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는 메달만 갖고, 선수는 버릴 셈인가 [안덕기의 프리에이전트]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10.18 07:00  수정 2026.10.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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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 마사회 회장. ⓒ 연합뉴스

성과를 내는 조직을 줄이겠다면, 먼저 그 성과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지난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한국마사회 대상 국정감사에서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마사회 유도·탁구단 문제를 추궁한 것은 바로 그 점에서 정확하고 시의적절했다. 문 의원은 지난 8월 선수단에 구두로 해체 방침을 알린 경위와 절차를 따졌다. 우희종 마사회 회장은 공식적인 해체 결정도, 공식적인 통보도 없었다고 답했지만,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문제는 공식이라는 말이 아니라 선수단의 실제 미래다. 선수들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팀을 어떻게 유지할지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지 않는다면, 해체 의결이 없더라도 운영 기반은 무너질 수 있다. 재계약 중단이 곧바로 법적 해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은 결정서의 이름이 아니라 다음 시즌에도 훈련하고 경기에 나설 수 있느냐다. 공식 결정이 없다는 설명만으로 이 질문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문 의원의 지적이 매우 적절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수단의 성과와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함께 짚으며 비용 절감 논리에서 빠진 것을 드러냈다. 단순히 팀을 없애지 말라는 요구를 넘어, 무엇을 평가하고 누구와 논의한 뒤 이런 방향을 정했는지 경영진의 설명책임을 물었다. 공공기관의 장부 뒤에 가려진 선수들의 삶과 한국 체육의 기반을 국감의 의제로 끌어낸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문 의원이 국감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유도·탁구단이 최근 10년간 국내외 대회에서 거둔 메달은 1,179개다. 유도 542개, 탁구 637개다. 이 가운데 국제 대회 메달은 308개이며 국제 대회 금메달도 68개다. 오랜 역사와 과거의 명성만으로 팀을 지키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성과는 최근까지 이어졌다.


모든 시즌과 종목을 같은 조건으로 비교한 순위는 아니다. 그러나 전국 대회 우승과 세계선수권 메달을 내놓는 선수단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마사회는 이런 성과를 내는 조직을 운영 중단 검토 대상으로 삼으면서 어떤 평가표를 사용했는가. 성적이 부족했는가,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었는가, 아니면 기관이 맡아 온 체육의 공적 역할 자체를 줄이겠다는 것인가.


선수들의 처우를 보면 질문은 더 무거워진다. 문 의원이 제시한 연봉표에서 마사회 유도단의 평균은 3,374만 원, 탁구단은 3,907만 원이다. 같은 표에 나온 비교 팀 가운데 평균이 가장 낮은 포항시청 유도단도 7,543만 원, K-water 탁구단은 5,750만 원이었다. 마사회의 평균 연봉은 각각 그 절반에도 못 미치거나 약 68% 수준이다.


연봉의 포함 항목과 선수들의 경력 구성까지 같다고 볼 수 없어 이것을 팀 운영 효율의 순위로 바꿀 수는 없다. 낮은 연봉을 좋은 경영의 증거로 칭찬할 일도 아니다. 성과에 걸맞은 처우를 받고 있는지 물어야 할 선수들에게 이제 일터의 존폐까지 걱정하게 하는 상황이 타당한지 따져야 한다.


마사회의 재정 사정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 알리오에 공시된 2025년 연결 영업이익은 약 235억 원으로, 전년 약 459억 원에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우 회장은 국감에서 작년부터 실질적인 적자 상태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공시된 영업흑자만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실질적 적자가 어떤 회계 기준과 기간, 사업 범위를 뜻하는지, 공시 수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설명해야 한다.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 ⓒ 뉴시스

지난해 두 선수단 운영비는 약 31억원으로 보도됐다. 이 돈이 적지 않다는 사실과 이 지출을 없애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은 별개다. 남은 계약과 전환 지원 비용을 고려하면 31억 원 전체가 해체에 따른 순절 감액도 아니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잃는지 함께 계산해야 한다.


