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회 한국전자전 13일 개막… 500개사 1100개 부스
삼성, 냉장고 식재료 인식 범위 37종에서 대폭 확대
LG, 모듈러 주택부터 공장 안전 감시·데이터센터 냉각까지
LG이노텍 10년 만에 복귀… 부품사도 '피지컬 AI' 전면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한국전자전(KES 2026)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가 꺼낸 사과를 인식해 '입고한 1개 식품을 확인하세요'라는 알림을 띄우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냉장고 문이 열리고 사과 하나가 나왔다. 세로형 화면에 곧바로 팝업이 떴다. '입고한 1개 식품을 확인하세요'. 방금 꺼낸 사과 사진이 그대로 올라와 있었다. '푸드리스트로 이동'을 누르자 목록에 등록됐다. 품목명을 입력하는 과정은 없었다.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57회 한국전자전(KES 2026) 삼성전자 전시관 풍경이다.
KES는 '한국판 CES'로 불리는 국내 최대 전자산업 전시회로, 올해는 500여개사가 1100개 부스를 꾸렸다. 16일까지 나흘간 참관객 7만명이 다녀갈 전망이다. 슬로건은 'AI 인 모션(AI in Motion)'이다.
용석우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회장 겸 삼성전자 사장은 개막식에서 "AI가 가능성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의 변화로, 기업의 성장으로, 새로운 시장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장 본 거 다 아는 삼성전자 냉장고
삼성전자 전시관 입구에서는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폴드8·플립8 28대와 조명 조형물 '프로젝트 루나'를 연동한 미디어아트가 관람객을 맞았다. 맞은편에는 마이크로 RGB 디스플레이가 놓였다.
가전 구역의 중심은 냉장고였다. 그동안 냉장고 카메라가 알아보던 식재료는 신선식품 37종과 가공·포장식품 50종뿐이었다. 안내 직원은 "AI 비전이 약 100만여 가지 식재료 사진을 학습했다"며 "방울토마토인지 일반 토마토인지까지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구글 제미나이가 결합됐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57회 한국전자전(KES 2026)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가 보관 중인 식재료를 바탕으로 요일별 식단과 레시피를 추천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실제 화면 속 푸드리스트에는 17개 품목이 사진과 함께 쌓여 있었고 이 가운데 9개는 '개봉 후 보관 중'으로 따로 분류돼 있었다. 목록에는 토마토와 레몬, 청포도 같은 익숙한 식재료뿐 아니라 아티초크처럼 국내 식탁에서 흔치 않은 채소, 수입 탄산음료와 스파클링 음료까지 이름이 정확히 붙어 있었다. 냉동피자와 아이스크림 바 등 포장 디자인이 제각각인 가공식품도 그대로 인식됐다.
등록된 재료는 곧바로 식단으로 이어졌다. 요일별 플래너에 아침 쇠고기 야채죽, 점심 해물라이스그라탕, 저녁 바베큐립이 사진과 함께 깔렸다. 다만 봉지에 가려진 품목은 사용자가 직접 입력해야 하고, 냉동실은 인식 대상이 아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한국전자전(KES 2026)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스마트싱스 앱으로 로봇청소기를 제어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로봇청소기 구역에서는 집 안 기기를 묶는 방식을 보여줬다. 화면이 '펫 케어'로 바뀌자 TV와 공기청정기, 급식기, 에어컨, 조명이 아이콘으로 떴다. 청소기는 홈캠 없이 카메라로 반려동물 위치를 확인하고 얇은 충전 케이블이나 바닥에 흘린 액체를 인식해 피해 간다.
갤럭시 XR 체험 공간은 예약제로 운영됐다. 호명 후 5분 안에 오지 않으면 예약이 자동 취소되고 1인 1회만 체험할 수 있다는 안내판이 있을 정도로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헤드셋을 쓴 관람객이 허공에 손을 뻗는 동안 옆 모니터에는 그가 내려다보는 도시 조감 화면이 중계됐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AI 기술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드는지 체감할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LG전자, 집 한 채 들여놓고 공장도 옮겨왔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한국전자전(KES 2026) LG전자 전시관 입구에서 홈 로봇 '클로이드(CLOiD)'가 관람객을 맞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LG전자는 전시관을 일상 영역과 산업 영역으로 나눴다. 입구에서 홈 로봇 '클로이드(CLOiD)'가 하트를 띄운 얼굴로 관람객을 맞았다.
