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이 꿈꾸는 ‘로또 1등’ [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10.18 11:26  수정 2026.10.1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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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태, 코어 단단해 흔들림 없다.”

“원하는 것만 할 수는 없지만…도전 하려면 잃는 건 어쩔 수 없어.”

거친 악역을 완성하기 위해 살을 찌우고 머리를 기르는가 하면, 뻔뻔한 얼굴로 제 잇속을 챙기는 검사 역할로 얄미움을 사는 등 배우 이준혁은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며 “이상한 역할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겐 ‘의외의’ 재미를 선사 중이다. 늘 지루할 틈 없는 즐거움을 전하는 이준혁이 연기한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의 회사원 공은태 또한 공감이 가면서도 예상할 수 없는 재미로 채워나갔다.


이준혁은 ‘로또 1등’에 당첨됐지만, 사직서 대신 당첨금 13억원을 품고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출근하는 공은태의 이야기를 다룬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위아래로 치이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팀장 은태를 연기했다.


‘로또 1등’의 기적 뒤, 우리네 직장인의 ‘현실’을 다룬 작품으로, 이준혁은 오랜만에 공감 가는 캐릭터로 시청자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직장인 생활은 해 본 적 없는 이준혁이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그 역시 자연스럽게 공은태에 빠져들 수 있었다.


이준ⓒ에이스팩토리

“우리는 프리랜서지만, 직급으로 봤을 때 나보다 높은 분들과 소통하는 일도 많다. 제작사 대표가 될 수도 있고, 광고주나 투자사가 될 수도 있다. 우리도 회사원의 비애를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극 중 느끼는 은태의 감정은 인간이라면 늘 느끼는 것 같다. 공감이 됐고, 나도 이 작품을 하며 해소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극 중 공은태는 로또 1등 당첨 후, 마음가짐을 달리하며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일의 즐거움과 관계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끼기도 한다. 이 과정이 현실과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을 순 있지만, 이준혁은 이를 통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한 것에 감사를 느꼈다.


“현실성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어떤 리듬을 보여주는지도 중요하다. 남의 회사 이야기만 늘어놓으면 몰입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살면서 누군가와 융합되고 또 갈등하는 등 리듬이 있지 않나. 은태는 그 리듬을 긍정적으로 끌고 가는 인물이다. 직장 생활하는 모든 사람들이 본인의 일이 멋있다고 느끼길 바랐다. 리얼리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부분에 더 방점을 찍었다. 리얼리티는 잘 써주신 대사, 미세한 연기를 해주시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채워질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이 다 어우러졌기에 완성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영업 5팀 대리 양준호 역의 서현우를 비롯해 오대환, 이현균, 옥자연 등 이준혁은 동료 배우들과 ‘함께’라 가능한 일이었다며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직장 내 다양한 캐릭터와 관계가 특히 중요했던 이 드라마에서, 동료 배우들과의 찰떡같은 호흡이 메시지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라는 작품을 좋아한다. 모든 것이 바르게 굴러갈 때 나올 수 있는 기적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 사회를 헤집는 작품도 좋아하는데, 그러면 ‘그 뒤에 어때야 할까’ 그런 궁금증도 있었다. 이 작품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이야기라는 걸 들었다. 그러자 오히려 ‘그럼 해볼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 드라마가 내게 첫 주연 같은 느낌이 있다. ‘좋거나 나쁜 동재’도 있지만, 그 드라마는 ‘비밀의 숲’ 스핀오프라는 생각이 더 컸다. 이 작품은 모든 배우들이 주연처럼 활약해 더 좋았다.”



이준혁ⓒ티빙

이 과정을 통해 새롭게 배우는 것들도 있었다. 위기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은태를 보며 배운 점도 있다. 늘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도 은태의 단단함은 부러웠다. 좋은 동료들과 시너지를 낼 줄 아는 은태의 넉넉함 역시, 모두에게 귀감이 될 만했다.


“저는 당연히 흔들린다. 다만 코어는 있는 것 같다. 영화, 드라마를 너무 좋아하고 계속 배우고 싶다. 실패해도 더 알고 싶고, 도전을 하고 싶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한 것 자체가 이 마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면서 팀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알게 됐다. (이 작품을 하며) 타인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진 것 같다. 영화를 보면 전보다 더 재밌게 보이는 면도 있다.”


“공은태처럼 로또 1등이 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볼 법도 했다. 그러나 이준혁은 ‘로또 1등’으로 ‘인생역전’을 꿈꾸기보다는, ‘로또 1등’이 지금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로또 1등 이후, 일의 소중함을 더 강하게 깨달은 공은태처럼 이준혁 역시 가장 좋아하는 ‘연기’를 더 잘 해내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톰 크루즈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수천억이 있어도 그 고생을 하지 않나.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반대로 그렇기에 새로운 ‘디거’ 같은 작품도 선택할 수 있었을 수 있다. ‘로또 1등’도 그런 맥락의 이야기인 것 같다.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고, 그런 걸 해내는 동료를 옆에서 볼 때 영향도 받는다. 결국 나보다 연기를 더 사랑하는 사람을 볼 때 ‘내가 더 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처럼 ‘로또 1등’ 같은 작품을 꾸준히 만나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동시에 “원하는 작품만 할 수 없다”는 이준혁의 능숙한 완급조절은 그가 또 어떤 새로운 작품으로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지 기대하게 했다.


“원하는 것만 할 수는 없다. 모든 시청자들이 원하는 작품을 만나기도 힘들다. ‘비밀의 숲’ 동재는 내가 할 수 있는 비중보다는 조금 작은 역할이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변주를 할 수는 있다. 덜 욕심을 내면 변화를 줄 수가 있는 거다. 때로는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그게 나의 바이브인 것 같다. 도전을 하려면 잃는 건 어쩔 수 없지 않나. 그러다가 운이 좋게 잘 되는 작품이 나오면 먹고사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고. (배우 생활은) 이것의 반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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