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잠실의 뜨거웠던 ‘라스트 댄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10.12 22:59  수정 2026.10.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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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롯데 팬들로 만원 관중…최종전 2만3750명 입장

김인식 전 감독 시구, 김원형·김태형 감독도 추억 되돌아봐

서로를 안아준 김인식 전 감독과 김태형 롯데 감독. ⓒ 연합뉴스

잠실야구장의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를 보기 위해 평일에도 2만 3750명의 관중이 들어찼고, 그라운드에서는 두산의 우승 역사를 함께 쓴 야구인들이 다시 만났다. 김인식 전 감독의 시구에 이어 김태형 롯데 감독과의 뜨거운 포옹까지, 한국 프로야구의 한 시대를 상징했던 잠실구장은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에서 진한 여운을 남겼다.


두산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2026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이미 순위 경쟁과 상관 없는 두 팀의 대결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성적보다 장소가 지닌 의미가 더 컸다. 1982년 문을 연 잠실야구장이 올 시즌을 끝으로 철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잠실구장은 재정비를 거쳐 2032년 돔구장으로 다시 문을 열 계획이다.


관중 기록도 뒤따랐다. 이날 2만 3750명이 입장하면서 두산은 시즌 누적 관중 150만 7522명을 기록,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 시즌 150만 관중을 넘어섰다. 올 시즌 잠실에서 치른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에 만원 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구단 역사에도 남을 기록을 세운 셈이다.


이날 경기 전에는 두산의 1995년과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김인식 전 감독이 시구자로 나섰다. 김 전 감독은 김원형 두산 감독의 도움을 받아 마운드에 오른 뒤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김 전 감독은 2001년 우승을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당시 두산은 포스트시즌을 단계별로 통과해 한국시리즈 정상까지 올랐다. 정규시즌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가을야구를 시작하는 올해 두산의 상황과도 맞닿아 있는 기억이다.


그는 "1995년 우승도 있지만, 2001년 우승 때가 정말 뛸 듯이 기뻤다. 우리가 플레이오프부터 하나하나 올라가 끝까지 이룩한 우승이었다"며 "이번에 두산이 비록 와일드카드로 올라가지만 야구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끝까지 올라가길 바란다"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김인식 전 감독 시구. ⓒ 연합뉴스

시구 이후에는 뜻깊은 장면이 이어졌다. 김인식 전 감독이 김원형 감독과 인사를 나누던 중 김태형 롯데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옛 스승과 포옹했다. 두산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오랜 시간을 보낸 김태형 감독에게도 김 전 감독과의 재회는 남다른 의미였다.


김태형 감독은 1990년 OB 베어스에 입단해 2001년까지 선수로 뛰었고,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두산 사령탑을 맡았다. 감독 재임 기간에는 2015년과 2016년, 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김인식 전 감독에 이어 두산의 우승 역사를 만든 지도자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포옹은 더욱 특별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원형 감독과 김태형 감독도 잠실에서의 추억을 돌아봤다.


김원형 감독은 "2019~2020년에 두산에서 코치를 하면서 처음 우승을 해봤고, 그러다 보니 내게 뜻깊은 곳이다. 선수 시절에도 이곳은 대한민국의 상징이니까 잠실에 오면 더 승부욕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잠실에서의 마지막 해에 제가 두산에서 감독을 한다는 것 자체도 뜻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태형 감독에게 잠실은 선수와 지도자로서 야구 인생의 상당 부분을 보낸 장소다. 그는 "내 야구 인생이 거의 여기에서 다 있었다"며 "그때를 돌아보면 행복했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잠실야구장은 오랜 시간 두산과 LG의 홈구장이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무대였다. 수많은 우승과 패배, 환호와 눈물이 쌓인 공간은 이제 철거와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 이날 팬들이 가득 메운 관중석과 옛 스승을 향한 제자들의 포옹은 경기 결과와 별개로 잠실이 야구팬들에게 어떤 장소였는지를 보여줬다.


두산은 구단 최초의 150만 관중이라는 기록을 남겼고, 팬들은 잠실에서의 마지막 정규시즌을 함께했다. 2032년 새로운 돔구장이 들어서기까지 잠실의 모습은 달라지겠지만, 이곳에서 쌓인 야구의 기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구를 마친 김인식 전 감독.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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