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사회적 가치 보상받는 새 자본주의로 전환해야"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10.12 14:00  수정 2026.10.12 14:04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이타심만으론 사회문제 해결 한계"…성과 기반 보상체계 강조

사회적 가치 10년 실험…측정·보상 넘어 시장 시스템 변화 제안

세계 사회혁신 리더 15개국 방한…한국 사회적경제 모델 공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2일 서울에서 열린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 ‘Ecosystem Leadership Exchange(ELE)’에서 연설하고 있다.ⓒ사회적가치연구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경제적 보상이 뒤따르는 '새로운 자본주의(New Capitalism)'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지난 10여 년간 추진해 온 사회성과인센티브(SPC) 실험을 토대로 사회문제 해결을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만 맡기지 않고 시장의 보상체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12일 사회적가치연구원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의 '생태계 리더십 교류 프로그램(Ecosystem Leadership Exchange·ELE)' 첫 세션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향후 발전 방향을 소개했다.


최 회장은 "이타심에만 의존해서는 팽창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규모를 확보할 수 없다"며 "자발적 동기를 자극하는 정교한 성과 기반 인센티브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추진해 온 SPC를 "국가와 사회의 비용을 줄여주는 일종의 새로운 방법"이라고 설명하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함께 굴러가듯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이 보상받는 '새로운 자본주의(New Capitalism)'로의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에 대해서도 한계를 지적했다. 최 회장은 "기존 CSR은 예산 투입과 홍보를 중심으로 이뤄져 실질적인 사회적 성과(Outcome)를 측정하는 체계는 상대적으로 부재했다"며 정확한 성과 측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하면 사회적 가치 측정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최 회장은 행복도시락과 행복나래, 사회적기업 MBA, 사회적가치연구원 등 SK가 구축해 온 사회적 가치 생태계를 소개하며 "정밀한 가치 측정에 드는 높은 거래 비용은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구상은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시작됐다. 당시 최 회장은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측정해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SPC 개념을 제안했다.


SK는 2015년부터 국내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성과를 화폐가치로 환산하고, 성과에 비례해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SPC 프로젝트를 운영해 왔다. 최근에는 사회적 가치의 측정과 보상을 넘어 이를 시장경제 시스템에 반영하는 방안으로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행사 참석자들이 12일 서울에서 열린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 ‘Ecosystem Leadership Exchange(ELE)’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WEF 슈왑재단과 사회적가치연구원이 공동 발간한 보고서 'The Impact Economy: Turning Disclosure into Demand'에도 이러한 구상이 담겼다. 최 회장은 보고서 공동서문에서 사회적 가치가 실제 경제적 가치와 자원 배분으로 이어지려면 이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시장의 규칙과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성과 측정 체계가 발전했지만 실제 투자와 시장 수요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사회문제 해결에 따른 혜택은 여러 주체가 나누는 반면 비용은 특정 주체가 부담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성과가 기업의 단기 재무성과나 투자 의사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고서는 사회·환경적 성과가 시장과 금융 시스템에서 인정받고 보상받는 '임팩트 경제(Impact Economy)'를 제시했다. 규제와 투자, 금융 연계, 다자간 협력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에 대한 실질적인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SK의 SPC 프로젝트도 사회적 성과를 경제적 보상과 연결한 주요 사례로 소개됐다.


최 회장이 이날 연설한 ELE는 SEWF가 사회적가치연구원과 함께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하는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이다. SEWF는 첫 프로그램의 개최지이자 연구 대상으로 한국을 선정했다.


SEWF는 2008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출범한 글로벌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로, 각국 정부와 기업, 투자자, 사회적 기업 등을 연결해 관련 정책과 금융, 시장 발전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15개국 19개 기관이 참여한다. 스코틀랜드 기업부 장관과 영국의 성과기반 보상 정책 전문가,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 싱가포르 테마섹재단, 호주·캐나다·미국의 비영리재단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참가자들은 나흘간 국회와 공공기관, 기업·재단 등을 방문해 한국의 사회적 가치 보상 시스템과 관련 정책, 민간 투자 및 지원 구조를 살펴본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협력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구축해 온 경험을 각국의 정책과 시장에 적용할 방안도 논의한다.


SEWF와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의 사회적경제 발전 과정을 분석한 공동보고서 'Building Hybrid Ecosystems: Korea's Experience and Global Lessons'도 발간했다. 보고서는 한국을 완성된 성공 모델이 아닌 새로운 정책과 시장 메커니즘을 지속적으로 실험하는 '살아있는 실험실'로 소개했다.


게리 히긴스 SEWF 대표는 "한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는 정부에서 시작됐지만 민간과 비영리조직이 정책과 기술, 방법론을 더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에도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는 "사회문제 해결에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경제적 자원을 소모하는 일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줄여 더 큰 성장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