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과열론에도 "증설 서둘러야" 삼성·SK 반도체 속도전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10.12 12:47  수정 2026.10.1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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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매출 논란에 AI 인프라 투자 수익성 우려 재점화

최태원 "미·중 증설에 뒤처지면 점유율 축소"…생산능력 확보 강조

SK하이닉스 청주·용인 생산기지 확충…14일 반도체대전 개막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9일 광주 탄약고 부지에서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오른쪽)과 반도체 팹 구축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SK그룹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을 둘러싼 우려가 다시 불거진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인프라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경쟁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픈AI의 매출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글로벌 AI 관련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일(현지시간) 오픈AI가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9월 말 기준 연환산 매출이 500억달러(약 67조원)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앞서 시장에 알려진 700억달러보다 약 200억달러 적은 규모다.


다만 두 수치의 차이가 실제 매출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오픈AI와 경쟁사 앤트로픽의 클라우드 협력사 매출 반영 방식이 달라 추정치에 차이가 발생했다는 해석이다. 이후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9일 오픈AI의 연환산 매출이 올해 말 700억달러에 도달하거나 이를 넘어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매출 규모를 둘러싼 불안감은 일부 완화됐지만, AI 기업들의 수익 창출 속도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 사이의 격차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실제로 오픈AI 매출 관련 보도가 나온 지난 8일 미국 증시에서는 엔비디아 주가가 2.9% 하락하는 등 주요 AI 관련주가 약세를 보였다. AI 서비스 시장의 성장세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에 쏟아지는 투자 규모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를 두고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오히려 생산능력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투자 시기를 놓치면 향후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증설 움직임을 언급하며 국내 기업들의 신속한 대응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과 관련해 "우리도 최대한 빠른 속도로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업체들의 생산능력이 늘어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청주와 용인을 중심으로 생산기반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청주 M15X는 신규 D램 생산기지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중장기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핵심 거점으로 각각 추진돼 왔다.


SK하이닉스는 M15X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HBM이 일반 D램과 동일한 생산량을 확보하는 데 최소 두 배 이상의 생산능력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HBM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제품 생산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웨이퍼 생산능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역시 AI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HBM 경쟁력 강화와 메모리 생산체계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차세대 HBM 개발과 고객사 공급 확대를 놓고 경쟁하는 동시에 AI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D램 등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업계의 생산능력 확대가 향후 공급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AI 인프라 투자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경쟁사들의 신규 생산시설이 비슷한 시기에 가동될 경우 메모리 시장의 수급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HBM은 고객사의 AI 가속기 개발 일정과 공급 인증 절차에 맞춰 생산해야 하는 제품이다. 생산시설을 늘리더라도 고객사별 수요와 제품 전환 일정에 따라 실제 공급 가능한 물량이 달라질 수 있다. HBM과 범용 D램 사이의 생산능력 배분 역시 메모리 업체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오픈AI의 연환산 매출 논란만으로 전체 AI 반도체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지배적 관측이다. AI 인프라 투자는 여러 클라우드 사업자와 AI 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며, 메모리 수요 역시 개별 기업의 매출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구축과 서버 투자 계획 등에 영향을 받는 탓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반도체대전(SEDEX 2026)'에 참가한다. 올해 행사는 300개 기업, 888개 부스 규모로 열리며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장비·소재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기술을 선보인다. AI 투자 과열 우려와 글로벌 증설 경쟁이 맞물린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제시할 차세대 기술 개발 방향과 시장 전망에 관심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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