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주담대 급증은 가계 이자 부담의 경고등
선진국식 사전 심사 강화 및 유연한 대환·맞춤형 상환지원이 바람직
취약 차주의 금리 완충·고정금리 전환 위한 정책지원 시급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최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시장에서 연 5% 이상의 금리를 부담하는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대출금리가 조금 오른 문제가 아니다.
주택 구입과 생활자금 조달에 필수적인 주담대의 이자비용이 급증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 주택시장 안정, 금융기관의 건전성에까지 연쇄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정책당국은 가계부채 총량 관리라는 큰 틀을 유지하되, 금리 위험이 취약 차주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대출 시스템과 금융소비자 보호장치를 함께 손봐야 한다.
더 우려되는 점은 고금리 주담대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
주담대 금리는 기준금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고정형 주담대의 대표적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국고채 금리, 글로벌 장기금리, 은행채 수급, 은행의 조달비용과 가산금리 등에 영향을 받는다.
실제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최근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은행이 조달비용 증가를 계속 흡수하기 어렵다면, 결국 대출금리 인상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 상승의 원인은 3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글로벌 채권금리의 상승이다. 주요국의 재정지출 확대, 국채 공급 증가,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는 장기국채 금리를 끌어올린다.
개방경제인 한국은 이를 피하기 어렵다. 미국과 유럽의 국채금리가 오르면 국내 국고채 금리도 영향을 받고, 이는 은행채 금리와 예·대금리로 차례로 전이된다.
둘째, 은행채 공급 증가다. 은행이 만기도래 채권을 차환하거나 대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 발행금리 자체가 올라갈 수 있다.
특히, 고정금리 주담대는 은행채 5년물과 연동되는 경우가 많아, 장기 조달금리 상승이 고정형 대출금리의 상승으로 직결된다.
셋째,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은행의 가산금리 조정이다. 은행은 대출총량 목표를 관리하기 위해 우대금리를 줄이거나 가산금리를 높일 유인을 갖는다.
이는 자산·소득 여력이 큰 차주보다 실수요자와 중저신용 차주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금융 선진국의 성공적 대응은 금리 상승 자체를 억누르기보다, 사전적 상환능력 심사와 사후적 연착륙 지원을 결합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캐나다는 대표적인 사전 예방 사례다.
연방 규제를 받는 금융기관은 주담대를 취급할 때 실제 계약금리보다 높은 가정금리에서 차주의 상환능력을 심사하는 ‘모기지 스트레스 테스트’를 적용해 왔다.
차주는 통상 계약금리에 2%포인트를 더한 금리와 최저 적격금리 가운데 더 높은 금리를 기준으로 상환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금리 상승기에 차주의 지급불능 위험과 금융기관의 부실 위험을 함께 낮추는 장치다.
다만 기존 차주가 만기 때 더 낮은 금리를 찾아 금융회사를 옮기는 것을 지나치게 막지 않도록, 원금과 상환기간이 동일한 단순 대환에는 심사를 완화했다.
엄격한 신규 심사와 경쟁 촉진을 위한 대환 유연성을 조합한 접근이다.
영국은 사후적 완충장치를 마련했다. 2023년, 영국 정부·금융감독청(FCA)·주요 주택담보대출 취급기관은 고금리로 상환 부담이 커진 차주를 돕기 위해 공동 지원 원칙을 마련했다.
이른바 ‘모기지 차터(Mortgage Charter)’라 불리는 동 원칙은 금리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차주에게 맞춤형 상환 지원을 제공하도록 했다.
연체가 없는 차주는 일정 기간 이자만 납부하거나 대출만기를 연장해 월 상환액을 낮출 수 있고, 고정금리 만기 전에 새로운 금리를 미리 확정할 수 있다.
중요한 원칙은 ‘상환 어려움을 상담하는 것 자체가 신용기록에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했다는 점이다. 차주가 연체 직전까지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문제를 줄인 제도다.
결국, 우리도 취약 차주 맞춤형 금리 완충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한 만기연장이나 일괄적 이자 감면은 도덕적 해이와 부채의 만기 구조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대신 소득 감소, 실직, 폐업, 질병, 출산·육아, 전세보증금 반환 등 객관적 충격을 겪은 차주를 선별해 일정 기간 금리 상승분의 일부를 완충하거나, 원금 상환 유예와 분할 상환 재조정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변동금리 차주의 고정금리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
현재처럼 장기 은행채 금리 급등으로 고정형 상품의 진입금리가 과도하게 높으면, 차주는 당장의 금리 차이 때문에 변동형을 택할 수밖에 없다.
정책금융기관과 은행권이 협력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실수요자·취약 차주에게는 고정금리 또는 혼합형 금리 전환에 대한 보증, 우대금리, 전환 수수료 경감 장치를 제공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더라도 가계와 금융시스템이 함께 버틸 수 있게 하는 맞춤형 금리 완충 방안, 고정금리 전환을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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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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