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스파이’ 발매 전 신곡 무대·콘셉트 공개…공식 생중계도
앞서 선공개 시도한 ‘오드 투 러브’ 음원·음반 자체 기록 경신
먼저 얻은 관심을 꾸준한 청취로…공개 시점과 후속 콘텐츠가 관건
엔시티 위시(NCT WISH)가 신곡을 음원보다 무대로 먼저 선보이며 컴백의 기대를 끌어올렸다. 노래와 안무, 스타일링을 함께 공개해 팬들이 곡의 매력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이야기할 시간을 발매 전에 마련한 것이다. 신곡을 일찍 공개하면 발매 당일의 새로움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지만 무대에서 발견한 매력이 음원을 기다리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12일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엔시티 위시는 이날 오후 6시 미니 4집 ‘아이 스파이’(I SPY)를 정식 발매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지난 10~11일 서울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발매 기념 행사 ‘아이 스파이 유’(I SPY YOU)를 총 3회 개최했다. 소속사 집계 기준 누적 1만 1400여 명의 관객이 찾은 이번 행사에서 엔시티 위시는 동명의 타이틀곡 ‘아이 스파이’를 비롯해 수록곡 ‘위 온 디스 스트리트’(We Own This Street), ‘업그레이드’(UPGRADE) 무대를 음원 공개에 앞서 먼저 선보였다.
이번 선공개는 앨범이 다루는 첫사랑의 감정을 무대와 공간으로 함께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디지털 세계 ‘위시랜드’(WISH LAND)를 구현한 행사장에는 멤버별 6개의 방과 하트 모양 무대가 마련됐다. 팬들이 실시간으로 연애 조언을 건네면 멤버들이 ‘컨퓨즈드 보이’(Confused Boy)에서 ‘러버 보이’(Lover Boy)로 변화하는 참여형 코너도 진행했다.
엔시티 위시 ⓒSM엔터테인먼트
좋아하는 사람에게 모든 감각이 향하는 마음을 담은 ‘아이 스파이’의 퍼포먼스에는 망원경을 형상화한 동작이 들어갔다. 곡 말미에는 무게감 있는 힙합 리듬의 안무를 배치했다. 팬들은 노래가 어떤 감정을 다루는지 듣는 동시에 그 감정이 어떤 몸짓과 분위기로 표현되는지 발매 전에 접할 수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앨범 발매에 앞서 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해 신곡 무대를 먼저 공개해 팬들과 신곡을 처음 만나는 순간을 함께하고 컴백의 설렘과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자 했다”고 밝혔다. 새 앨범의 콘셉트를 구현한 공간 경험과 신곡 무대가 어우러져 앨범의 메시지와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설명이다.
이 첫 경험을 공유하는 대상은 현장 관객으로 한정되지 않았다. 11일 오후 6시 마지막 회차는 유튜브와 틱톡, 위버스를 통한 생중계도 진행됐다. 팬이 촬영한 영상뿐 아니라 공식 채널을 통해서도 발매 전에 무대를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팬 커뮤니티에서는 타이틀곡과 퍼포먼스에 대한 호평이 나왔고 신곡에서 좋아하는 멤버의 파트와 안무를 묻는 글도 올라왔다. 정식 음원이 나오기 전에 곡을 감상하고 취향을 나누는 과정이 시작됐다.
4월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엔시티 위시 첫 콘서트 투어 ‘인투 더 위시 : 아워 위시’ 서울 앙코르 공연 현장.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엔시티 위시는 선공개 전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월 17~19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첫 콘서트 투어 ‘인투 더 위시 : 아워 위시’(INTO THE WISH : Our WISH) 서울 앙코르 공연에서 ‘오드 투 러브’(Ode to Love) 무대를 먼저 선보인 뒤 20일 정규 1집을 발매했다. 공연에서는 곡의 허밍을 활용한 후렴과 손가락으로 입술을 쓸어내리는 포인트 안무도 함께 보여줬다.
