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ASML이 확인한 AI 반도체 호황…삼성·SK 실적도 주목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10.17 06:00  수정 2026.10.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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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3분기 영업익 75% 급증…AI 반도체 수요에 사상 최대 실적

ASML, 2028년 추가 증산 검토…2030년 장비 주문까지 관심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달 말 실적 발표…내년 메모리 수요 전망 관건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 SK하이닉스 부스에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HBM4E(7세대)가 전시돼 있다. ⓒ데일리안DB

인공지능(AI) 투자 과열과 수익성 논란으로 글로벌 반도체주가 출렁이는 가운데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AI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2028년 이후를 내다보며 생산능력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AI 투자 경계감과 달리 반도체 생산 현장에서는 수년 뒤 수요까지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과 향후 전망에도 반영될지 관심이 모인다. 삼성전자가 이미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예고한 가운데 이달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특히 양사가 제시할 내년도 AI 메모리 수요와 설비투자 전망이 반도체 호황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지표가 될 전망이다.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전날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매출 1조4942억 대만달러, 영업이익 8764억 대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9%, 75.0% 증가한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순이익은 7631억 대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7%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58.7%로 전년 동기 대비 8.1%포인트 상승했다. 첨단 반도체 수요가 확대되면서 생산능력 확충에 따른 비용 부담에도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다. 실적을 견인한 것은 고성능컴퓨팅(HPC) 부문이다.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등이 포함된 HPC 매출은 전분기 대비 22%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8%에 달했다.


최첨단 공정의 매출 기여도도 높아지고 있다. 3분기 웨이퍼 매출에서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8%로 전분기 3%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3나노 공정 비중도 30%에서 33%로 확대됐다. 7나노 이하 첨단공정의 매출 비중은 전체 웨이퍼 매출의 79%에 달했다.


TSMC는 AI 반도체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생산능력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설비투자 계획은 600억~640억달러로 유지했으며, 4분기 매출은 523억~54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달러 기준 매출 성장률 전망치도 약 44%로 높였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AI 관련 수요가 여전히 매우 강하며 둔화 조짐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품 가격 상승과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만큼 내년도 사업 계획은 신중하게 수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장비업계에서도 중장기 수요 확대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노광장비 업체인 ASML은 지난 14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매출 116억6200만유로, 순이익 49억6000만유로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2%, 전분기 대비 약 25% 증가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파운드리와 메모리 제조사들이 미세공정 전환과 생산능력 확대에 나설수록 관련 장비 수요도 늘어나는 구조다.


ASML은 현재 계획된 생산능력으로는 2027년과 2028년 고객사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2027년 노광장비 생산능력을 약 30% 확대하고 2028년에도 추가로 30%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 왔지만, 예상보다 강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8년 생산능력을 이보다 더 확대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고객사는 2029년과 2030년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 주문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공장 건설부터 장비 설치, 공정 안정화와 양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제조사들이 수년 뒤 생산 물량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는 고객사들이 AI 관련 투자의 규모와 지속 기간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단기·중기 장비 수요 예측치를 계속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금융시장에서 제기되는 AI 거품론과 대비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실제 AI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투자 규모에 걸맞게 늘어날 수 있을지를 두고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반도체 업계에서는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실제 생산과 장비 주문으로 연결되고 있다. AI 가속기 수요 확대는 TSMC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늘리고, 반도체 제조사들의 생산시설 확충은 ASML의 장비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기업들의 호실적이 AI 산업 전체의 장기 수익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빅테크가 AI 서비스에서 기대한 만큼의 수익을 거두지 못해 투자 속도를 늦춘다면 반도체 주문과 설비투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의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향후 투자 집행 규모와 실제 수요에 달려 있는 셈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에서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6.6%, 782.5% 증가한 규모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승하면서 반도체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이달 29일 확정실적 발표에서 사업부별 세부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실적과 HBM 공급 확대 현황,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 폭 등이 관심사다.


SK하이닉스도 이달 28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HBM을 비롯한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범용 D램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높은 수익성이 예상된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을 99조2000억원, 영업이익을 77조9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6%, 584%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이는 증권사 추정치로 실제 발표 결과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이미 지나간 3분기 실적뿐 아니라 내년도 수요와 투자 전망이다. AI 가속기에 사용되는 HBM 수요가 얼마나 확대될지,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으로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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