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법률 등 전문가 11명 위촉
이전 자문기구 참여한 자금세탁방지 전문가도 빠져
한은 “다채롭게 구성…관련 경험으로 의견 가능”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 사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새 자문위원회의 보안·자금세탁방지 전문성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 등 디지털화폐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도, 새 자문위원회 구성에서는 보안·자금세탁방지 전문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 해킹으로 보안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디지털화폐의 위험을 전문적으로 검토할 인력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자문위원들이 관련 경험을 바탕으로 보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사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적인 위험 검토는 구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1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달 29일 디지털화폐 자문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했다.
해당 위원회는 프로젝트 한강과 프로젝트 아고라, 국채 토큰화 등 주요 사업 본격화에 맞춰 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기구다.
위원은 금융·경제, 법·제도, 사업·기술 분야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됐다.
학계에서는 김영식·이정수·이종섭 서울대 교수, 류경은·신관호 고려대 교수, 신성환 홍익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교수, 함준호 연세대 교수가 참여했다.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 김종승 엑스클립톤 대표, 이종렬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구성원 가운데 사이버보안·정보보호나 자금세탁방지를 주된 전문 분야로 하는 인물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경제·금융·법률·사업 분야의 의견을 모으는 데 더해 시스템 취약점과 금융범죄 위험을 전문적으로 검토할 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안도 그렇고 자금세탁 전문가가 없어 기술적인 리스크와 운영적인 리스크, 두 가지 모두 실질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자금세탁방지 분야 전문가가 참여했던 이전 자문체계와도 대비된다.
이창용 전 총재 당시 운영된 ‘머니앤뱅킹 미래포럼’은 2023년 자문위원 6명으로 출범한 뒤 12명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올해 4월 20일 이 전 총재 퇴임과 함께 위원 전원이 해촉됐고, 당시 참여했던 해당 분야 전문가는 새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은은 기존 기구와 새 자문위의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기존 기구는 여러 부서가 함께 AI·핀테크 등 다양한 금융 관련 주제를 공부하고 의견을 나눴다면, 새 자문위는 한강·아고라 등 디지털화폐 사업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디지털화폐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만큼 기술적·제도적 위험 관리도 자문의 주요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한다.
프로젝트 한강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은행이 고객에게 예금토큰을 발행하는 구조다.
전산시스템과 통신망을 통해 발행·이전되는 만큼 각 기관의 시스템과 연결 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 유출, 거래 기록 변조, 부정 거래, 결제 중단 등이 위험 관리 대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CBDC 시스템을 중요 국가 인프라로 보고, 설계부터 구축·운영까지 전 과정에 걸친 위험 관리 체계를 제시했다.
새로운 기술과 기관·기기 간 연결이 추가적인 보안·운영 위험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거래가 불법자금 이동에 악용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과제다.
자금세탁방지는 해킹이나 정보 유출을 막는 보안과 별개의 영역으로, 이용자 확인과 거래 모니터링, 위험 평가 등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화폐는 기술적인 부분과 제도적인 부분에서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특히 금융권에서도 해킹이 발생하는 상황인 만큼 자문위에 기술적 보안과 자금세탁 위험을 전문적으로 검토할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자문위가 모든 분야를 직접 관리하거나 특정 위원에게 보안 책임을 맡기는 조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화폐제도 전반을 전체적으로 폭넓게 다루는 것”이라며 “보안 담당은 누구, 시스템 운영 담당은 누구라고 하기보다는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술적인 전문성도 있어야 하고, 관련 연구를 많이 하는 분이나 법률·규제 분야도 있어 최대한 다채롭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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