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투싼 아니다…현대차 인도 1000만대 주역 ‘쌍트로’

데일리안 푸네(인도) =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10.14 19:00  수정 2026.10.14 19:00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쌍트로 출시 6개월 만에 현대차 업계 2위로

작은 차체에 넓은 실내·풍부한 사양

첫 비마루티 ‘밀리언셀러’ 등극

쌍트로 성공 이어 SUV로 중심 이동

1998년 인도에 출시된 현대차 쌍트로 ⓒ현대자동차


현대차가 인도 진출 30년 만에 현지 누적 판매 10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어엿한 현대차의 글로벌 주요 판매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인도에서 현대차를 성장시킨 주역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는 1998년 인도에서 판매를 시작한 이후 올해 9월까지 988만4960대를 판매했다. 1000만대까지 남은 물량은 11만5040대다. 2007년 누적 100만대, 2017년 500만대를 넘어선 데 이어 인도 자동차 시장에 뿌리내린 성과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앞둔 것이다.


현대차가 이처럼 인도에서 판매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출발점에는 작고 키가 큰 차 한 대가 있었다. 1998년 출시된 소형차 '쌍트로'가 주인공이다.


당시 인도 소비자에게 현대차는 이름조차 낯선 한국 브랜드였지만, 쌍트로는 출시 6개월 만에 현대차를 현지 자동차업계 2위로 끌어올렸다. 마루티 스즈키의 인기가 압도적이던 인도 소형차 시장에 현대차라는 두 번째 선택지를 만든 차였다.


현대차는 1998년 9월 쌍트로를 인도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그해 10월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인도 승용차 시장은 마루티 스즈키가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사실상의 독점 시장이었다. 1983년 출시된 마루티 800이 자동차 대중화를 이끌었고, 상위 차급에서는 마루티 젠이 소형 해치백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현대차가 내세운 무기는 단순한 저가 전략이 아니었다. 쌍트로는 지붕을 높게 세운 ‘톨보이’ 설계를 적용해 작은 차체에서도 넉넉한 머리 위 공간을 확보했다. 비포장도로가 많은 현지 도로사정을 고려한 설계로, 좌석 위치가 높고 문도 크게 열려 승하차가 편했다. 가족이 함께 타면서도 복잡한 도심에서는 다루기 쉬운 차를 원하는 인도 소비자의 수요를 겨냥한 설계였다.


편의사양도 당시 소형차 기준으로 풍부했다. 기본형부터 에어컨을 넣었고, 상위 모델에는 파워스티어링과 전동창문, 중앙집중식 도어 잠금장치를 적용했다. 당시 최신기술이었던 999㏄ 다중분사식 엔진도 현대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졌다. 각종 편의사양을 넣은 상위 모델의 가격도 젠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해 ‘가격 대비 많은 것을 주는 차’라는 인식을 만들기도 했다.


현지 판매는 빠르게 늘었다. 1999년 4월 3531대였던 쌍트로의 월 판매량은 같은 해 8월 7002대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당시 마루티 젠의 판매량은 7971대로, 출시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쌍트로가 인도 소형차 시장의 강자였던 젠 판매량의 약 88%까지 따라붙은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 1999년 쌍트로 판매량은 5만8650대로 젠 7만6600대의 약 77% 수준이었으나, 이듬해 1월 쌍트로가 7400대 팔리며 젠(6337대)을 처음 추월했다. 출시 약 15개월 만이다. 2000년 연간 판매량에서도 쌍트로가 6만5490대로 젠 6만5140대를 350대 차이로 앞섰다.


격차는 이후 더 벌어졌다. 2001년 3월 쌍트로는 7780대가 팔리며 젠 6272대보다 24%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물론 현대차는 마루티 전체의 판매량을 넘은 것은 아니지만, 마루티가 장악하던 핵심 소형차급에서 비마루티 차량도 1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쌍트로가 일으킨 ‘톨보이’ 경쟁은 마루티의 대응도 끌어냈다. 마루티 스즈키는 1999년 12월 같은 형태의 왜건R을 출시했다. 이후 왜건R은 쌍트로의 대표적인 맞상대가 됐다. 처음에는 젠을 추격했던 쌍트로가 인도 시장에 새로운 차체 형태를 정착시키며 마루티의 신차와 맞붙는 위치까지 올라선 셈이다.


판매 기록은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그대로 보여준다. 현대차는 쌍트로 판매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인 1999년 3월 인도 2위 자동차 업체로 올라섰다. 2000년 6월에는 쌍트로 누적 판매 10만대를 돌파했고, 2004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처음 10만대를 넘어섰다. 같은 해 12월에는 1만2061대가 팔리며 차급을 통틀어 인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단일 차종에 올랐다. 인도에서 누적 판매 100만대를 넘어선 최초의 비마루티 차량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쌍트로를 통해 현대차가 신뢰를 얻고, 이후 다양한 차종을 판매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쌍트로 이후 i10과 i20, 베르나 등이 고객층을 넓혔고 2015년 출시된 크레타는 현대차의 주력 차종을 소형 해치백에서 SUV로 전환시켰다.


현대차 인도 차량 라인업 ⓒ현대자동차

현재 쌍트로가 맡았던 브랜드의 입구 역할은 베뉴와 엑스터 등 소형 SUV가 이어받고 있다. 올해 1~9월 베뉴 일반형은 10만769대로 전년 동기보다 25.2%, 엑스터는 6만2455대로 24.2% 증가했다. 지난해 현대차의 인도 판매에서 SUV가 차지한 비중은 69.8%로, 현대차는 이를 2030년 80%까지 높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인도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해 시장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린다. 현대차가 14일(현지시간) 준공식을 개최한 푸네공장의 현재 연간 생산능력은 17만대로, 첸나이공장 82만4000대를 합치면 현대차의 인도 생산능력은 총 99만4000대에 달한다.


현대차는 푸네공장의 생산능력을 2028년 25만대, 2030년 32만대로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늘어난 생산 기반을 활용해 현지 수요에 맞는 신차를 적기에 공급하고 수출 물량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쌍트로가 현대차라는 이름을 인도 소비자에게 알렸다면, 푸네공장은 다음 1000만대를 뒷받침할 생산거점인 셈이다. 현대차는 첸나이와 푸네의 역할을 나눠 기존 주력 차종과 전동화 차량의 생산 유연성을 높일 계획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