국감 자료의 1,179개는 연평균 117.9개의 입상 실적이다. 운영비 31억 원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누적된 성과와 이를 유지하는 데 든 비용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같은 기간의 운영비와 대회 수준, 개인·단체전의 집계 기준까지 맞춰야 한다. 선수단 예산을 줄였을 때 얻는 효과가 다른 경비를 조정할 때보다 큰지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1,179개의 메달은 경기장 안의 기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선수의 활약이 중계되고 우승과 입상이 기사로 전해질 때 소속 기관인 마사회의 이름도 함께 등장한다. 실제 이하림의 세계선수권 메달과 탁구단의 전국 대회 우승을 다룬 보도에는 한국마사회라는 이름이 반복해서 실렸다. 선수단은 비인기 종목을 지탱하는 동시에, 마사회를 도전과 성취의 이야기로 대중에게 알리는 홍보 자산이기도 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마사회 자체 조사도 있다. 한국마사회가 공개한 2014년 홍보 효과 조사에서 서울과 5대 광역시의 성인 응답자 700명 가운데 75.7%는 스포츠단 운영이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스포츠단 운영을 알고 있던 299명 중에서는 76.9%가 경기 중계와 스포츠뉴스를 통해 그 사실을 알았다고 답했다. 후자는 중복 응답 결과다.


유도·탁구·승마단을 함께 다룬 과거의 인식 조사이므로, 이를 현재 두 팀의 홍보 효과 금액이나 실제 이미지 변화량으로 환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포츠단이 기관을 알리는 통로이고 이미지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마사회가 공개한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운영비 31억 원을 따질 때, 이 홍보 자산과 선수 육성, 지역사회 기여를 함께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마사회는 돈을 들여 확인했던 스포츠단의 가치를 이번 운영 중단 검토에서 어떻게 반영했는가. 그 설명 없이 지출액만 제시한다면 경제성 평가라기보다 비용 항목 하나를 지우는 계산에 가깝다.


마사회 자신도 그 가치를 공표해 왔다.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스포츠단 운영의 의미로 비인기 종목 지원과 한국 체육의 균형 발전을 들었다. 유소년 강습과 멘토링, 지역 동호인을 위한 재능 기부도 소개했다. 기관의 성과로 내세웠던 활동이라면 운영을 바꿀 때도 평가에 포함돼야 한다. 공익적 역할을 줄이겠다면 그 이유와 영향을 함께 밝혀야 한다.


선수 보호도 결론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일부 선수는 2027년까지 계약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계약 이행과 훈련, 대회 출전, 이적 협의를 어떤 일정으로 보장할지 지금 제시해야 한다. 공식 결정이 없다는 해명만으로 다른 팀의 선수 구성 일정이나 선수 개인의 준비 시간이 멈추지는 않는다.


이런 불안은 마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종시는 지난해 7월 테니스팀 해체 방침을 밝혔다가 같은 해 10월 남녀 각 두 명으로 축소해 유지하는 쪽으로 바꿨다. 시의회에서는 공론화가 부족했고, 선수들이 새 팀을 찾을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재정난이라는 설명은 있었지만, 팀의 존폐를 결정하는 방식과 선수에게 주어진 시간은 별도로 따져야 할 문제였다.


대한민국 실업팀은 선수의 직장이자 국가대표를 키우는 기반이며, 학교체육과 성인 선수 생활을 잇는 통로다. 지역 주민과 유소년에게 전문 지도자의 경험을 돌려주는 역할도 한다. 오랜 시간 쌓인 이 기반의 존폐가 지자체장이나 기관장의 판단에 따라 쉽게 뒤집힌다면, 선수에게 요구하는 장기적인 노력은 무엇으로 보장할 것인가.


충분한 성과 평가와 대안 비교, 공개적인 논의 없이 팀부터 없애는 행태는 무책임하다. 줄인 예산만 성과로 기록하고 사라진 일자리와 끊어진 육성 경로를 계산에서 빼면, 어떤 해체도 손쉬운 경영 개선으로 포장할 수 있다. 기관의 장부에서 지운 비용이 선수와 다른 기관의 부담으로 옮겨갔을 뿐인지까지 따져야 한다. 공적 자원을 맡은 사람에게는 그 손실을 설명할 책임도 있다.


문대림 의원이 던진 질문에 마사회는 이제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한다. 해체 결정이 없다는 말과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방향 사이에서, 선수단의 미래를 어떻게 보장하겠다는 것인가. 실업팀은 기관장이 임기 동안 빌려 쓰는 홍보물이 아니다. 기관장의 재임 기간보다 오래 축적된 팀을 짧은 손익 계산으로 정리하려는 관행부터 끊어야 한다. 성과를 낸 선수에게 먼저 퇴로를 찾으라고 하기 전에, 경영진이 왜 그들의 일터를 없애야 하는지 입증하라. 충분한 평가와 논의도 없이 공적 기반을 지우면서 그것을 경영 개선이라고 부르는 행태는 무책임하다. 그것은 혁신이 아니라 공적 책임의 방기다.


ⓒ

글 / 안덕기 대한체육회 홍보미디어위원회 부위원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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