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장난감 쏟아지는데”…K완구는 ‘수천만원 인증’, 中 직구는 무방비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10.01 07:00  수정 2026.10.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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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에 최대 5000만원·6개월…韓 신제품 개발부터 ‘문턱’

커지는 中 스마트토이 시장…해외직구 안전 사각지대 우려

AI에 대규모 투자하는 정부…스마트토이는 정책 ‘관심 밖’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리빙관 완구매장에서 한 어린이가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뉴시스

AI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토이’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완구업계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 확대 속도와 달리 국내 업체들은 제품 출시 부담은 큰 반면 가격 경쟁에서는 중국 직구 제품에 밀리고 있어서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토이는 AI 인형이나 반려동물 로봇처럼 기존 완구에 음성인식과 대화 기능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말한다. 단순히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던 기존 전자완구와 달리 이용자와 대화하거나 반응을 학습하는 제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국내 완구업계에서는 이 같은 스마트토이를 저출생에 따른 시장 축소를 돌파할 대안으로 꼽는다. 완구에서 떠난 소비자를 AI·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제품으로 다시 끌어올 수 있는 데다, 기존 AI 기술을 완구에 접목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 업체들이 스마트토이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넘어야 할 문턱이 높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스마트토이는 제품에 적용된 기능에 따라 전파와 배터리 등 복수의 인증이 필요한 데다, 인증비용과 기간 부담까지 뒤따라서다.


스마트토이는 단순 완구와 달리 전자·통신·배터리 기능 등이 포함돼 ▲KC 안전인증 ▲전파 관련 인증 ▲배터리 인증 등 복수의 절차를 거쳐야 판매가 가능하다. 제품 하나당 인증에만 길게는 6개월 이상이 걸리고 비용도 약 5000만원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


박세원 한국완구협회 부회장은 “장난감은 어린이제품 안전특별법에 따라 주기적인 재확인이 필요하다”며 “5년마다 시험수수료를 다시 부담해야 하고, 색상이나 무늬 등 일부 요소만 달라져도 별도 모델로 재시험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제품 라인업이 늘수록 인증비용도 크게 불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같은 종류의 제품이라도 인증·개발·유통비용이 누적되면서 국내 정식 유통 제품과 중국 직구 제품의 소비자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제품 원가에서 1만원 정도만 차이가 나도 최종 소비자가격에서는 4만~5만원까지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이 같은 가격 격차가 업체들의 제품 개발 유인을 떨어뜨리고 소비자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직구 제품이 늘어날수록 국산 스마트토이의 가격 경쟁력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스마트토이는 초기 개발·인증 비용이 큰 만큼 일정 판매량을 확보해야 후속 제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데, 결국 초기 제품의 시장 안착 여부가 추가 개발 가능성을 좌우한다는 것이다.저가 제품에 밀릴 경우 판매 부진이 다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박세원 부회장은 “완구업계는 복잡한 인증 절차 자체를 없애달라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토이를 국내 완구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면 기존 어린이제품 중심의 인증제도를 AI·전자완구 시장 변화에 맞게 손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어린이가 AI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토이 ‘신비AI’를 가지고 놀고 있다.ⓒ엑스오플레이

업계서는 최근 국내 업체들이 고전하는 사이 중국의 스마트토이 시장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완구업계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중국 완구 소매액 978억5000만위안 가운데 AI 완구 시장은 246억위안으로 약 4분의1을 차지했다.


반면 국내 완구업계의 경영 여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데일리안이 입수한 지난해 국내 주요 완구사 5곳(영실업·미미월드·초이락·아카데미과학)의 매출 합계는 1556억원으로 같은 기간 매출 1800억원대인 레고코리아 한 곳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산 스마트토이 시장이 커질수록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은 ‘안전성’이다. 국내에서 정식 유통되는 제품은 배터리와 전자파 등 관련 안전기준을 확인하기 위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해외직구 제품은 동일한 수준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소비자에게 판매될 수 있다.


정부도 AI를 국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내세우며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대부분이 GPU 등 컴퓨팅 인프라와 대형 AI 모델 개발, 스마트공장 등에 집중되면서 AI 기술을 소비재에 접목하는 스마트토이는 상대적으로 정책적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실정이다.


이는 중국의 정책 방향과 대조적이다. 현재 중국은 AI와 기존 완구산업의 결합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시장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AI와 전통 완구의 융합을 완구산업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AI 육성정책이 반도체나 대형 AI 모델 등 기반 기술에 그치지 않고 기존 AI 기술을 실제 제품에 적용하는 중소기업의 활용 단계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인증 부담을 현실화하는 동시에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세원 한국완구협회 부회장은 “정부의 AI 정책이 대형 모델이나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뿐 아니라 기존 AI 기술을 실제 제품에 적용하는 중소기업의 ‘활용 기술’까지 폭넓게 포괄할 필요가 있다”며 “업계가 원하는 것은 평평하고 공정한 운동장에서 경쟁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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