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통기한 임박 상품 할인 제도화 추진
폐기 줄이고 가격 낮추고…업계 기대감↑
일각에선 ‘소비 대체’ 한계 지적 목소리도
“정가 훼손 우려 속 정책 설계가 관건”
서울 성동구 이마트24 점포에서 고객이 할인상품을 고르고 있는 모습.ⓒ뉴시스
소비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마감 할인’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기 회복 기대가 식어가는 상황에서 유통기한 임박 식품을 할인 판매하는 구조를 제도화해 소비를 자극하겠다는 구상인데, 이 같은 시도가 내년 소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9로 11월(112.4)보다 2.5포인트(p) 떨어졌다. 차이가 크긴 하지만 비상계엄이 있던 지난해 12월(-12.3%p) 이후 최대 낙폭이다.
CCSI는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부는 플랫폼 사업자와 베이커리·음식점·편의점 등 식품 사업자를 연결하는 ‘마감 할인 활성화 협업 모델’을 추진한다.
소비자가 앱 등을 통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를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베이커리와 편의점 등은 판매 시기를 놓친 재고를 폐기하지 않고 소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가 부담과 인건비 상승 속에서 폐기 손실이 커진 상황인 만큼, 수익성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동시에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의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거론된다. 고물가·고금리 환경 속에서 ‘정가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가격 부담을 낮춘 상품이 소비자 발길을 다시 매장으로 돌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베이커리 업계 관계자는 “빵이나 디저트는 시간 싸움이 가장 중요한데, 마감 할인 구조가 정착되면 재고 관리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며 “유통기한이 짧아 폐기할 수밖에 없던 상품을 할인 판매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관련 정책은 기업 자체적으로 이어져 왔다.
편의점 업계가 대표적이다. 세븐일레븐의 마감할인 서비스 라스트오더는 2020년 업계 최초로 론칭 후 매해 꾸준한 매출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2023년에는 10%에 이어 지난해에는 15%, 올해(1/1~12/25)는 5%의 성장률을 보였다.
관계자에 따르면 라스트오더 도입 이전 재고 처리 비용을 놓고 본사와 가맹점감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의 경우 충분히 상품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폐기를 원칙으로 한다는 이유에서 가맹점의 부담이 상당했다.
그러나 라스트 오더를 도입하면서 다양한 효과를 냈다. 재고 부담이 줄어들면서 상품 발주를 늘릴 수 있게 됐고, 구색 강화 효과로 인해 매출이 동반 상승했다. 일부 미판매 상품이 발생하더라도 ‘라스트오더’ 서비스를 통해 폐기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실제 폐기부담도 크게 줄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2020년 2월 서비스 시작 이후로 2021년 42억원이었던 누적 폐기 절감액이 2022년 72억원으로 늘었고, 2023년 95억원, 지난해 121억원으로 매해 20~30억원 가량 폐기 절감액을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라스트오더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소비자는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점포는 상품 폐기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홈플러스 메가 푸드 마켓 라이브 강서점에서 모델이 창사 이래 최초로 전품목 50%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몽블랑제 베이커리 주요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홈플러스
다만 해당 정책이 실제 소비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할인 구매가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기보다는 기존 소비를 저가로 대체하는 데 그칠 수 있어, 소비심리 자체가 회복되지 않는 한 전반적인 소비 반등으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상시적인 마감 할인 구조가 정착될 경우, 정가 체계가 흔들리거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베이커리나 외식 브랜드의 경우 ‘항상 싸게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정상 판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부담이 나온다.
할인 폭과 운영 방식, 참여 범위를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현장 혼선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매장별 할인 기준이 제각각일 경우 소비자 불만이 발생할 수 있고, 직원들의 가격 설명과 응대 부담이 늘어나는 등 운영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베이커리 업계 관계자는 “마감 할인 자체는 폐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도움이 되지만, 상시 구조로 굳어질 경우 정가 판매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며 “소비자들이 할인 시점만 기다리게 되면 매출 총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을 대규모 소비 부양책이라기보다 침체 국면에서의 ‘관리형 대응’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소비를 크게 늘리기보다는, 버려지는 비용을 줄이고 가격 부담을 완화해 소비 여력을 조금이나마 살리려는 접근이라는 것이다.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할인 체감도를 높이는 동시에, 참여 업종과 품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마감 할인 카드’가 단기 처방에 그칠지, 내년 소비 회복의 작은 불씨가 될지는 결국 소비자와 현장의 반응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마감 할인은 기존에 하던 소비를 싸게 바꾸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기에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단기적인 체감 물가 완화 효과에 그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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