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비만 치료 부작용으로 시력 손상 추가
부작용 막기 위해선 투약 과정 관리 강제 필요
비만 치료제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비만약 투약의 전 과정을 의료진이 강제로 관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약의 부작용이 위장관 장애부터 드물게는 비가역적 시력 손상까지 폭넓게 보고되면서다.
규제 사각지대가 넓어지는 가운데 부작용에 취약한 청소년 처방도 1만명 이상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한창 자랄 나이에 비만약으로 식욕이 줄면 영양 섭취가 부족해져 발육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그런 만큼 처방 이후를 챙길 관리 체계를 명확하게 손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제제 허가사항에 비동맥성 전방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을 '드물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 반영했다. 앞으로 의료진은 위고비를 처방할 때 시력 손상 가능성을 고지해야 한다. 제품 설명서에도 관련 주의사항이 명시된다.
식약처 산하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위고비 투여 후 NAION이 발생한 사례 1건이 접수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세마글루타이드의 시력 손상 논란은 해외에서 먼저 불거졌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비만약을 투약한 이후 시력을 잃었다며 노보 노디스크 등 제약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아직 비만약과 시력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증명된 건 아니다. NAION의 경우 발생 빈도도 낮고 연구 결과도 엇갈린다. 다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GLP-1 수용체는 뇌와 위장관뿐 아니라 혈관에도 퍼져 있다. 비만약이 시신경으로 가는 미세혈관의 혈액 흐름(혈류)를 떨어뜨려 '허혈 상태'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술이나 내시경을 앞두고 오랜 시간 금식을 해도 위에 음식물이 남을 가능성도 있다. GLP-1 계열 비만약은 위 배출을 늦춰 포만감을 유지한다. 내시경을 넣었을 때 위에 음식물이 덩어리로 뭉친 위석(베조아)이 확인된 사례도 있다.이렇게 되면 수술이나 마취 때 음식물이 역류해 기도로 넘어가는 흡인 위험이 커진다.
의료진이 투약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비만약은 의사의 대면 진료로 처방을 받은 뒤 약국에서 받아 환자가 직접 주사하는 자가주사제다. 처방 대상은 체질량지수(BMI)가 30을 넘거나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같은 합병증이 있는 환자다. 몸이 적응하는 단계가 필요한 만큼 투약 용량도 최저 수준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올린다.
현재 식약처가 제시한 비만약 안전 사용 가이드는 처방 후 관리를 강제하지 않는다. 현행 지침은 권고 수준에 그친다. 그마저도 전문가 처방을 전제로 최저 용량부터 단계적으로 증량하라는 투약 수칙이 대부분이다. 어떻게 관리하고 언제 끊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정식 처방 밖에서 약이 유통되는 통로도 열려 있다. 온라인 해외직구로 약을 구해 스스로 투약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가 없는 도서, 산간 등 의약분업 예외지역에서는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도 있다. 중단도 마찬가지다. 언제 끊을지 강제하는 규정이 없다 보니 환자가 임의로 투약을 멈춘다.
한 대학병원 내분비학과 의료진은 "잘못된 매스컴 정보를 오는 분들이 많아서 비만약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데 애를 먹는다"며 "최소한 어느 정도의 기간은 써야 한다, 끊으면 안 된다 같은 걸 알리지만, 환자분들은 한 번 맞기만 하면 체중 감량에 성공한 체형이 지속 유지될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를 표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비만 환자의 절반가량이 1년 안에 비만약 투약을 중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당수는 체중이 다시 늘면 또 맞으면 된다고 여긴다. 빠졌던 체중은 지방 위주로 돌아오는 반면 근육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근감소성 비만'이 거론되는 이유다.
그렇다 보니 잇따른 부작용에도 무분별하게 처방이 확대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점검 처방전은 약 186만건에 달했다. 미성년자 처방 역시 가파르게 치솟았다. 올해 상반기 10대에게 처방된 비만약은 1만2000여명에 달했다. 10세 미만 처방도 28명 확인됐다. 여기에는 18세 미만 사용이 금지된 마운자로도 포함됐다.
또 다른 대학병원 내분비학과 의료진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비만약이 너무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환자들의 경우 비만약을 투약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용량을 조절하고 끊는 과정에서 의료진과의 밀접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방과 투약을 넘어 끊는 과정까지 포함해서 관리하는 프로토콜이 강제돼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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