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잘 팔려도 물량 부족"…기린 신뢰 따낸 하이트, '이치방' 국내 첫 생산 개시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6.10.12 09:29  수정 2026.10.1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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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20년 수입사에서 생산 파트너로

日 맥주 수요 급증에 공급 안정화 목표

본토 맛 그대로 구현…국내 공급 본격화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이사가 지난 8일 오후 경기 용인시 소재의 하이트진로 통합연구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하이트진로가 일본 기린맥주의 대표 맥주 '기린 이치방 시보리' 국내 생산에 돌입했다. 20년 넘게 기린 제품을 수입·유통해온 하이트진로가 생산까지 맡게 된 것이다.


특히 기린이 아시아 지역 수입 파트너에게 생산 라이선스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생산을 통해 최근 수요가 급증한 일본 맥주의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8일 오후 경기 용인시 통합연구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린 이치방의 국내 생산 개시를 알렸다.


하이트진로와 기린의 협력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일본에서 완제품을 들여와 국내에 공급했지만, 이번 라이선스 계약으로 생산 단계까지 협력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번 생산은 단순히 생산지를 옮기는 방식이 아니라는 게 하이트진로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장인섭 대표는 "기린의 독자적인 이치방 시보리 제조법과 원료, 공정, 품질관리 기준을 그대로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에 적용했다"며 "기술팀 간 교류를 통해 일본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과 같은 맛과 품질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술협약은 단순한 생산 장소의 이전이 아니라 기술과 품질을 함께 발전시키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 하이트, 국내 日 맥주 수요 증가세에 대응


국내 생산을 시작한 배경에는 최근 일본 맥주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정적인 공급의 필요성이 커진 점이 자리한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일본산 맥주 수입량은 지난해 10만322t으로 사상 처음 10만t을 넘어섰고, 올해 상반기에도 5만8305t이 수입돼 전년 동기 대비 33.5%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 맥주 수입량 가운데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6.9%에 달했다.


권광조 하이트진로 권역장이 지난 8일 오후 경기 용인시 소재의 하이트진로 통합연구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권광조 하이트진로 권역장은 "기린 캔맥주가 도입된 이유가 세 가지"라며 "운송 기간을 줄여 신선하게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것과 안정적인 공급, 그리고 그 두 가지를 해소하면서 국내에서 똑같은 맛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맥주의 활약이 엄청나다 보니 국내 일본 맥주 수요와 여러 상황이 맞물리면서 공급량이 부족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며 "수익성 측면보다는 안정적인 공급 차원에 조금 더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국내 생산으로 일본에서 한국까지 제품을 운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한 달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관세와 국제물류 등 해외 공급망 변수에 대한 부담도 낮출 수 있다.


지난달 하이트진로가 기린 이치방 생맥주의 업소용 공급가격을 11% 인상하면서 원부자재와 국제 해상물류비 상승을 원가 부담 요인으로 꼽았던 만큼, 국내 생산은 수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하이트진로는 물류비 절감분을 소비자 가격 인하에 직접 반영하기보다는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생산 제품은 이미 출고를 시작했으며, 기존 일본산 제품이 소진되는 과정에 따라 유통 현장에서 순차적으로 국내 생산 제품으로 전환된다.


경기도 용인시 소재의 하이트진로 통합연구소 전경.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 본토 맛 그대로…1년간 시험생산, 품질 동등성 확보


기린이 하이트진로에 생산을 맡긴 데는 품질을 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됐다. 하이트진로는 라이선스 계약에 앞서 약 1년간 세 차례 이상 시험생산을 진행했다.


전주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매번 일본으로 보내 기린 측의 반응검사와 수치분석을 거쳤고, 정해진 규격을 충족한 경우에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양사는 제법 전수, 기준 검증, 품질 동등성 확보, 지속적인 교류·협업 등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국내 생산 제품이 일본 현지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품질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치방 시보리라는 이름 자체에도 이 맥주의 제조 방식이 담겨 있다.


'이치방 시보리'는 직역하면 '첫 번째로 짜낸 것'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인 맥주가 첫 번째와 두 번째로 짜낸 맥즙을 혼합해 만드는 것과 달리, 이치방 시보리는 올몰트(All malt) 원료를 사용해 첫 번째로 짜낸 맥즙만으로 만든다. 첫 번째 맥즙만 사용하는 것이 이치방 시보리만의 핵심 제조 콘셉트다.


국내 생산 제품에도 기린이 지정한 원료 규격이 적용된다. 효모는 기린의 일본 생산공장에서 공급받아 배양하며, 홉 등 원료 역시 기린이 정한 스펙에 맞춰 사용한다. 제조 방식뿐 아니라 원료와 품질관리 기준까지 일본 제품과 동일하게 맞추는 이유다.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이사(왼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하이트진로 관계자들이 지난 8일 경기 용인시 소재의 하이트진로 통합연구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념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 물류 1개월 단축…초도 150만ℓ로 국내 공급 본격화


초도 생산량은 150만ℓ다. 현재 하이트진로의 전체 생산 규모를 고려하면 대규모 물량은 아니어서 별도 설비 투자나 생산라인 증설 없이 기존 전주공장을 활용할 수 있다. 기린 이치방은 하이트진로가 생산하는 맥주 총량에서 약 8% 수준에 불과하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익산공장의 생산 기능을 전주공장으로 통합하기로 했으며, 전주공장은 소주와 맥주를 함께 생산하는 거점으로 재편되고 있다.


향후 병맥주나 생맥주 등으로 생산을 확대하거나 양사가 신제품·공동상품을 개발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단계는 아니며, 우선 첫 생산과 판매 안정화에 집중한다는 게 하이트진로 측 설명이다.


장인섭 대표는 "이번 기술협약은 단순한 생산 장소의 이전이 아니라 기술과 품질을 함께 발전시키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새로운 브랜드와 새로운 가치를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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