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쪼개면 사업도 쪼개진다”…정비사업 권한이양 추진에 현장 반발

이수현 기자 (jwdo95@dailian.co.kr)

입력 2026.10.13 14:03  수정 2026.10.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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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지연·난개발 우려…조합원 부담 커질 것”

“구역지정 아닌 인허가 병목부터 풀어야”

서울시정비사업연합회 관계자들이 500가구 미만 정비구역 지정권한 자치구 이양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수현 기자

“정비사업의 속도는 권한을 나누는 데서 나오지 않습니다. 현장의 병목을 정확히 진단하고 일관된 기준과 책임 있는 행정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빨라집니다.”


김준용 서울시정비사업연합회(서정연) 이사장은 13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일부 정치권이 추진 중인 500가구 미만 정비구역 지정 권한의 자치구 이양에 반대하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시 약 65개 정비구역의 조합장·추진위원장으로 구성된 서정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비구역 지정 권한의 자치구 이양이 사업을 앞당기기는커녕 혼란과 지연, 난개발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일부 정치권에서 정비구역 지정 권한의 자치구 이양을 추진하는 가운데 서울 일부 자치구도 구체적인 제도개선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동작구 등 서울 16개 자치구 정비사업 담당 과장들이 ‘정비구역 지정 권한 이양 자치구 태스크포스(TF)’2차 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권한 이양 기준을 ‘500가구 미만’ 대신 대지 면적 ‘3만㎡ 이하’로 바꿔 법령 개정을 건의하기로 했다.


서정연은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한 후 정비구역 지정 기간이 5년 이상에서 2년 안팎으로 이미 단축됐다고 주장했다. 지연은 추진위원회 승인, 조합설립, 사업시행, 관리처분 등 자치구가 맡은 인허가 단계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정비사업 관련 9개 권한 중 7개는 이미 자치구에 있고 구역지정과 통합심의 2개만 서울시에 있다”며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 이주·철거 등에서 지연이 발생하는데 구역지정은 신속통합기획으로 이미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창신9구역 재개발 관계자는 인허가 지연 사례를 소개했다. 구역 관계자는 “법정 동의율인 75%를 확보해 지난 6월 구청에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을 접수했지만 100일이 넘도록 지정 고시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청에서 전문위원 18명을 위촉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다시 검토하고 있다”며 “특별한 문제가 있다면 보완 요청을 하면 되는데 별도 요청 없이 검토 기간만 길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규모 정비구역이 500가구 미만의 소규모 구역으로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김 이사장은 “권한이 자치구로 나뉘면 인접 구역 간 계획이 따로 움직이고 500가구 기준선이 반대 민원이나 인허가권자의 편의에 따라 큰 구역을 인위적으로 쪼개는 유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비사업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커뮤니티가 조성되고 공사비와 관리비도 줄어든다”며 “가구수가 줄어들수록 관리비와 건축비가 늘어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자치구마다 기준과 심의가 달라질 수 있는 점도 우려했다. 서울시가 통합 관리하던 권한이 자치구로 이양되면 같은 서울에서도 소속 자치구에 따라 기준과 속도가 달라지는 불공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구역지정 과정에서는 용적률과 기부채납, 임대주택 비율 등 조합원 재산권과 직결되는 사항이 결정되는 만큼 서울시 차원의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치구별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심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김 이사장은 “서울시 통합심의에는 건축·경관·교통·환경 등 분야별 전문위원 약 30명이 참여하는데 25개 구가 각자 위원회를 꾸리려면 수백 명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한 달 남짓이면 끝나는 심의가 위원회 구성 기간 동안 멈추고 이후에도 길어지고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며 “심의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가 결국 조합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비사업 권한이 기초자치단체로 이양될 경우 지역 민원과 정치적 압력에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정비사업 특성상 소수의 반대 민원이나 선거 주기에 따라 인허가 결정이 좌우될 위험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이에 서정연은 정부와 국회에 500가구 미만 정비구역 지정 권한의 자치구 이양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는 추진위원회 승인부터 관리처분인가까지 단계별 처리기한을 명확히 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서울시에는 신속통합기획 등 신속 절차를 강화하고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 정비사업 관련 제도를 변경할 때 조합과 추진위원회 등 현장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할 것도 요구했다.


김 이사장은 “권한을 이양해서 500가구 미만 정비사업이 빨라진다면 적극적으로 찬성하겠지만 현실은 오히려 늦어질 것”며 “사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일관성 없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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