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율리가 전한 ‘로또 1등’ 계약직 이지혜의 눈물과 감정 [인터뷰]

유명준 기자 (neocross@dailian.co.kr)

입력 2026.10.19 09:02  수정 2026.10.1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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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사원의 불안한 감정 전달해 시청자 공감 이끌어

“마지막 신 때 내 연기 보고 눈물…극 중 대사, 이지혜 아닌 하율리 응원 느낌”

“‘하율리 나온대’라며 볼 수 있는 ‘믿고 보는 배우’가 꿈”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이하 ‘로또 1등’) 속 인물들은 다채롭다. 주‧조연은 물론 카메오도 왜 그 사람이 그곳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줬다. 이 때문에 직장인 시청자들은 현재 자신의 위치, 경험에 따라 드라마 속 인물들에 감정을 이입했다. 그래서 ‘로또 1등’은 방영 내내 ‘미생’과 비교됐다. 12년 전 방영된 ‘미생’의 2026년판이란 이야기도 나왔다.


물론 차이는 있다. ‘미생’은 인턴 사원 장그래가 중심이고, 장그래의 시선에서 직장을 본다. 그래서 장그래를 중심으로 인물들을 나열한다. ‘로또 1등’은 공은태 팀장의 변화를 중심에 두고 다른 인물들의 변화와 활약, 그리고 갈등을 풀어낸다. 이런 흐름이기에 팀 말단 사원이자 계약직 사원 이지혜의 존재가, 그 역할을 한 하율리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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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율리는 ‘홍천기’, ‘옷소매 붉은 끝동’ ‘옥씨부인전’ 등 사극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작 ‘유부녀 킬러’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소 엉뚱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당차고 ‘강’했다. 특히 ‘옥씨부인전’을 본 이들은 “그 소혜 아씨가 이 배우가 맞아?”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 그런 하율리가 독기를 빼고 ‘불안’과 ‘간절함’을 담았다.


상사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밤을 새우고, 밥을 거르면서까지 일에 매달린다. 조직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가려는 인물의 불안과 간절함은 많은 시청자에게도 낯설지 않았다. 특히 장향은 대리가 시킨 일을 마친 뒤 오열한 장면은 이지혜의 감정이 응축된 순간이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장 대리가 무모한 일을 시킨 것에 대한 눈물로 해석한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하율리는 그동안 인정받기 위해 애써온 시간이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터져 나온 감정이라 설명했다.


“혼나거나 억압된 분위기 때문에 눈물이 난 게 아니에요. 인정받고 싶어서 밤도 새우고 밥도 걸러 가며 준비한 거잖아요. 계약직에게는 너무 중요한 순간이었고, 인정받았다는 기쁨과 함께 그동안 힘들고 슬펐던 벅참이 터져 나온 감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공 팀장님이 ‘이걸 메인으로 씁시다’라고 한 뒤 ‘너무 잘하고 있어서 그냥 지켜보고 있었던 건데’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순간에는 다른 말이 들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결과물을 인정받았다는 기쁨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복잡한 감정이었다. 하율리는 이지혜가 그동안 느꼈을 부담과 불안, 그리고 자신이 해온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함께 작용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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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렇게까지 부담을 느꼈고, 왜 이렇게 힘들어했을까’ 싶으면서, 인정받은 게 너무 기분 좋은데 뭔가 벅차게 올라오는 게 있었어요. 억울하거나 속상해서 운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이지혜의 눈물은 마지막 회에서도 이어졌다. 하율리는 자신의 연기를 보면서도 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인물의 불안이 해소되고, 마침내 한 팀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과정이 배우 자신에게도 깊은 여운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저도 제 연기를 보고 울 줄은 몰랐는데, 마지막 신 때 저도 모르게 그냥 눈물이 나더라고요. 공 팀장님이랑 양 대리님이 대사하시는 부분도 그렇고, (지혜의) 성장 스토리가 너무 와닿았어요. 지혜를 연기하면서 불안해하고 힘든 걸 계속 느끼며 표현했었거든요. 마무리됐을 때는 그 불안감이 사라지고, 한 팀으로 인정받아 뿌듯함이 컸죠. 대사로 ‘어디서든 네 능력대로 잘해 낼 거다’라고 해 주시는 게 지혜한테도 위로지만, 촬영이 끝나고 선배님들과 스태프분들이 ‘너 너무 잘했어, 앞으로 나가서 잘할 거야’라며 인간 하율리를 응원해 주시는 느낌을 받아서 울컥했어요.”


