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팔자'에 코스피 '휘청'
반도체 투심 악화 속 환율 변동성까지
반도체 수출, 환율 하방 압력으로
"시간 필요해 보이는 국면"
원·달러 환율이 약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지난 12일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156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133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고환율이 외국인 수급의 부담이던 국면은 지나갔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성이 외국인 매수 심리를 억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투자심리 개선, 미국 장기채 금리 안정, 중동 불확실성 완화 등 거시경제 변수와 함께 환율 흐름도 국내증시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348.89포인트(5.46%) 내린 6035.35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후폭풍으로 급락장이 펼쳐졌던 지난 7월 말 이후 처음으로 장중 6000선을 내주기도 했다.
개인 매수세가 움츠러든 데다 '반도체 투톱'의 자사주 매입 종료로 수급 절벽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외국인 물량을 받아줄 주체가 사라지며 급락장이 펼쳐진 모양새다.
정다운 LS증권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관 투자자든 개인 투자자든 매수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외국인 순매도가 가격 변동폭을 확대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코스피가 6% 넘게 급락하며 두 달여 만에 6000선 밑으로 떨어진 13일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수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유독 튀어오른 원화 가치
외인 매도심리 부추기는 환차익?
외국인 복귀가 국내증시 상승의 필요조건으로 꼽히고 있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다.
중국 반도체 기술력 강화, 중동 불확실성에 따른 물가 상승, 미국 장기채 금리 고공행진 등이 맞물린 데다 주요국 대비 변동폭이 큰 환율 흐름도 외국인 입장에선 껄끄러운 요소로 꼽힌다.
실제로 하반기 강세를 보이는 달러화의 가치 상승폭은 1%대인 반면, 원화 가치는 14% 가까이 급등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환율만으로 외국인의 공격적 순매도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여타 통화 대비 원화 가치 상승폭 및 변동성이 유독 뚜렷하다. 외국인 수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짚었다.
국내증시 조정 국면에서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 발생이 외국인의 매도심리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순환매 이끌어야 할 수출주
환율 여파로 주가 급락세
국내 반도체 업계 수익성 관련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은 순환매를 주도해야 할 수출주 투자심리까지 악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국내증시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주들은 환율 여파로 하반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동차 대장주인 현대차 주가는 지난달 초 대비 20% 넘게 하락했고,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부상하던 화장품주도 환율 직격탄을 맞았다.
환율 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 전망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당분간 환율 하락 압력 지속
환율 변동성 완화 여부 주목
문제는 반도체가 견인하는 경상수지 흑자와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 등으로 당분간 환율 하방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7년에도 반도체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달러 공급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계속해서 상향 조정되고 있는 (한국) 성장률 전망이 고점을 다지고 안착하거나 하락하는 부근에서 환율 저점 인식 기대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시 방향성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환율 저점을 따지기보단 변동성 완화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현수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에게 중요한 것은 원·달러 환율의 특정 수준보다 원화 약세에 대한 불확실성과 환율 변동성이 낮아지는지 여부"라며 "원화가 안정되면 국내주식 투자 과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환위험이 낮아지고 한국시장에 요구되는 위험 프리미엄 역시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원화 변동성이 진정되고 대외 불확실성 요인들도 완화된다면 외국인의 공격적인 국내주식 순매도 기세가 주춤해질 것"이라면서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이는 국면"이라고 전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