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전기료 최대 10% 인하…한전 부담 쟁점
한전채 한도 19조 초과 전망…25조 선납 제안 배경
부채 210조에도 송·배전망 55조 투자 불가피
전기료 ㎾h당 10원 인상 시 연 5.3조 추가 매출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인상과 재정 지원 필요성을 밝히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전기요금 인하와 송전망 확충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13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전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말 한전채 발행 한도가 축소되면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재정 투입 필요성에도 동의했다.
김 사장이 정부 재정 투입 필요성까지 인정한 것은 한전의 자금 조달 압박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한전은 내년 말 한전채 발행 한도 축소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현재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허용된 발행 한도가 특례 종료 이후 2배로 줄어든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 말 예상 채권 잔액이 축소된 법정 한도를 19조2135억원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한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약 25조원 규모의 전기요금 선납을 제안했던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 향후 5년 치 요금을 미리 받아 채권 발행 의존도를 낮추려 했지만 두 기업의 거절로 무산됐다.
문제는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전기요금 정책이 요금 인하에만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8월 26일 다른 지역의 요금 인상 없이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10% 낮추는 지역별 요금제 설계안을 발표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지역별 요금제 도입으로 기업의 연간 전기요금 부담은 약 2조8000억원 줄어든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전력 소비의 지방 분산을 통해 송전망 건설 부담까지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번 피력했다.
하지만 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는 만큼 한전의 판매수입 감소를 어떻게 메울지는 또 다른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지역별 도매가격제로 전력구입비를 줄이고 재정 지원도 병행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요금제 도입에 따른 구체적인 절감액과 별도 지원 규모는 제시되지 않았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200조원이 넘는 빚에 이자까지 부담하는데 송전망을 건설할 재원이 어디서 나오겠느냐"며 "오죽하면 (한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5년 치 전기요금 선납을 요청했겠느냐"고 지적했다.
지난 7월 16일 서울의 한 건물 전기계량기. ⓒ뉴시스
송전망 확충에도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한전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2030년까지 송·변전 및 배전 사업에만 55조3237억원이 투입된다.
반도체 산업단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가 늘면서 투자는 미룰 수 없지만, 이를 감당할 한전의 재무 여력은 녹록지 않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가 210조7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자비용으로만 하루 평균 약 115억원이 빠져나갔다.
정부는 이 같은 부담을 덜기 위해 내년 예산안에 한전 현금출자 5000억원을 반영했다. 하지만 한전채 발행 한도 축소와 대규모 전력망 투자에 따른 부담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막대한 부채를 줄이고 전력망 투자 재원을 확보하려면 단계적인 전기요금 인상과 발전원가 절감, 정부 재정 지원 등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요금 인상에 따른 재원 확보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윤종일 카이스트(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한전의 연간 전력 판매량을 약 530TWh(5300억㎾h)로 가정할 경우 평균 전기요금을 1㎾h당 10원 올리면 약 5조3000억원, 20원 인상하면 약 10조6000억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늘어난 수입을 통해 한전의 자금 조달 부담을 덜고 전력망 투자 재원도 일부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판매량이 일정하다는 가정에 따른 추산으로, 매출 증가분이 그대로 이익이나 부채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윤 교수는 "정부가 예측 가능한 전기요금 정상화 모델을 제시하고 단계적으로 요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원전의 이용률을 높이고 석탄발전도 전력 공급 비용과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활용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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