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세수 채무상환보다 성장투자에 활용”
“미래대응기금 적립 구조는 긍정적으로 평가”
“중동전쟁 재정지원은 일시적·선별적이어야”
최지영 국제통화기금(IMF) 이사가 지난 15일 태국 방콕에서 재정경제부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AI·반도체 호황으로 한국의 성장 전망과 재정 여력이 다른 선진국과 달리 개선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일반적인 긴축 권고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나왔다. 늘어난 세수를 채무 상환에만 쓰기보다 성장잠재력을 높일 투자에도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지영 IMF 상임이사는 지난 15일 태국 방콕에서 재정경제부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최근 IMF 세계경제전망(WEO)과 재정점검보고서 등을 둘러싼 내부 논의 분위기를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재정 여력 늘어난 선진국 한국뿐”…일률적 긴축 권고에 이견
최 이사는 중동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무역 갈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한국은 AI·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성장 전망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사회에서 한국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며 “직원들이 전망을 설명할 때도 ‘특히 한국의 경우’라는 말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한국을 부러워한다는 것”이라며 “다른 선진국과 상황이 달라 한국만 따로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최 이사는 이를 ‘긍정적인 차별화’라는 표현으로 정리했다.
IMF는 물가 상승 압력과 향후 충격에 대비해 각국에 재정 여력 확보를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수출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로 성장투자에 활용할 여력이 생겼다는 것이 최 이사의 판단이다.
최 이사는 “IMF의 일반적인 정책 권고가 한국에도 과연 맞는지 고위 관계자들에게 문제를 제기했다”며 “IMF 직원들은 한국의 특수성을 이해하지만 한국만을 위해 별도의 정책 권고를 내놓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지금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데 IMF 직원들도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초과세수 활용에 IMF 긍정적 시각…내년 예산안 ‘중립적’ 평가
최 이사는 IMF 아시아태평양국 측이 한국의 2027년 예산안을 확장적이기보다 중립적인 재정 기조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전부 지출하지 않고 일부는 채무 상환에, 상당 부분은 미래대응기금 적립에 활용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재정 수입이 크게 증가하는데도 일부 부채를 상환하고 미래대응기금으로 상당 부분을 저축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중립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IMF에서도 예상 밖의 대규모 수입을 ‘윈드폴 레버뉴(windfall revenue)’로 인식한다고 소개했다. 최 이사는 “기업의 수익이 갑자기 증가했다고 부채를 모두 갚아 레버리지를 제로로 만드는 게 합리적인 재무관리는 아니다”며 “더 성장하고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래대응기금에 대해서는 재원 적립 구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별 사업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최 이사는 “기본 구조 자체는 긍정적”이라며 “구체적인 내역은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채무비율에 대해서는 경제성장에 따른 전망치 변화를 강조했다. 한국처럼 채무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50% 안팎인 국가는 성장률과 세입 여건에 따라 중기 전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는 “한국처럼 국가채무 규모가 GDP의 50% 안팎인 경우에는 성장에 따라 전망이 크게 달라진다”며 “국가채무비율 전망에 집착하기보다는 앞으로 얼마나 혁신적인 투자를 하고 성장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AI 투자 장기 지속 가능성…금융안정 위험은 경계
AI·반도체 호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련 투자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IMF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내년이나 내후년에 투자 사이클이 급격히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는 “IMF는 AI의 생산성 향상 효과와 노동시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다만 데이터센터 건설 등에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만큼 AI 투자 자체가 단기간에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AI 투자 확대에 따른 금융안정 위험은 경계했다. 관련 기업의 자금조달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투자 열기가 꺾일 경우 금융시장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이사는 “AI 호황이 꺾이면 주식시장과 기업 수익성에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은 경상수지와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전쟁 당시 한국 정부의 재정 대응에 대해서는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완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반도체 슈퍼사이클 자체를 재정정책의 성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최 이사는 “중동전쟁 당시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해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완화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재정지원은 일시적이고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취약계층과 필요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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