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가요로 새 얼굴 알린다…중소 아이돌의 리메이크 전략 [가요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10.12 08:30  수정 2026.10.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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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유어 아이즈·유니스, 과거 히트곡을 신곡으로 재해석

원곡 가수와 합동 무대부터 웹드라마까지… 홍보 방식 다변화

익숙한 노래로 모은 관심, 팀의 고유한 매력으로 이어가는 기획이 관건

익숙한 옛 노래가 낯선 신인 아이돌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중소 기획사 소속 신인들이 옛 명곡을 다시 부르거나 원곡의 일부를 신곡에 적극적으로 이식하는 샘플링 시도를 이어가면서다. 활용 범위도 한층 다채로워졌다. 원곡 가수와의 합동 무대는 물론 전용 드라마까지 결합하며, 리메이크 한 곡을 신인에게 관객의 시선을 고정시킬 다각도의 계기로 확장하고 있다.


앳하트(AtHeart)가 주연을 맡은 미드폼 드라마 ‘3+4!’ ⓒ타이탄콘텐츠

11일 타이탄콘텐츠에 따르면 그룹 앳하트(AtHeart)가 주연을 맡은 미드폼 드라마 ‘3+4!’가 지난 2일 티빙과 웨이브 등을 통해 공개됐다. 지난 8월 발표한 룰라의 리메이크곡 ‘3!4!’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작품이다. 원곡이 출시된 1996년과 현재인 2026년을 오가는 타임슬립 서사에 멤버들이 직접 출연했다. 과거의 노래를 재해석하는 시도가 팀의 얼굴과 서사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영상 콘텐츠로 발전한 셈이다.


옛 음악의 익숙한 선율을 활용하는 전략은 대형 기획사에서도 심심치 않게 쓰인다. 르세라핌은 지난 5월 발표한 ‘붐팔라’(BOOMPALA)에 세계적인 히트곡 ‘마카레나’(Macarena)를 샘플링했다. 대중에게 이미 친숙한 멜로디와 시그니처 댄스를 신곡에 접목해 세대와 국적을 가리지 않는 친근한 접근성을 확보한 대표적 사례다.


대중적 인지도를 시급히 확보해야 하는 신인 그룹에게는 여기에 한 가지 과제가 더 더해진다. 노래를 들려주는 단계를 넘어 그 노래를 부른 팀의 이름과 얼굴까지 각인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신인의 이름만으로는 대중의 시선을 끌기 어려운 상황에서 명곡의 제목과 멜로디는 첫 무대를 찾아보게 만드는 유인책이 된다. 원곡을 아는 세대에게는 색다른 재해석의 재미를, 처음 접하는 젠지(Gen Z) 세대에게는 현재 아이돌의 감각적인 보컬과 퍼포먼스로 옛 음악을 향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유니스 ‘하늘땅 별땅’ 무대 ⓒMnet ‘엠카운트다운’ 방송 캡처

유니스(UNIS)가 지난달 8일 발표한 ‘하늘땅 별땅’은 여성 듀오 비비의 1997년 히트곡을 재해석한 노래다. 무대에서 이들은 분홍색 상의와 데님, 니삭스 등을 매치한 비주얼로 90년대 복고풍 분위기를 재현했다. 음악과 스타일링이 삼박자를 이루며 팀을 잘 모르는 시청자도 단번에 무대의 콘셉트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원곡 가수가 신인을 지원사격하기 위해 직접 무대에 서기도 한다. 리센느(RESCENE)는 지난 7월 카라의 ‘프리티 걸’(Pretty Girl)을 리메이크해 발표한 뒤 엠넷(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카라의 니콜과 함께 합동 무대를 꾸몄다. 리메이크에 그치지 않고 선후배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한 볼거리를 더함으로써 원곡과 원곡 가수를 향하던 대중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후배 무대로 이동하도록 접점을 만든 것이다.


앳하트는 이 같은 시도를 하나의 입체적인 스토리텔링 프로젝트로 확장했다. 이들의 ‘타임 트래블 프로젝트’(TIME TRAVEL PROJECT)는 1996년 발표된 국내외 명곡을 재해석하는 장기 작업이다. 카디건스의 ‘러브풀’(Lovefool)을 재해석한 ‘세이 잇’(Say It)에 이어 ‘3!4!’를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특히 ‘3!4!’에는 원곡 작곡가인 이현도가 직접 편곡에 참여했으며 룰라의 채리나가 연계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해 화제성을 더했다.


해당 드라마는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던 멤버 나현이 삐삐를 통해 1996년으로 차원 이동을 하면서 시작된다. 원곡의 발표 연도가 서사의 배경이 되고 과거의 통신기기가 시공간을 잇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특정 리메이크곡을 선택한 개연성을 음악 밖 콘텐츠에서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노래에 이끌려 영상을 찾아온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멤버들의 비주얼과 연기력을 긴 호흡으로 접하게 된다. 원곡의 화제성에만 기대지 않고 팀 본연의 노출 분량을 극대화한 기획이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 ‘드롭 댓!’ 뮤직비디오 ⓒ언코어

그렇다고 모든 옛 가요의 활용이 인지도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CLOSE YOUR EYES)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드롭 댓!’(Drop That!)은 윤시내의 1979년 명곡 ‘이 밤을 즐겁게’를 샘플링했다. 재즈 펑크에 1990년대 스트리트 힙합을 결합한 이 곡은 과거의 유산에서 팀의 독창적인 사운드를 발굴하려는 창작적 접근이다.


리더 전민욱은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우리 음악이 한 장르에 갇히지 않고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드리길 원했다”며 재즈 펑크를 선택한 배경을 밝혔다. 원곡을 모르는 젊은 청자라 할지라도 세련되게 재가공된 리듬과 에너지에 반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옛 음악은 인지도를 빌려오는 수단인 동시에 차별화된 정체성을 완성하는 재료가 된다.


리센느 ‘프리티 걸’ 무대. 원곡자 카라 니콜이 출연했다. ⓒMnet ‘엠카운트다운’ 방송 화면 캡처

최근 중소 기획사 아이돌의 리메이크와 샘플링은협업 아티스트 선정, 무대 연출, 스토리텔링 영상 제작까지 관통하는 포괄적 프로모션 전략으로 진화했다. 물론 연계 콘텐츠가 늘어났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탄탄한 팬덤 형성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원곡에 대한 반가움과 호기심이 멤버 개개인의 이름을 검색하거나 다음 신곡을 찾아듣는 팬덤 유입으로 이어졌는지는 냉정히 살펴봐야 한다. 익숙한 선율이 대중의 시선을 잠시 붙잡아두는 골든타임 동안 무대 위에서는 확실한 가창력과 퍼포먼스를 입증하고 후속 콘텐츠에서는 멤버들의 매력을 아낌없이 보여주어야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옛 가요는 신인 아이돌을 세상에 알리는 훌륭한 나침반이자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획이 거둔 진짜 성과는 원곡을 얼마나 다시 차트에 진입시켰느냐가 아니라 그 노래를 새롭게 부른 팀의 이름을 대중의 기억 속에 얼마나 깊게 남겼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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