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시행 8개월”…외식업계, 장애인단체 반발에 ‘혼선’ 여전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9.30 07:00  수정 2026.09.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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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영점은 도입 속도…가맹점은 높은 비용에 ‘제자리’

소상공인 예외조항에 장애인단체 헌법소원…불확실성 확대

정부 지원에도 현장 혼선 여전…“실제 접근성 중심으로 바꿔야”

서울 시내 한 패스트푸드점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다.ⓒ뉴시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제도가 전면 시행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외식업계의 혼선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직영점을 중심으로 도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가맹점은 비용과 매장 여건 등을 이유로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급기야 장애인단체가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위해 마련된 예외 규정을 문제 삼아 헌법소원까지 제기하면서 현장 혼란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세부 기준에 대한 불만이 여전한 상황에서 예외 규정의 존속 여부까지 불투명해지며 업계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장애인단체는 지난 1월 13일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10조의2 등이 장애인의 평등권과 접근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어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해당 조항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가처분도 신청했다.


앞서 정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지난 1월 28일부터 기존에 설치된 키오스크까지 배리어프리 기준을 의무 적용했다. 이때 50㎡ 미만 매장이나 매출 10억 이하의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보조 인력과 호출벨 등 대체수단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장애인단체는 예외조항에 반발하고 있다. 개정 시행령이 휠체어 접근 공간과 점자블록 등 일부 접근성 조치를 축소한 데다 소상공인 등이 보조 인력과 호출벨만으로도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비장애인과 동등한 접근권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국장은 “장애인도 키오스크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는데 시행령에서는 50㎡ 이하 사업장에 이어 소상공인과 테이블오더까지 예외로 두면서 사실상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시행령이 모법에서 정한 범위를 넘어섰다고 보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키오스크는 통상 3~5년마다 교체 시기가 돌아오는 만큼 정부가 교체 주기에 맞춰 충분한 예산을 지원했다면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면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확대할 수 있었다”며 “장애인의 권리를 비용 문제로 제한하기보다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책임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출벨 설치 시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인력 부족 때문에 키오스크를 설치한 1인 사업장 등에 다시 직원을 호출하도록 하는 방식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정부가 충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호출벨이라는 예외를 추가하면서 장애인과 소상공인이 서로 대립하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서울 시내 한 패스트푸드점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다.ⓒ뉴시스

외식업계는 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단체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배리어프리 제도가 장애인의 접근권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만큼 이용 편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헌법소원까지 제기된 데 대해서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미 정부가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과 현장 여건을 반영해 예외조항을 마련한 상황에서 해당 조항이 위헌으로 판단될 경우 배리어프리 기기를 직접 설치해야 하는 매장이 크게 늘어날 수 있어서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이 더딘 주요 원인으로 높은 기기 가격을 꼽는다. 일반 키오스크는 평균 200만원 수준인 반면 배리어프리 제품은 평균 500만원 안팎으로 두 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패스트푸드업체도 직영점과 가맹점 간 도입 속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데일리안이 맥도날드·롯데리아·버거킹 등 주요 3사를 취재한 결과 직영점뿐 아니라 가맹점까지 전 매장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적용을 완료한 곳은 맥도날드가 유일했다.


외식업계는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장애인단체의 헌법소원까지 제기되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장애인의 접근권 보장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상공인에게는 생계와 직결된 비용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제도적 혼선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엘리베이터가 없는 2~3층 매장처럼 장애인의 물리적 접근이 어려운 곳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 등 세부 적용 범위를 둘러싼 의문도 여전히 남아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장애인이 매장 자체에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인데도 키오스크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현장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며 “매장 위치와 건물 구조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한 세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패스트푸드점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다.ⓒ뉴시스

배리어프리 관련 업무의 경우 여러 기관에 나뉘어 있다는 점도 현장의 혼선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설치 기준부터 지원 여부, 위반 시 제재까지 담당 기관이 달라 관련 내용을 각각 확인해야 하는 구조다.


실제로 ▲법과 시행령은 보건복지부 ▲기술 기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상공인 보급 지원은 중소벤처기업부가 맡고 있다. 여기에 ▲차별행위에 대한 진정·조사는 국가인권위원회 ▲시정명령과 과태료 부과·징수는 법무부 소관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모든 소상공인 매장에 일괄적으로 설치하라고 하면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며 “현재 예외규정까지 다시 바뀔 가능성이 생긴 만큼 업계에서는 헌법재판소 판단과 정부의 후속 기준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와 소상공인단체의 지원 사업이 운영되고 있지만 홍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구입 시 최대 700만원, 렌탈 시 연 최대 350만원을 최대 2년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지원을 받더라도 기존 일반 키오스크 비용을 할부나 렌탈료로 내고 있는 점포는 배리어프리 기기 도입에 따른 추가 비용까지 부담해야 해 이중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초점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정책 조정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배리어프리 설치 의무 여부보다 장애인이 실제 이용 과정에서 체감하는 ‘접근성의 수준’을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장애인의 접근권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적인 어려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한쪽에 일방적으로 기기 설치를 요구하기보다 서로의 부담과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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