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을 줄이기 위해 등록대부업의 제도권 역할을 다시 세울 때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10.15 07:23  수정 2026.10.1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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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신용자의 제도권 대출절벽 심화…불법사금융 유입 우려

일본식 보증모델, 등록대부업 심사역량 활용해 합법적 신용공급 확대

엄격한 감독 아래 신용개선·금리 인하 연계한 보증체계 마련해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고금리와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이어지면서 가장 먼저 금융의 문턱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은 중·저신용자다.


은행권 대출은 소득과 담보, 신용점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여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저축은행과 카드사의 대출도 문턱이 낮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갑작스러운 의료비, 임차보증금, 생계비, 사업 운영자금이 필요한 저소득층·영세자영업자에게 대출절벽은 곧 생활의 위기다.


문제는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이 막힌다고 자금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급전이 필요한 취약 차주는 결국 가족·지인에게 손을 벌리거나, 고금리 대출과 불법사금융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불법사금융은 법정 최고금리나 계약서 작성, 추심 규율, 개인정보보호, 피해구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영역이다.


불법 채권추심과 협박, 개인정보 유출, 가족·지인에 대한 연락 등은 개인과 가정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다.


불법사금융을 줄이려면 단속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불법시장으로 향하는 신용 수요를 제도권 안에서 흡수할 합법적 금융 통로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제시한 ‘일본식 보증사업 모델’ 검토와 규제 샌드박스 시범 운영 방침은 주목할 만하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중·저신용자에게 대출할 때, 등록대부업체가 신용심사와 보증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법상 대부업체의 보증업무가 제한되어있는 만큼, 참여를 원하는 대부업체와 여신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금융규제 샌드박스에서 우선 시험해 보겠다는 구상이다.


일본에서는 소비자금융회사가 개인 신용대출 과정에서 축적한 심사·채권관리 능력을 활용해 은행 등 금융기관의 개인대출 보증을 제공하는 사례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일본 모델을 그대로 들여오는 일이 아니다. 등록대부업의 심사와 사후관리 역량을 활용하되, 이를 금융감독과 소비자 보호의 틀 안에 넣는 한국형 제도를 설계하는 일이다.


등록대부업을 불법 사채와 동일시해 공급기능까지 위축시키면, 결국 가장 취약한 차주가 불법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


등록대부업은 엄격한 등록·검사·금리규제·추심 규율을 받는 합법 사업자이다. 제도의 빈틈을 악용하는 불법 대부와는 분명히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규제 샌드박스는 제한적이고 단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자기자본, 건전성, 내부통제, 개인정보보호, 민원 처리, 불법추심 이력, 연체율 관리 역량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한 우수 등록대부업체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시험 대상도 소액 생활 안정자금, 성실상환 이력이 있는 차주, 일정한 소득이 확인되는 중·저신용자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범사업의 성과는 대출잔액 확대가 아니라 불법사금융 이용 감소, 연체율, 재차입률, 민원 발생 정도, 신용점수 개선, 금리 인하, 제도권 금융으로의 이동률 등의 지표로 평가해야 한다.


둘째, 신용개선 연계형 보증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초기 금리는 차주의 위험을 반영할 수밖에 없겠지만, 6개월 또는 1년간 연체 없이 성실하게 상환하고 부채를 줄인 차주에게는 보증료와 대출금리를 자동으로 낮춰야 한다.


금융교육, 신용관리, 채무상담 프로그램을 이수한 차주에게도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다.


셋째, 위험과 책임을 분명히 나눠야 한다. 금융회사가 심사와 보증을 제공한다면 부실 발생 때 일정 비율의 손실도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보증수수료만 챙기고 대출을 늘리는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는 방안이다.


또 대출을 실행하는 금융회사도 독자적인 상환능력 심사와 적합성 원칙을 지켜야 한다.


공적 보증은 필요한 범위에서 취약계층의 위험을 보완하되, 전액보증보다는 차등 보증과 성과연동 방식을 통해 모든 참여자가 책임을 공유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일본식 보증사업 모델의 규제 샌드박스는 이러한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대출을 새로 공급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중·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을 피하고, 더 낮은 금리로 이동하며, 성실 상환을 통해 신용을 회복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과잉 대출을 막는 정교한 보증체계, 그리고 엄격한 소비자보호와 책임 있는 감독이야말로 지금 우리 서민금융에 필요한 해법이다.

ⓒ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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