일상 영역에는 집 한 채가 통째로 들어섰다. 가전과 냉난방공조, 에너지 솔루션을 모은 모듈러 주택 '스마트코티지'다. 관람객들이 유리문 너머로 실내를 들여다봤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한국전자전(KES 2026) LG전자 전시관에 가전과 냉난방공조, 에너지 솔루션을 모은 모듈러 주택 '스마트코티지'가 설치돼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옆에는 캠핑형 차량 공간 '슈필라움'을 붙여, AI홈 허브 '씽큐 온'으로 집에서 차량 오븐을 예열하거나 차에서 집 안 가전을 제어하는 방식을 보여줬다. 초프리미엄 가전으로 꾸민 '빌라 드 시그니처'에는 투명 올레드 TV와 무선 월페이퍼 TV가 놓였고, 구독 가전 구역에는 냉동얼음정수기와 워시콤보, 식기세척기가 늘어섰다.
사람이 가장 몰린 곳은 산업 영역의 스마트팩토리였다. 실제 생산라인처럼 꾸민 공간에서 자율이동 협동로봇 ‘LG 모마(MoMa)’가 자재를 옮겼다. 한 대는 로봇팔로 투명 케이스를 집어 ‘OK’와 ‘NG’로 갈라놓았고, 다른 한 대는 위에 안전모를 얹은 채 라인을 돌며 주변을 살폈다. 벽면 화면에는 안전모와 안전조끼 착용 여부, 연기, 위험구역 진입이 항목별로 떠 있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한국전자전(KES 2026) LG전자 전시관 스마트팩토리 공간에서 안내 직원이 연기를 피우자 화면에 감지 내역이 표시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감시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은 시연으로 확인됐다. 안내 직원이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카메라 앞을 지나가자 화면 속 영상에 그의 머리를 둘러싼 빨간 사각형이 그어지고 '안전모 위반'이라는 글자가 붙었다.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됐다.
이어 직원이 전시대 안쪽에서 연기를 피웠다. 흰 연기가 울타리 너머로 솟구치자 삼색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고, 화면 오른쪽에 질문이 떴다. "현재 연기가 감지됐습니다. 6119에 신고할까요?" 문구가 나왔다. 위반 내역은 화면 아래에 시각과 함께 쌓였고, 사람이 라인을 일일이 돌지 않아도 이상 상황만 관제센터로 전달된다는 설명이다.
데이터센터 구역은 벽 하나를 통째로 썼다. GPU와 AI 칩에서 나온 고온 냉각수가 40~60도, 냉각수분배장치(CDU)를 거쳐 30~40도, 칠러를 통과하면 7~12도. 칩에서 칠러까지 열이 식어가는 과정을 온도로 늘어놨다. 차량 내부를 구현한 '인캐빈' 공간에서는 전면 유리에 투명 올레드를 적용해 운전자의 시선에 따라 안전·편의 정보를 띄우는 기술을 선보였다.
부품사도 '피지컬 AI' 전면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한국전자전(KES 2026) LG이노텍 전시관에 물방울을 스스로 털어내는 자율주행용 카메라가 전시돼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부품사 부스에서는 AI가 바깥을 보는 장치들이 늘어섰다. 10년 만에 한국전자전에 돌아온 LG이노텍은 '피지컬 AI를 위한 다음 조력자'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유리 상자 안에서는 자율주행 카메라가 물방울이 맺힌 렌즈를 스스로 돌려 닦아냈다. 비나 진흙으로 시야가 가려져도 1초 만에 성능을 회복한다는 설명이다. 옆에는 반사율 10% 기준 200m를 탐지하는 고정형 라이다와 360도 회전형 라이다, 이번 전자전 혁신상을 받은 초박형 조명 모듈 '넥슬라이드 픽셀'이 놓였다.
문혁수 LG이노텍 사장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사업에 대해 "장기공급계약을 계속 체결하고 있고 내년부터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기판은 구미에 파일럿 라인을 가동 중이라며 "아직 공급 단계는 아니고 개발 단계"라고 했다.
이날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김영재 회장의 대덕전자는 반도체 기판 FC-BGA를 내세웠다. 부스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중심이던 AI가 실제 물리 환경에서 움직이는 피지컬 AI로 넘어가고 있다"며 "자율주행차든 휴머노이드든 센서가 인식하고 AI 칩이 판단해 움직이는 순서는 같고, 그 신호를 손실 없이 빠르게 전달하는 게 기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킨지 파브리지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회장이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한국전자전(KES 2026)'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AI가 이미 일상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은 이날 공개된 숫자로도 확인됐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7개국을 조사한 결과 한국 근로자의 70%가 업무에 AI를 쓴다고 답해 미국과 함께 가장 높았고, 이들이 아끼는 시간은 주당 평균 8.2시간으로 집계됐다.
오후 키노트에서 정소영 엔비디아 코리아 대표는 "한국은 피지컬 AI에서 굉장히 중요한 밸류체인 국가가 될 것"이라며 "LG전자와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데 조만간 의미 있는 결과를 소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는 전자와 반도체, 로봇, 제조, 기계 전시회를 AI로 묶은 'K-커넥트 AI'가 처음 통합 개막했다. KEA 창립 50주년에 맞춰 CTA와 'CES 아시아 언베일드 서울'도 처음 함께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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