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업노조, 29~30일 임단협 요구안 논의
동행·전삼노, 교섭대표 선점 움직임에 반발
12월 교섭창구 단일화 앞두고 갈등 고조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삼성전자가 내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앞두고 노동조합 간 갈등에 직면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중심의 최대 노조가 공동교섭단 구성에 선을 그은 가운데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중심 노조들은 공동교섭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사업부별 실적과 보상 격차를 둘러싼 이견이 교섭 방식과 대표성 논란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는 오는 29~30일 정책위원회의를 열고 2027년 임단협 요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에 공문을 보내 교섭 요구사항을 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초기업노조는 오는 12월 예정된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노조의 의견을 미리 수렴해 교섭대표노조에 부과되는 공정대표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취지다. 의견 제출 기한은 오는 22일로 정했으며 기한 내 회신이 없으면 제출할 요구안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행노조와 전삼노는 교섭대표노조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노조가 다른 노조의 요구안을 취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동행노조는 조만간 초기업노조에 공문을 보내 요구안 제출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 역시 공식적인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대표노조가 결정된 이후 요구안을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섭대표노조 선정에 앞서 초기업노조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초기업노조의 조합원은 5만3000여명으로 삼성전자 내 최대 규모다. 동행노조는 3만1000여명, 전삼노는 2만4000여명의 조합원을 확보하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자신들이 과반수노조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해 교섭대표노조 선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들은 사측과의 임단협에 앞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노조 간 자율적인 대표 선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관련 법정 절차에 따라 과반수노조 여부 등을 확인해 교섭대표노조를 결정하게 된다.
노조 간 갈등의 배경에는 DS와 DX 부문의 실적 및 성과급 격차가 자리 잡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앞서 조합원 투표를 통해 DS 부문 중심으로 조직 운영 방향을 전환하기로 했다. 내년 임금교섭에서도 DS 부문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우선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8월 동행노조에 공문을 보내 내년 임금교섭에서 공동교섭단을 구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대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른 단일 교섭 체계를 추진하고, 동행노조에는 별도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동행노조는 올해 5월 타결된 임금협상 과정에서 DX 부문 직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DS 부문과 함께 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공동교섭 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평균 임금 6.2% 인상과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등을 포함한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사업부별 보상 격차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면서 노조 간 이해관계도 엇갈렸다.
내년 임단협을 위한 교섭창구 단일화가 오는 12월 예정된 가운데 교섭대표 지위와 협상 방식을 둘러싼 노조 간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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