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도 코인처럼 베팅…20배 ‘무기한선물’의 덫

김민희 기자 (minimi@dailian.co.kr)

입력 2026.10.17 08:01  수정 2026.10.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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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국내 주식·ETF 추종 상품 확대

150배 상품은 0.66%만 반대로 움직여도 전액 청산

사고 나도 국내법상 구제 난항…당국, 불법 영업 단속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의 무기한선물이 국내 주식과 지수로 확산되자 금융당국이 고레버리지에 따른 전액 손실 위험과 투자자 보호 공백을 경고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해외 코인판의 베팅 대상으로 떠올랐다.


국내 주식과 지수의 가격 변동에 수십 배의 레버리지를 얹는 ‘무기한선물’을 통해서다.


익숙한 종목이라도 작은 등락에 투자금이 통째로 사라질 수 있어 금융당국이 경고에 나섰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전날 ‘무기한 선물 이용자 유의사항’을 발표했다.


과도한 레버리지에 따른 손실 위험과 함께 사고나 분쟁이 발생해도 국내법에 따른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경고는 가상자산 중심이던 무기한선물 시장이 한국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로 영역을 넓히는 가운데 나왔다.


바이낸스는 지난 6월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주가를 추종하는 무기한선물을 출시했다.


출시 당시 최대 레버리지는 20배로, 주말과 휴일을 포함해 24시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달에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 주식 관련 3배 레버리지 ETF ‘KORU’를 추종하는 상품도 내놨다.


이미 가격 변동을 세 배로 키우는 ETF에 다시 레버리지를 얹는 구조다.


8월에는 네이버·LG전자·삼성전기·한미반도체와 KODEX 200 ETF 등을 추종하는 상품까지 추가하며 거래 대상을 넓혔다.


이처럼 익숙한 자산을 내세우고 있지만 투자 방식은 국내 증권시장의 거래와 차이가 있다.


무기한선물은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가격의 상승과 하락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일반적인 선물과 달리 만기가 없으며, 미래 특정 시점에 금전 등을 인도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많은 국가에서 관련 규율 체계가 아직 확립되지 않았으며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물’이라는 명칭만 보고 국내 제도권에서 거래되는 금융투자상품과 같거나 비슷하다고 오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높은 레버리지는 작은 가격 변동도 치명적인 손실로 키울 수 있다.


당국에 따르면 현재 주로 거래되는 무기한선물은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10배에서 최대 200배까지 연동된다.


당국은 한국 주가지수에 150배 연동된 구조를 예로 들었다.


지수가 투자자의 예상과 반대로 약 0.66%만 움직여도 투자금 전액이 강제 청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일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등락에도 투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셈이다.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대응할 시간도 줄어든다.


손실이 빠르게 불어나 추가 증거금을 넣기도 전에 강제 청산될 수 있다. 당국은 이러한 투기적 특성으로 국내에서는 해당 상품이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손실 위험에 비해 투자자를 보호할 장치는 부족하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에서는 일반 개인투자자가 선물·옵션을 거래하려면 일정 수준의 기본예탁금을 갖추고 사전교육과 모의거래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역외 가상자산 플랫폼을 통한 거래에는 같은 수준의 보호 조치가 적용되기 어렵다.


사고가 발생한 뒤에도 구제가 쉽지 않다.


플랫폼의 파산·영업중단이나 일방적인 거래 중단, 전산 사고 등이 발생해도 국내법에 따른 해결과 구제 절차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고객이 맡긴 자산이 적절하게 보호·보관되는지도 국내 감독당국이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당국은 투자자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한편,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 영업행위에도 대응하기로 했다.


추천코드로 신규 가입을 유도하거나 수수료를 받는 등 한국 거주자에게 거래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불법 영업행위가 발견되면 수사기관 고발 등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 주식시장과 연동된 상품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도 살펴본다.


관련 상품의 출시 현황과 시장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거래를 지원하는 주요 역외 플랫폼에는 국내법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다만 국내 유사 상품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금융당국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투자자 보호, 글로벌 논의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입 여부와 규율 체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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