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대대급 STE 넘어 해·공군·해병대까지 연동하는 합동훈련체계 필요
공통 데이터·표준 기반으로 각 군 훈련체계 연결…AI 활용해 현실성·효율성 높여
합성훈련환경을 ‘디지털 실험장’으로…C4I·유무인체계·국방 AI 검증까지 확대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우리 군의 과학화교육훈련체계는 개별 시뮬레이터에서 출발해 다양한 훈련체계를 연결하는 합성훈련환경(STE)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
그러나 미래 전장에 대비하기 위한 과학화교육훈련체계의 발전은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미래 전쟁에서는 각 군의 개별 전투 능력뿐 아니라 여러 영역과 전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해 합동작전을 수행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 전장은 육군과 해군, 공군, 해병대가 각각 독립적으로 싸우는 공간이 아니다.
육상·해상·공중은 물론 우주와 사이버 영역까지 연결되고, 유·무인체계와 다양한 센서, 지휘통제체계가 하나의 작전환경 안에서 상호작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훈련 역시 이러한 환경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각 군은 임무와 작전환경에 맞춰 과학화교육훈련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각 군의 훈련체계가 공통된 환경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호 연동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필자는 현재 추진 중인 육군의 대대급 합성훈련환경(STE) 구축사업이 이러한 변화의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본다.
실기동(Live), 가상(Virtual), 구성훈련(Constructive)을 하나의 환경에서 연동하고, 대대급 부대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활용한 전술훈련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업이다.
향후에는 여단급 훈련과의 연계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육군 STE가 성공적으로 구축되더라도 그것이 최종 목표일 수는 없다.
미래전은 특정 군의 영역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육군에서 축적한 합성훈련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해군과 공군, 해병대 등 각 군의 훈련체계가 필요에 따라 연동될 수 있는 합동 합성훈련환경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각 군의 훈련체계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각 군의 고유한 임무와 훈련체계를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경우 서로 연결할 수 있도록 공통된 데이터 구조와 표준, 연동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반이 갖춰진다면 육군의 지상작전에 공군 전력이 참여하고, 해군의 해상작전과 해병대의 상륙작전이 동일한 가상 전장환경에서 연계되는 합동훈련도 더욱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여러 시뮬레이터를 동시에 가동하는 것과는 다르다. 각 군이 동일한 작전상황을 공유하고 공동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서로의 판단과 행동이 다른 전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훈련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필자가 앞선 글에서 제안한 ‘AI-STE’ 역시 이러한 합동환경으로 확장될 때 활용 가치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AI-STE는 군의 공식 사업 명칭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합성훈련환경을 더욱 지능화하는 발전 방향을 의미한다.
AI는 교관과 지휘관의 훈련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다양한 가상 적군의 행동과 전장상황을 생성하며, 훈련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합동훈련으로 범위가 넓어질수록 생성되는 정보는 더욱 복잡해진다. 지상부대의 위치와 화력뿐 아니라 항공·해상전력, 감시정찰자산, 무인체계, 사이버·전자기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을 사람이 모두 실시간으로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AI가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훈련상황을 구성하며 사후 평가를 지원한다면 합동훈련의 현실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할 부분이 있다.
미래의 합성훈련환경은 교육훈련체계 안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휘통제체계(C4I)와 유·무인 복합체계, 국방 AI의 발전을 지원하는 검증환경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훈련을 통해 새로운 전술과 전투수행 절차를 시험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 지휘통제체계와 무기체계의 개선에 활용하는 것이다.
새로운 무인체계나 AI 기반 의사결정지원체계 역시 실제 작전에 투입하기 전에 합성환경에서 다양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시험하고 검증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연계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훈련 데이터와 작전 데이터는 성격과 보안 수준이 다르다. 군사기밀 보호와 망 분리, 데이터 신뢰성, AI 결과의 검증, 각 체계 간 연동표준 등의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따라서 모든 훈련 데이터를 실제 작전체계와 직접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보안과 검증 절차를 거친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훈련과 작전, 시험평가가 서로 완전히 분리된 구조에서 벗어나 각각의 경험과 데이터를 필요한 범위에서 다시 활용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과학화교육훈련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는 장병이 무기체계를 숙달하는 것이 훈련체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
앞으로는 새로운 전술을 시험하고, 유·무인체계의 운용 개념을 검증하며, AI가 다양한 전장상황을 학습하고 평가받는 공간으로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
합성훈련환경이 단순한 ‘훈련장’을 넘어 미래 전투체계를 시험하는 디지털 실험장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군도 이미 합성훈련환경을 다영역 작전과 합동훈련으로 확장하고 AI를 활용해 가상 적군의 행동과 훈련평가를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우리 군 역시 해외 사례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작전환경과 우리 군의 지휘구조, 무기체계에 맞는 합동 합성훈련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STE가 서로 다른 훈련체계를 연결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면, AI는 그 안에서 생성되는 정보를 분석하고 훈련을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는 육군을 넘어 각 군의 훈련체계가 필요한 순간 하나의 전장환경 안에서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방향을 우리 군이 준비해야 할 차세대 과학화교육훈련체계, ‘Next-STE’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2040년의 전장을 준비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기체계의 숫자만이 아니다.
변화하는 전장환경을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며, 각 군과 다양한 전력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AI와 유·무인 복합체계의 비중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 변화에 맞춰 훈련환경도 발전해야 한다.
육군 STE는 완성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앞으로는 개별 시뮬레이터를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활용해 훈련환경을 지능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육군과 해군, 공군, 해병대가 하나의 전장환경에서 함께 훈련할 수 있는 합동 합성훈련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방향이 미래 전장에 대비해 우리 군의 과학화교육훈련체계가 나아가야 할 중요한 발전 방향이라고 본다.
서성만 네비웍스 부사장.ⓒ네비웍스
글/ 서성만 네비웍스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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