발매 이후 성과는 음원과 음반에서 모두 나타났다. ‘오드 투 러브’는 한터차트 기준 초동 판매량 182만 5925장을 기록해 전작 ‘컬러’(COLOR)의 약 139만장을 넘어섰다. 타이틀곡은 멜론 TOP100 최고 3위, 일간 26위에 올랐고 주간 차트에는 30위로 진입하며 기록을 경신했다.
엔시티 위시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신곡 무대를 미리 보여준 뒤에도 정식 발매를 향한 수요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먼저 본 팬들이 무대를 다시 찾아보고 음원을 기다릴 만한 요소를 제공한다면 사전 노출과 발매 이후의 소비가 함께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레드벨벳 ‘더 레드 서머’ 앨범 커버 ⓒSM엔터테인먼트
공연의 열기를 가까운 발매 일정으로 이어가는 방식은 이전에도 활용됐다. 레드벨벳(Red Velvet)은 2017년 7월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VI 인 서울’(SMTOWN LIVE WORLD TOUR VI in SEOUL)에서 ‘빨간 맛’(Red Flavor) 무대를 처음 공개하고 이튿날 음원을 발표했다. 이후 ‘빨간 맛’은 2017년 멜론 연간차트 24위를 기록했고 앨범 ‘더 레드 서머’(The Red Summer)는 해당 주 가온차트 디지털 종합과 앨범 종합 부문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선공개로 인해 곡에 대한 호기심이 감소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라이즈(RIIZE)는 정규 1집 ‘오디세이’(ODYSSEY) 발매 당시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약 40분 분량의 고화질 시네마틱 프리미어 영상을 정식 발매 5일 전 먼저 공개하는 파격적인 전략을 썼다. 대대적인 자본과 기획이 투입된 이 프로모션에 힘입어 ‘오디세이’는 초동 판매량 179만 7267장으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고 타이틀곡 ‘플라이 업’(Fly Up)은 멜론 TOP100 최고 3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대중성과 장기적 흥행을 가늠하는 지표에서는 온도 차가 드러났다. ‘플라이 업’의 멜론 일간·주간 최고 순위는 각각 29위와 34위에 머물렀다. 이는 전작 타이틀곡 ‘붐 붐 베이스’(Boom Boom Bass)의 기록(일간 20위, 주간 21위)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정규 1집으로서 대대적인 힘을 실어 내놓은 대형 앨범이었음에도 음원 성적은 오히려 전작보다 주춤했다. 글로벌 브랜드 협업과 화려한 영상으로 초기 화제성은 확실히 잡았지만 곡과 영상의 사전 노출로 인해 정식 발매 당일 대중이 느낄 신선함이 다소 떨어진 점이 음원 차트에서 전작 이상의 대중적 성과를 끌어내는 데 한계로 분석된다.
엔시티 위시 ⓒSM엔터테인먼트
한 업계 관계자는 “음원과 무대 등 콘텐츠를 먼저 공개하는 것은 소비자의 호기심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며 “실제로 선공개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정식 음원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하나의 놀이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안무와 콘셉트 포토, 세계관에도 신경 쓰고 이후에도 다양한 콘텐츠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엔시티 위시가 다시 던진 선공개 승부수가 이번에도 자체 기록 경신으로 이어질지 시선이 쏠린다. 이미 전작을 통해 무대 선공개와 음원 소비의 긍정적 선순환을 확인한 만큼 이번 신곡 역시 발매 전 화제성을 확보하는 데는 일단 성공적인 모양새다.
그러나 조기 노출에 따른 신선도 약화를 극복하고 정식 발매 이후에도 꾸준한 청취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안무 챌린지, 세계관 연계 등 지속적인 후속 콘텐츠 전략이 필수적이다. 엔시티 위시의 이번 승부수가 또 한 번의 성공 공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컴백 이후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갈 활동의 정교함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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