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더 중요한 일에”…현대차·기아가 그리는 미래 공장 [현장]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10.18 09:00  수정 2026.10.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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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이포레스트 테크데이 2026’ 개최

의왕연구소서 제조 신기술 공개…고난도 조립도 로봇이

2032년 이후 미래 신공장에 자율화·휴머노이드 기술 적용

최영태 현대차·기아 제조솔루션본부 이포레스트센터장 상무가 16일 경기도 의왕시 현대차·기아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이포레스트 테크데이 2026’ 미디어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생산 종합 현황 알려줘”


담당자의 말에 인공지능(AI) 시스템이 공장 가동률과 생산 현황을 화면에 띄웠다. 담당자가 생산·품질 시스템을 일일이 열어 자료를 찾던 일을 AI에게 맡긴 것이다.


지난 16일 경기도 의왕시 현대차·기아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이포레스트 테크데이 2026’ 미디어 행사에서 공개된 제조 AI ‘폴라리스’의 시연 영상이다. 지난 9월 시범 운영을 시작한 울산 EV 공장의 실제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날 현대차·기아가 소개한 미래 공장은 로봇이 부품을 옮기고 조립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갔다. AI가 생산 데이터를 읽고 질문에 답하며, 가상 공간에서는 설비를 미리 가동해 문제를 찾는다. 공장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자율운영 공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최영태 현대차·기아 제조솔루션본부 이포레스트센터장 상무는 “자동화의 목적은 사람을 줄이는 게 아니고 사람이 좀 더 안전하고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제조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프링 사이 와이어까지…사람 손 따라 하는 로봇

현장에서는 사람의 손이 필요했던 작업을 로봇에게 맡기는 시연이 이어졌다. 전기차 서스펜션 스프링 사이에 걸린 와이어를 빼내는 작업이 대표적이다. 해당 작업은 완성차 조립 전 작업자가 직접 제거해왔다.


시연이 시작되자 로봇 손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와이어를 잡었다. 한쪽은 집는 동작으로, 다른 쪽은 움켜쥐는 동작으로 서스펜션 와이어를 빼 회수함에 넣었다.


다만 곧바로 생산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현대차·기아는 국내외 업체들의 로봇 손을 활용해 제조 작업에 맞게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대차·기아 개발 담당자는 “지금은 아직 시작 단계로 모방 학습이나 강화 학습 등 적용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도어 가니시 자동 장착 기술 ⓒ현대차·기아

문 아래쪽에 붙이는 장식 부품인 ‘도어 가니시’ 장착 설비도 눈길을 끌었다. 시연에 쓰인 부품에는 클립이 19개 달려 있었다. 작업자가 허리를 굽혀 여러 클립을 끼우다 보면 일부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부품이 들뜨기도 한다.


설비는 미세한 진동으로 클립의 위치를 맞춘 뒤 두 단계로 눌러 고정했다. 롤러가 부품 전체를 다시 누르고, 센서는 제대로 장착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 살폈다.


웨더스트랩 자동 장착 기술 ⓒ현대차·기아

부드럽고 쉽게 휘어지는 고무 부품도 로봇이 다뤘다. 차량 문 주변을 밀폐하는 ‘웨더스트립’이다. 로봇은 차량 위치를 인식한 뒤 전용 장치로 일정한 힘을 가하며 부품을 끼웠다. 장착 후에는 비전 장치로 이탈하거나 들뜬 곳이 없는지 검사했다.


담당자는 “실제 작업자가 작업하는 환경을 찾아가 직접 작업해봤다”며 “어떻게 해야 품질을 가장 높게 유지하고,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지 최적화해 자동화 설계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AI가 자료 찾고 보고서 작성…가상 공간서 생산 준비

로봇이 조립을 맡는다면 폴라리스는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정보와 업무를 다룬다. 생산·품질·설비 보전 시스템에 흩어진 데이터와 사내 문서, 전문가의 노하우를 연결해 답변을 제공한다. 현장에서 쓰는 줄임말도 관련 공정의 용어로 이해하도록 개발됐다.


폴라리스 디지털 트윈 시연 ⓒ현대차·기아

전시장에서는 가상 데이터를 활용해 주요 결함을 조회하는 기능도 시연했다. 담당자가 음성으로 질문하자 AI가 공정별 결함 정보를 찾아 보여줬다.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거나 이메일과 업무용 메신저로 공유하는 기능도 갖췄다.


담당자는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서를 생성하고 공유하고, 보고서로 발송하는 업무 자동화도 함께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 준비 과정은 가상 공간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엔비디아와 실제 설비와 로봇의 움직임을 가상에서 구현하는 시운전 기술을 개발 중이다. 중력·충돌·마찰 등을 반영하고 설비와 로봇을 함께 움직여 실제 가동 전에 문제를 찾는 방식이다.


현장 담당자는 “기존에는 각각 개별적으로 시뮬레이션해 상호 영향을 검증할 수 없었다”며 “통합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호 영향을 사전 검증하고 가상에서 연동 시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류 로봇 표준화 기술 ⓒ현대차·기아

물류 로봇에는 운영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적용했다. 하드웨어와 주행 소프트웨어를 표준화해 제작비를 약 30% 줄이고, 배터리를 조합해 기존 2시간 가량 걸리던 충전 시간을 12분 수준으로 단축했다. 기아 화성 EVO 웨스트 공장과 울산 공장에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19일부터 21일까지 의왕연구소에서 열리는 본행사에 제조 신기술 200여건을 전시한다.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기술을 실증한 뒤 신공장과 기존 공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2030년 가상 환경 기반 자율화 제조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2032년 이후 미래 신공장에 휴머노이드와 전면적인 자율화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최 상무는 “자율운영 공장 자체는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실증하고 표준화한 뒤 단계적으로 많은 시간을 거쳐야 한다”며 “데이터, AI,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를 연결해 이러한 미래 제조를 현실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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