작품 속 인물에게 건네는 위로가 배우 자신에게도 전해진 셈이다. 하율리에게 이지혜는 단순히 주어진 대사를 소화하는 역할이 아니었다. 직장 생활을 경험해 보지 않은 배우가 실제 회사원처럼 보이는 인물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세밀한 관찰과 상상이 필요했다.


“영업직이나 패션 유통 업계 쪽 정보가 아예 없어서, 진로 결정이나 입사 경로 같은 부분은 인터넷이나 영상 자료를 많이 찾아봤어요. 그리고 회사에 다니시는 엄마한테 질문을 많이 했죠. ‘어떨 때 신입사원이나 새 식구가 예뻐 보여?’라고 물어봤더니, ‘엄청 노력하고, 말 잘 들어주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일 때 제일 예쁘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일을 잘하고 성실해서 사랑받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가족 관계나 세부 설정은 대본을 보면서 상상하고 파악해 나갔어요.”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도 또한 눈물을 흘렸던 옥상 신을 꼽았다. 하율리가 주목한 것은 감정의 크기보다 그 장면을 통해 이지혜가 얻게 된 믿음이었다. 결과가 어떻든 자신의 가치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는 말은 불안에 시달리던 지혜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출발점이었다.


“현장 분위기나 날씨도 드라마틱하게 아름다웠지만, 거기에 나오는 대사를 제가 제일 좋아해요. 공 팀장님이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지혜라는 사람의 가치가 변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그 문장 하나로 지혜가 끝까지 갈 수 있는 단단한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팀의 일원으로 속하게 되는 결정적인 시발점이라 개인적으로도 가장 애정하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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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마찬가지로 눈물을 흘렸던 장면 중 명절 선물 신은 이지혜가 놓인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순간이었다. 함께 일해온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계약직이라는 조건 하나로 자신이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하율리는 이 장면에서 감정을 어디까지 드러내야 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거기서 다 쏟아내면 원망이 돼버릴 것 같았어요. 공 팀장님이 ‘잘했다 못했다’를 보여주는 신이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지혜로서 팀에서 같이해 왔는데, ‘너 계약직이야’라는 낙인을 찍어버린 느낌이라 속상했어요. 정규직이 되고 싶은 꿈은 있지만, 그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도 않고, 내가 죄지은 것 같기도 하고, 별의별 복잡한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뒤돌아 걸어가면서 울었어요. 그때는 진짜 참지 못하고 걸어가면서 울었던 것 같아요.”


이지혜의 감정은 개인의 서러움에만 머물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지만, 고용 형태가 자신을 구분 짓는 현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하율리는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의 복잡한 마음을 한꺼번에 쏟아내기보다, 끝내 참지 못하고 돌아서서 우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 역시 이지혜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다. 특히 만토바 MD 총괄 마르티나 역의 윤세아와 대립하는 장면에서는 두 인물 사이 미묘한 긴장감이 시청자들 시선을 끌었다. 후배 배우와 선배 배우 연기 대결로도 읽힐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율리에게 윤세아는 처음부터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학창 시절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즐겨 봤던 그에게 윤세아는 선망의 대상에 가까웠다. 그러나 현장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느낀 어색함은 오히려 극 중 두 인물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


“세아 선배님은 저한테 너무 ‘연예인’이셨어요. 학창 시절에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현장에서 선배님이 생각보다 애교도 많으시고 너무 편하게 대해주셨죠. 처음의 약간 어색했던 기류조차도 오히려 지혜와 마르티나의 관계성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좋은 작용을 했던 것 같아요. 점차 대화도 많이 나누고 리허설을 거치면서 마지막 호텔 신 촬영 때는 훨씬 편안하게 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어요.”


