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최고구속은 140km 안팎에 머물지만, 주무기 싱커가 살아나며 타자들을 쉽게 요리하고 있다.
임경완(34·롯데 자이언츠)에게는 ‘임작가’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있다.
지난 시즌 팀의 주전 마무리로 낙점 됐지만, 정작 세이브 상황에 등판해 여러 번 승리를 날려 붙은 별명이다. 마무리 투수가 매번 ‘극적인 상황’을 연출한다고 해 팬들이 ‘임작가’라는 별명을 지어준 것.
시즌 중반까지 임경완의 블론 세이브가 계속 늘어나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던 로이스터 감독도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임경완을 내리고 ‘멕시코산 마무리’ 코르테스(36)를 불러들여 뒷문을 맡겼다. ‘홀드왕 출신’ 임경완으로서는 당시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자존심 상하는 씁쓸한 기억이다.
절치부심한 임경완은 올 시즌 들어 180도 달라진 피칭을 뽐내고 있다.
30일 현재까지 18경기에 등판한 임경완은 2승 무패(1홀드)-평균자책점 2.36을 마크, ‘불펜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15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는 동안 4사구는 단 8개만을 내줄 만큼 제구력도 안정됐다.
연타를 허용하지 않으며 기록한 0.245의 피안타율도 1998년 데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렇다보니 지난달 17일 이후 ‘10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롯데 불펜 투수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기록이다. 이쯤 되면 ‘임작가’라는 별명이 지워질 때도 됐다.
임경완은 중간계투 요원이 더 잘 어울리는 투수다.
본인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던 2004년도에도 중간계투 요원으로 부지런히 마운드에 올랐다. 당시 임경완은 생애 첫 100이닝 돌파(105와 1/3이닝)와 함께 4승 6패 22홀드, 평균자책점 3.16을 마크하며 홀드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병역을 마치고 돌아 온 2007년에도 개인 통산 최다승(7승)을 거둔 임경완은 6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3.25를 마크했다. 당시 7위에 그친 어려운 팀 사정 속에서도 임경완은 불펜 핵심요원으로 최선을 다 했다.
임경완이 현재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중간계투 요원으로서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직구 최고구속은 140km 안팎에 머물지만, 주무기 싱커가 살아나며 타자들을 쉽게 요리하고 있다. 특히, 마무리에서 벗어나며 심리적 안정을 찾자 구위도 덩달아 살아났다. 이쯤 되자 롯데 팬들도 2004, 2007시즌 ‘특급 중간계투’ 위용을 드러냈던 임경완의 모습을 기대하는 눈치다.
임경완 본인도 “처음 마무리 보직을 맡았을 때 중간계투 역할을 맡았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역시 마무리는 부담이 큰 자리”라고 인정했다. 그래서 올 시즌을 앞두고 미련 없이 중간계투 요원으로 돌아왔다.
과연 임경완이 ‘임작가’라는 별명을 털어내고 ‘특급 마당쇠’다운 위력을 과시하며 롯데에 ‘가을야구 티켓’을 선사할지, 팬들은 지난해와는 다른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데일리안 = 김현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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