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는데…신용 좋을수록 더 뛴다 [대출규제 역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10.15 07:02  수정 2026.10.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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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용자만 뛴 금리, 저신용은 하락

상생금융 취지 뒤편의 금리 왜곡

위험 무시된 금리는 건전성 부담으로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취급 금리를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기준 신용점수 601~650점(KCB 기준) 구간의 평균금리는 연 7.91%로 집계됐다.ⓒ연합뉴스

시장금리 상승 기조 속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가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더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용도가 낮을수록 대출금리가 오히려 내려가거나 상승폭이 둔화한 반면, 우량 차주인 고신용자의 금리 부담은 늘어났다.


취약차주 지원과 은행권 리스크 관리가 맞물린 결과지만, 금리 왜곡이 장기화될 경우 은행 건전성에 부작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취급 금리를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기준 신용점수 601~650점(KCB 기준) 구간의 평균금리는 연 7.91%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연 8.19%)보다 0.28%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0.54%p 내렸다.


651~700점 구간의 중·저신용자 평균금리 역시 한 달 새 0.07%p, 지난해보다 0.14%p 내리며 연 7.67%를 기록했다.


반면 최상위 신용도를 가진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뚜렷하게 가중됐다.


신용점수 951~1000점 구간의 고신용자 평균금리는 7월 연 4.87%에서 8월 연 5.07%로 0.20%p 뛰었다. 1년 전보다는 0.82%p 올랐다.


901~950점 구간도 한 달 새 0.22%p 상승했고, 851~900점 차주의 평균금리 역시 0.24%p 올랐다.


지난해보다는 각각 0.82%p, 0.90%p 상승했다.


신용점수가 높을수록 금리 인상 폭이 더 컸던 셈이다.


통상 금리상승기에는 채권 발행 금리와 예금 금리 등 조달비용이 전반적으로 뛰면서 대출금리 전반에 상방 압력이 가해진다.


특히 부실 가능성이 큰 저신용자일수록 높은 가산금리가 붙는 것이 신용 대출의 기본 원리다.


그러나 최근 통계는 신용도가 양호한 차주들은 금리 인상 부담을 떠안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저신용 차주의 금리는 낮아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금융권에서는 정책적 배려를 1차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기조에 발맞춰 은행들이 저신용·취약차주를 지원 대상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정책 지원 효과가 반영되며 저신용 구간의 금리 상단이 제한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역설적으로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중·저신용층에 대한 대출 문턱을 대폭 높인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용점수가 낮더라도 일부 우량 직군에 속한 소수 차주 위주로만 선별 취급되면서, 해당 구간의 집계 평균금리가 기술적으로 낮아졌다는 의미다.


실제 취약계층의 대출 접근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기보다는,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 총량 압박 과정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길어질 때 발생할 부작용이다.


위험 수준이 높은 대출에 적정한 가산금리가 매겨지지 않거나 취급이 왜곡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 둔화에 따라 차주 전반의 채무상환 능력이 저하되고, 연체율 상승이 심화될 경우 은행의 자본적정성에 상당한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생금융 취지는 긍정적이나, 차주의 신용도와 상환 능력에 따른 위험비용이 대출금리에 정교하게 반영돼야 한다"며 "시장 신뢰와 은행 건전성 측면 모두에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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