하순 예정된 종합국감에서 aT의 수입 정산 내역과 계약 체결 전 과정을 정밀 검증한 뒤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할 방침이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과 수출 물량을 함께 관리하는 조치를 두고 내수 안정과 수출 기회 사이의 충돌이 부각됐다. 가격 통제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의 투자와 공급 여력에 미칠 영향도 검토 과제로 꼽힌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내수 가격 억누르려 판로 봉쇄… 글로벌 허브 쌓아 올린 통상 신뢰 흔들
한국은 원유를 전량 수입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고도화 정제 시설을 앞세워 석유제품을 국가 5대 주력 수출 품목으로 키워낸 글로벌 정유 허브다.
그런데 중동 분쟁으로 국제 경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치솟는 수출 호기 속에서 정부가 정유사들의 해외 판로를 틀어막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물가 억제를 이유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운용하면서 정유 4사에 전년 동월 대비 100% 수출 상한과 국내 의무 공급제를 강제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막대한 기회손실과 경영 자율성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국제 시세에 맞춰 해외로 수출하면 벌어들일 수 있는 정당한 수익을 인위적인 가격 상한에 묶여 내수 시장에 헐값으로 공급해야 하는 탓이다.
법적 손실보전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지도로 가격과 물량을 동시에 통제하는 방식은 시장 원리를 정면으로 훼손한다. 단기적으로 국내 유가를 억누르는 효과가 있으나, 장기화할 경우 정유사들이 마진 악화를 견디지 못해 공장 가동률을 낮추거나 설비 투자를 축소해 오히려 국내 공급 대란을 부를 수 있다.
비상시 가격 통제가 글로벌 정유 허브로서 한국 기업들이 쌓아온 통상 신뢰도마저 깎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원유 가격 변동성이 극심한 상황에서 국내외 가격 격차를 노린 무분별한 수출로 내수 수급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국내 수급에 차질이 없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수출 물량 관리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달 말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 결정과 연계해 정유업계와의 실무 협의를 거쳐 연말 수출 관리 지침 개정 여부를 매듭지을 예정이다.
경제성이 낮은 SOC 사업의 예타 통과를 둘러싸고 정책성과 지역균형발전 평가의 투명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장기간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종합평가의 세부 배점과 판단 근거를 면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유력 정치인·지자체 무사통과 보증수표…객관적 수치 검증 삼켜버린 고무줄 배점
국가 재정이 사상 초유의 세수 결손으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와중에 국가 재정의 최후 보루인 예비타당성조사(예타)의 문턱이 허물어졌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2년간 예타를 통과한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들을 들여다본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에서 0.5~0.7 수준에 그쳐 경제적 타당성이 완전히 낙제점인 사업들이 줄줄이 적격 판정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비결은 바로 종합평가(AHP)라는 제도적 우회로였다. AHP는 경제성(30~45%) 외에 정책성(25~40%)과 지역균형발전(30~40%)을 합산해 0.5 이상이면 통과시키는 체계다. 숫자로 입증되는 경제성이 바닥을 쳐도 정책성 점수를 사실상 만점에 가깝게 몰아주면 무조건 합격 도장을 받아낼 수 있는 구조다.
이 틈을 타고 총선과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과 지자체들의 총력 로비전이 거세게 파고들었다. 객관적인 수치 검증이라는 방파제가 무너지자 정성적 평가 항목이 유력 정치인과 지자체 사업의 무사통과 보증수표로 둔갑했다. 한 번 예타를 통과한 국책 사업은 수조원의 나랏빚을 수십 년간 묶어두는 만큼, 고무줄 평가로 부적격 사업을 밀어붙이는 행태는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재정 청구서를 떠넘기는 처사다.
기획예산처는 예타가 단순한 비용 대비 편익만을 따지는 정량 분석에 그치지 않고 낙후도 개선과 국가 정책 부합도를 고루 반영하는 국제 표준 기법이라고 항변했다. 다만 세수 결손 국면에서 엄격한 지출 구조조정을 외쳐온 정부가 대형 SOC에는 스스로 빗장을 풀어줬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다음 달 시작되는 2027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B/C 1.0 미만 사업들의 AHP 세부 배점표를 제출받아 특정 사업에 대한 정책성 몰아주기 의혹을 전면 검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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