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세금 피해 증여 몰려
토허제에 주택 매도 어려워…서울 집값 상승도 여전
높은 취득세 부담…"지역별 집값 양극화 심화 가능성"
서울 송파구 잠실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접수 안내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안 중 하나로 5월 9일 이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예고했다. 지난해부터 주택 증여로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집주인이 늘어난 가운데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방침을 사실상 확정하면서 증여를 택하는 흐름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1~23일 서울에서 증여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된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은 총 53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10건)보다 31.22% 늘었다.
일반적으로 주택 증여는 가격 하락기에 절세 목적으로 이뤄진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는 주택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증여 건수가 늘었다. 지난해 6월 정부 출범 이후 보유세와 양도세 강화 우려가 확산하자 다주택자들이 주택 매도 대신 증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등기정보광장 자료 기준 지난해 전체 증여 건수는 8491건으로 지난 2022년(1만 2142건)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의 65.35%인 5550건이 새 정부 출범 이후인 하반기(6~12월)에 집중됐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증여 건수가 늘어난 것은 이미 집주인 다수가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규제 경험한 점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세금을 포함한 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발표했지만 오히려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던 만큼 이번에도 주택 매도 대신 증여에 나섰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서울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2만2772건으로 전년(1만1778건) 대비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세금 부담이 커지자 증여로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집주인이 많았던 셈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집주인들의 주택 증여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묶여 매도가 쉽지 않고 서울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주택을 보유하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었고 전세를 끼고 주택 매입도 어려워졌다"며 "주택 매도 후 재매입이 어려워진 만큼 증여를 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다만 서울에서 주택 증여 시 높은 세금을 내야 하는 점은 다주택자의 고민을 키우는 요인이다.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공시가격 3억 원 이상의 주택을 증여할 경우 일반세율(3.5%)이 아닌 12%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이는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간의 저가 거래(매매가격이 시가 대비 30% 이상 차이 나거나 차액이 3억원 이상인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래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이 큰 지역은 증여가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그 외 지역은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서울 내에서도 상당히 다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증여가 많았던 지역 또한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이다. 강남구(742건)가 전체(8491건)의 8.73%를 차지했고 송파구(656건)와 양천구(618건) 등의 순이다. 양천구에서는 재건축 기대감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했던 신정동(268건)과 목동(254건)에 증여가 몰렸다.
매물이 나오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달라지면서 시장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속 고가 주택 위주로 집값이 올랐는데 외곽 중저가 주택 위주로 매물이 쏟아질 경우 가격 차가 더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증여 이후에도 가격이 올라갈 만한 지역은 높은 취득세를 부담하고서라도 증여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외곽이라면 그러한 흐름이 덜해 지역별로 시장을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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