극 중 이지혜와 박기태의 관계도 시청자들이 관심을 보인 부분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러브라인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하율리는 바로 선을 그었다.


“아니요, 없어요.(웃음) 선배님들이 장난치신 건데 그게 그대로 기사로 나가버려서 해명하고 싶습니다. 기태 선배님이 많이 챙겨주신 건 맞는데, 절대 아닙니다.”


드라마 마지막은 이지혜가 더 큰 조직인 외국계 회사 ‘만토바’로 향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그렇다면 이후의 이지혜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하율리는 이를 단순히 새로운 회사로 이직한 것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기존 조직과 만토바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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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저희 5명이 같이 타고 출근하는 걸로 끝나잖아요. 저는 홍성 직원으로서 만토바와 홍성을 연결해 주는 브리지 같은 직원이라고 생각했어요. 두 곳을 이어줄 사람이 필요해서 생긴 직책이니까, 영업 5팀과 같이 일하면서 대신 출장이 잦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나 이지혜가 홍성 정규직으로 갈 확률 역시 높았다. 홍성 대표는 이지혜가 못해서 계약 해지를 한 것이 아니라, 공 팀장에게 관리자의 역할과 무게를 알려주기 위해 이지혜를 잘랐고, 추후 실장이 된 공 팀장이 이지혜를 정규직으로 채용할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지혜 밑으로 계약직 사원이 들어오는 ‘시즌2’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그것 또한 이지혜의, 하율리의 새로운 성장 서사가 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하율리는 그동안 사극에서 인상을 남겨왔다. 하지만 평소 관심을 두고 있는 장르는 조금 다르다. 스릴러와 액션, 누아르에 대한 애정이 크다.


“사극 오디션을 보면 눈매나 흑발, 보이스 톤 때문인지 감독님들이 많이 선택해 주셨고 매력적으로 봐주셨어요. 하지만 평소에는 스릴러나 액션, 누아르 장르를 정말 좋아해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나 드라마 ‘마이 네임’ 같은 작품을 감명 깊게 봤죠. 서로 속고 속이는 관계 속에서 표정과 잔잔한 감정의 교류로 깊게 싸우는 느낌이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몸을 던지는 액션이나 진지한 누아르물에도 꼭 도전해 보고 싶어요.”


하율리가 좋아하는 것은 단순히 강렬한 액션이나 거친 분위기만은 아니다. 인물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속이는 과정에서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감정이 쌓이고, 큰 움직임 없이도 팽팽한 긴장이 만들어지는 이야기에 끌린다. 지금까지 보여준 사극 속 이미지와는 다른 결의 연기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인터뷰에서 뻔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배우의 ‘꿈’과 ‘욕심’을 알아볼 수 있는 질문이 미래의 모습이다. 특히 10년 후. 하율리의 10년 후의 욕심은 꽤 ‘컸’다. 이름 하나로 ‘흥행’을 만드는 배우가 목표였다.


“‘하율리가 나온대’, ‘하율이가 하는 작품이래’라는 말 한마디에 관객분들이 극장으로 발걸음해주시고, TV 채널을 돌려보실 수 있게 만드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게 가장 큰 꿈이에요. 이름 석 자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말미 ‘흥행 보증 배우’라는 ‘큰’ 꿈 이전에 차근차근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고, 하율리는 그 소박(?)한 단계를 밟기로 했다.


내년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경험하고, 이후에 ‘로컬 영화제’인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한 다음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걷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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