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개장 한국 야구의 성지…LG·두산 한 지붕 라이벌
수많은 명승부 남긴 곳, 2032년 새 돔구장 시대 앞둬
한국 야구의 성지 잠실구장이 올 시즌을 끝으로 철거된다. ⓒ 뉴시스
한국 야구의 심장이자 성지로 불린 잠실야구장이 44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2일 잠실구장에서는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2026 KBO리그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펼쳐진다. 1982년 개장 이후 수많은 야구팬의 환희와 눈물이 교차했던 잠실의 44년 역사는 비로소 마침표를 찍는다.
서울시의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 사업’에 따라 잠실야구장은 올 시즌 종료 직후인 2026년 12월부터 철거 작업에 들어간다.
기존 야구장 자리에 들어설 신축 돔구장은 3만 석 이상 규모의 최첨단 복합 스포츠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오는 2031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시즌 동안 인근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을 개조한 임시 야구장에서 홈경기를 치른 뒤 2032년부터 새 돔구장 시대를 맞이한다.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 ⓒ 뉴시스
1982년 태동부터 ‘한 지붕 두 가족’ 서사까지
잠실야구장은 1980년 4월 첫 삽을 뜬 뒤 1982년 7월 완공됐다. 그해 9월 열린 제30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를 염두에 두고 건립된 대형 구장으로, 한국 프로야구(KBO) 출범과 궤를 같이하며 성장해 왔다.
좌우 펜스 거리 100m, 중앙 펜스 125m, 좌우중간 120m라는 광활한 그라운드 크기는 당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투수 친화적인 규격 덕분에 잠실은 거포들의 무덤인 동시에 수비와 전략, 투수력의 중요성을 극대화한 전략 야구의 무대가 됐다.
잠실구장을 상징하는 서사는 단연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전 OB 베어스)가 구축한 ‘한 지붕 두 가족’의 역사다. 1986년 OB 베어스가 잠실로 홈을 옮기고,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한 LG 트윈스가 둥지를 틀면서 한 구장을 공유하는 독특한 경쟁 관계가 형성됐다.
동일한 연고지와 홈구장을 두고 펼쳐진 치열한 ‘잠실 라이벌전’은 매년 KBO리그 흥행의 최고 카드 역할을 해왔다. 1루와 3루 응원석이 극명하게 갈라져 펼쳐진 육성 응원과 응원가 대결은 잠실만의 독보적인 야구 문화를 창조했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달성한 LG 트윈스. ⓒ 뉴시스
수많은 명승부와 한국시리즈의 전설이 새겨진 그라운드
잠실야구장은 수많은 역사적 순간과 가을 야구의 잔혹사 및 환희를 품어냈다. 수도 서울이라는 특성상 KBO 포스트시즌 및 한국시리즈의 중립 경기 및 주요 경기가 수시로 열렸고, 수많은 우승 트로피가 이곳에서 들려졌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나온 한대화의 극적인 역전 결승 3점 홈런은 잠실야구장이 낳은 첫 번째 대형 전설이었다. 이후 프로야구 무대에서도 잠실은 명경기 제조기 역할을 도맡았다.
특히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은 아직도 많은 팬의 가슴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맞붙은 최종전에서 9회말 터진 나지완의 끝내기 솔로 홈런은 KBO 역대 가장 드라마틱한 우승 순간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1994년 LG 트윈스의 신바람 야구 우승, 두산 베어스가 2010년대 달성한 왕조 시절의 무수한 환호성 역시 이 흙과 잔디 위에서 피어났다.
지난 7일 열린 LG와 두산의 정규시즌 마지막 잠실 라이벌전 역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LG가 매진 관중 앞에서 7-5 승리를 거두며 단일 시즌 홈 관중 162만 명을 돌파, KBO 역대 단일 구단 최다 관중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린 뒤 잠실과의 정규시즌 고별전을 마쳤다.
잠실구장은 2032년 돔구장으로 다시 돌아온다. ⓒ 뉴시스
불빛 꺼지는 잠실, 새로운 도약을 향해
잠실구장의 불빛은 조금 더 나중에 꺼진다. LG와 두산이 나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 이들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나야 비로소 44년간 비추던 야간 조명탑의 불을 끄고 본격적인 철거 절차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의 추억이 녹아든 곳이지만 노후화된 시설을 정비하고 쾌적한 관람 환경과 기후 변화에 영향받지 않는 최첨단 돔구장을 확보하는 것은 한국 야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팬들과 선수들 모두에게 ‘아듀 잠실’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2032년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낼 잠실 돔구장은 기존 잠실이 쌓아 올린 44년의 역사적 유산을 그대로 이어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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