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용산·태릉 등 주민·지자체 반발
미·이란 전쟁에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
수요 억제 위주 부동산 정책…“규제 완화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가 여러 차례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주택 공급 대상지 인근 주민 반대가 여전하고 건설경기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대출 축소 등 규제를 연달아 강화하면서 주택 공급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 노동조합 5곳은 이날 오전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과천경마공원 이전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들 단체는 회견 이후 정부에 과천경마공원 이전 반대 서명지 10만9000여 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새 정부 출범 후 9·7대책과 1·29대책을 발표하며 주택 공급 확대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주택 공급 속도는 지지부진하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만 총 135만 가구 착공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전쟁과 지역 주민 반대 등 여러 변수가 겹치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정부는 지난 1월 29일 과천경마공원·방첩사와 용산국제업무지구, 태릉CC 등 서울과 그 인근 지역 주택 공급 확대 대책(1·29 대책)을 발표했다. 또 이달 15일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는 과천경마공원·방첩사 부지와 태릉CC를 기존 계획보다 1년 이른 2029년 착공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청년과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이 살 수 있는 공공분양 주택을 적극 공급하기로 했다. 1·29대책을 발표하며 청년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의 양질 주택을 중점 공급하겠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혼부부 주거지원은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는 방안의 하나로 고령친화주택은 우리 사회의 현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수도권 및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에 따라 증가한 1인 가구와 기타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지원도 꼭 필요한 사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문제는 실제 주택 착공 여부다. 정부가 발표한 공급 대상지 인근 지역 주민 반대가 강해 공급 지연 우려가 여전하다. 태릉과 과천, 용산 주민들은 여러 차례 대책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공급 부지에 있는 지자체 반대도 변수다. 내달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선거 이후에나 주택 공급 속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과천경마공원 모습. ⓒ뉴시스
이미 과천시장과 용산구청장, 서울시장에 출마한 다수 후보들이 정부 대책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과천에서는 현 시장인 신계용 후보가 경마공원 이전을 반대하고 있고, 용산구청장 후보들도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가구 주택 공급 계획에 반대 또는 조정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정부도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방안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 2월부터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한 신규 부지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이날까지 한 곳도 공개하지 못했고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도 미궁 속이다. 과천경마공원·방첩사 부지 이전계획도 올해 상반기까지 수립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발표 시점은 미지수다.
지난해 9·7대책에서 발표된 유휴부지 중 성대야구장(2100가구)은 민간참여사업으로 추진돼 지난 28일 현대건설과 중흥건설·태영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 외 송파구 위례업무용지와 서초구 옛 한국교육개발원 용지 등은 사업 진행 속도가 더디다.
건설경기 악화…주택 공급 속도 지연 우려
올해 수도권 착공 물량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수도권에서 3만7170가구가 착공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까지 기록한 3만6058가구보다 3.1% 늘었다.
건설현장.ⓒ뉴시스
다만 올해 초 미국과 이란 전쟁 등 국제정세가 급변하면서 건설사의 사업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이란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원유 가격이 올랐고 환율 상승도 부추기면서 건설자재 가격이 상승한 탓이다.
착공 전 주택 공급 선행지표인 인허가 물량은 지난해보다 적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주택 인허가는 4만361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1537가구)보다 감소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역에서 인허가 물량이 줄었다.
건설업계에서는 사태 장기화 시 건설현장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건설원가가 오르면서 업계가 타격을 입었는데 그 충격에서 회복하기도 전에 다시 한번 원가 상승 압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022년 이후 거의 모든 건설사가 수익성이 보장된 사업만 참여하는 등 보수적으로 사업을 해왔다”며 “유가 상승으로 건설원가가 급등하면 건설사들은 더 신중하게 사업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규제 중심 부동산 정책도 공급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대출 한도 축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서울 전역 규제지역 지정 등 수요를 억제했다. 공사비 상승세에 분양가가 늘었는데 해당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수요가 줄어드는 셈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현재 부동산 시자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공사비 상승세, 정부의 대출 규제로 기업이 주택을 짓기 어렵다”며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 한도 확대와 비아파트 1주택 제외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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