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물가 21.9% 급등…생활물가는 2.9%로 확대
근원물가 2.2% 정체에도 체감물가 압박은 커져
2022년 유가 충격 닮은 흐름…서비스 전이 여부 관건
정부 “석유류 최우선 대응”…5~6월 물가가 분기점
정부가 석유류 가격을 물가 대응의 최우선 과제로 올려놨다. 4월 소비자물가는 2.6%, 생활물가는 2.9%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5~6월 유가 흐름이 체감물가와 서비스 가격 전이 여부를 가를 분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챗지피티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4월 소비자물가가 다시 2%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숫자만 보면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이다. 3월 2.2%에서 한 달 만에 0.4%p 높아졌다. 정부가 제시한 표면적 설명은 비교적 단순하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하락했지만 중동전쟁에 따른 석유류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숫자의 뒷면이다. 4월 물가는 농산물과 가공식품, 근원물가가 동시에 흔들린 결과가 아니다. 농축수산물은 0.5% 하락했고,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2.2%로 3월과 같았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도 2.2%로 전월 2.3%보다 낮아졌다. 물가의 기조적 압력이 갑자기 커졌다기보다, 주유소 가격이 헤드라인 물가를 밀어 올린 구조에 가깝다.
석유류 물가는 4월에만 21.9% 뛰었다. 3월 상승률 9.9%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확대됐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4월 배럴당 67.7달러에서 올해 4월 105.7달러로 껑충 뛰었다. 휘발유 가격은 같은 기간 리터(ℓ)당 1647원에서 1986원으로, 경유는 1513원에서 1979원으로 상승했다.
장바구니 안정에도 기름값 ‘천정부지’…체감물가 흔들었다
4월 세부 지표는 물가 흐름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체적인 장바구니 물가의가 안정적인 흐름에에 실제 근원물가는 2.2%에 머물렀다. 계절적 요인이나 에너지 충격을 걷어낸 물가 흐름은 정부가 목표로 내건 2%대 물가에 부합했다. 정부가 ‘근원물가가 안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는 배경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매일 체감하는 물가는 근원물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생활물가지수는 3월 2.3%에서 4월 2.9%로 뛰었다. 생활물가는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화에 민감한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다.
특히 식품은 1.6%에서 1.4%로 낮아졌는데 식품 이외 품목이 2.8%에서 3.9%로 상승폭이 커졌다. 기름값 상승이 체감물가를 압박한 셈이다.
이 때문에 4월 물가는 2%대 중반이라는 숫자보다 상승을 이끈 품목과 전이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힘은 넓은 품목군에서 동시에 나온 것이 아니라 석유류에 집중됐다는 부분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트보다 주유소, 식탁보다 이동비에서 먼저 부담을 느끼는 국면이다.
정부는 석유류를 최우선 대응 품목으로 보고 민생물가 관리에 나섰지만, 5~6월 가격 흐름이 물가 안정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챗지피티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3%대 벽 앞에 선 5월…기름값은 한 달 늦게 온다
4월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5월과 6월이다. 석유류 가격 상승이 한 달짜리 충격에 그치면 소비자물가는 2%대 중후반에서 버틸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ℓ당 2000원 안팎에서 고착되면 물가상승률은 3%대 문턱을 다시 위협할 수 있다.
4월 전체 물가 상승률 2.6% 중 석유류가 끌어올린 몫만 0.8%p에 달했다. 3월 0.4%p에서 한 달 만에 0.4%p 확대됐다. 다른 품목 흐름이 크게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석유류 기여도가 추가로 높아지면 전체 물가는 3%대에 가까워진다. 물가 전망을 기계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4월 자료만 놓고 보면 3%대 재진입의 방아쇠는 석유류에 걸려 있다.
국제유가 흐름도 변수다. 4월 두바이유는 3월 128.5달러보다 낮아졌다. 그럼에도 전년 동월 대비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가 전월보다 내려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높은 상태가 이어지면 소비자물가에는 상승 압력으로 남는다. 여기에 환율, 정제마진, 재고 반영 시차, 유류세 정책이 겹치면 국내 주유소 가격은 국제유가보다 늦게 움직일 수 있다.
생활물가가 이미 2.9%까지 올라섰다는 점도 부담이다. 생활물가 3%대는 전체 소비자물가 3%대보다 더 빠르게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준다. 매주 주유소 가격을 확인해야 하는 운전자, 물류비 부담을 안는 소상공인, 배달·운송비 영향을 받는 외식업계에는 물가 안정이라는 표현이 멀게 느껴질 수 있다.
서비스물가도 눈여겨봐야 한다. 4월 개인서비스 물가는 3.2% 상승했다. 외식서비스 2.6%로 전월보다 낮아졌는데도 외식 제외 서비스는 3.5%를 유지했다. 유류비 상승이 운송비와 배달비, 원재료 이동 비용을 통해 서비스 가격으로 옮겨붙으면 물가 둔화 속도는 더뎌질 수 있다.
다만 현재 지표만으로 2022년과 같은 전방위 물가 상승이 재연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근원물가가 아직 2%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어서다.
2022년 물가 급등은 유가 충격이 생산비와 운송비, 서비스 가격으로 전이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챗지피티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2022년 유가 충격의 기억…기름값 변수 잡아라
기름값 상승이 물가를 밀어 올린 사례는 이미 있었다. 대표적인 시기가 2022년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물가도 빠르게 높아졌다.
2022년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했다. 당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4.5%,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3.9%, 생활물가지수는 7.9% 올랐다. 처음에는 에너지와 공업제품 가격 충격이 두드러졌다. 시간이 지나며 식품·서비스·생활물가 전반으로 압력이 확산됐다.
연간으로 봐도 2022년 소비자물가는 5.1% 상승했다. 석유류 가격은 22.2% 올라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공식품과 공업제품 가격도 함께 뛰었다. 유가 충격이 단순한 에너지 품목 상승에 머물지 않고, 생산·운송·가공 비용을 거쳐 생활 전반의 가격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물론 현재 물가 환경은 2022년과 다르다. 당시에는 글로벌 공급망 충격과 원자재 가격 급등, 식품 가격 상승, 서비스 회복 수요가 동시에 겹쳤다.
이번 4월 물가에서는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이 상승 압력을 일부 흡수했다. 과거 사례가 보여주는 경고는 유가 상승의 시차 효과다. 통계상으로는 한 달짜리 변동 요인처럼 보일 수 있는 유가 충격이 실제 경제에서는 운송비와 생산비, 서비스 비용을 거쳐 뒤늦게 확산된다.
정부는 석유류를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민생물가 TF를 통해 민생밀접품목을 집중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향은 명확하다. 관건은 유류 가격 자체를 얼마나 누를 수 있느냐와 함께, 유류비 충격이 운송비·가공식품·외식비·서비스 가격으로 전이되는 속도를 얼마나 늦출 수 있느냐다.
5월 물가의 관전 포인트는 3%라는 숫자 하나에만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석유류 충격이 근원물가와 생활물가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벌리는지, 그리고 체감물가 불안이 서비스 가격으로 옮겨가는지 여부다.
4월 물가는 아직 ‘유가발 경고음’에 가깝다. 이 경고음이 5월과 6월에도 이어질 경우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은 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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