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때도 양도세 중과 직전 양극화 심화
집값 상승폭 낮은 외곽…세금 부담 직격탄
양도세 중과 이후도 문제…매물 잠김에 변동성↑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가 주택 공급 대책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등의 조치를 내놓으면서 집 값 안정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오히려 핵심 입지에 더 많은 수요가 몰리면서 지역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정책으로 이미 지난 수년간 나타났던 부동산 시장 양극화의 간극이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부동산 관련 대책들을 내놓고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시장에선 성과 여부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지난해 3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새해 들어서도 지난달 29일 추가 공급 대책을 발표했고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도 사실상 확정했다. 이 대통령은 연일 SNS에 부동산 관련 글을 올리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엑스(X·옛 트위터)에 "부동산 정상화는 5000피(코스피 5000), 계곡정비보다 훨씬 쉽고 더 중요한 일"이라며 "기회가 있을 때 잡으시기 바란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음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의 집값 안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차 밝힌 것이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 폭이 다시 커지자 구두 경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4주(26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0.31%로 1주일 전(0.29%)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10·15대책 발표 직후인 10월 3주(10월 20일 기준) 기록했던 0.50%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정부는 이전부터 집값 상승 폭 확대를 경계해 왔다. 지난해 6월 정부가 출범한 이후 부동산 대책만 4차례 발표했고 오는 5월 9일 이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사실상 확정했다.
다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부 정책이 서울 집값 양극화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지난해부터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든 데 이어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까지 커지면서 ‘똘똘한 한 채’가 더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똘똘한 한 채’심화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8·2대책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를 도입한 후에도 나타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2018년 4월 1일부터 조정대상지역을 대상으로 기본세율 외 2주택자 10%포인트(p), 3주택 이상 20%p 가산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책 발표 직후인 2017년 8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직전인 2018년 3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3.17% 올랐다. 직전 8개월 서울 아파트 값이 1.59%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오름폭이 커졌다.
해당 기간 송파구(1.54→6.32%)와 강남구(1.95→6.03%), 강동구(1.92→5.02%), 성동구(1.86→4.48%) 등이 아파트 값 상승폭을 키운 반면 노원구(2.33→0.90%), 금천구(1.52→1.11%), 관악구(1.56→1.36%) 등은 오히려 가격 상승률이 낮아지며 서울 내 양극화가 심화했다.
당시에도 부동산 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격 상승 기대감이 높고 학군이 우수한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률이 높았다. 또 서울 외곽에 거주하던 다주택자가 자산을 처분하고 강남권으로 유입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총 5186건(공공기관 매수·계약 해제 건 제외)으로 이 가운데 15억원 초과 거래 비중은 21.1%(1070건)를 차지했다.ⓒ데일리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올수록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집값이 주춤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다주택자들이 가장 가치가 높은 자산을 남기고 매도에 나설 경우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이 낮은 외곽에 매물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 다주택자의 수익이 떨어지지만 기존 주택을 매도하면 세금 부담을 줄이고 주택 매도 차익을 확보할 수 있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수요자가 '똘똘한 한 채'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동안 서울 외곽 집값 상승률은 다른 지역 대비 크게 낮았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원 주간 매매가격지수 기준으로 도봉구는 10년 전인 2016년 1월 첫 주보다 단 0.49% 올랐다. 강북구(4.55%)와 중랑구(8.04%), 금천구(8.08%), 노원구(9.50%) 등 다른 서울 외곽도 상승률이 10%를 밑돌았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평균이 24.96%인 것과 비교하면 오름 폭이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는 모두 동일하게 적용돼 외곽 지역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은 더욱 클 수 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아파트 거래 전 각 구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매수인은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있어 임차인이 있는 주택은 매도가 어렵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 매물이 급감하는 '매물 잠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매물이 감소하면 일부 거래만으로 주택 시세가 결정되는 등 가격 변동폭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에도 수요자가 선호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몰리는 등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지난 정부 시절에도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아 계단식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나왔다"며 "공급이 불안정하면 시장이 불안정해져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주택자들이 여유를 가지고 주택을 매도할 수 있도록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을 일시적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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