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부상 딛고 2년 연속 파이널 견인
보스턴-클리블랜드 탈락, LA 우승 청신호
진정한 1인자 등극의 기회를 맞은 코비 브라이언트.
코비 브라이언트(31·LA 레이커스)는 설명이 필요 없는 현 NBA(미 프로농구)의 아이콘이다.
고졸 출신으로 96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3순위로 NBA에 입성한 이래, 코비는 빠른 속도로 성장,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90년대를 지배했던 마이클 조던의 은퇴 이후, NBA는 리그를 대표하는 새로운 아이콘을 찾는데 급급했다.
그랜트 힐, 앤퍼니 하더웨이, 빈스 카터, 트레이시 맥그레디 등 수많은 신세대 스타들이 ‘포스트 조던’ 후보로 거론되며 명멸을 거듭했지만,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조던의 후계자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코비 브라이언트 단 한 명뿐이다.
1인자를 향한 도전
코비는 준비된 스타였다. 등장부터 마이클 조던과 가장 흡사한 체형과 플레이스타일로 화제를 모았고, 지기 싫어하는 승부근성과 타고난 스타성, 우승에 근접한 막강한 팀 동료들, 그리고 LA라는 대도시 프랜차이즈를 등에 업은 마케팅 가치까지 코비는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코비는 레이커스에서 1999-00시즌부터 2001-02시즌까지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레이커스에는 NBA 역대 최고의 공격형 센터로 꼽히고 있는 샤킬 오닐(현 피닉스 선즈)이 있었다.
첫 우승 당시만 해도 팀의 중심은 오닐이었고, 코비는 오닐을 보좌하는 ‘2인자’에 불과했지만 해가 지날수록 코비의 기량이 급상승하며 둘의 위상은 미묘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닐과 코비는 3연패를 합작하는 동안 NBA 역대 최강의 ‘원·투 펀치’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그들은 결코 ‘조던과 피펜’ 같은 영원한 공생 관계는 될 수 없었다. 누구보다 1인자가 되기를 갈망했던 코비는 오닐의 그늘을 넘어서길 원했고, 결국 LA는 2004년 오닐을 트레이드하며 리빌딩에 돌입, 코비의 손을 들어줬다.
꿈에 그리던 ‘에이스’ 반열에 올라선 코비는 이제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득점왕에 두 차례 올랐고, 2006년 토론토와의 경기에서는 윌트 체임벌린(100점)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한 경기 81득점’의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2007년 ‘역대 최연소 20,000득점’ 돌파 기록도 차지했고 지난 2008년에는 데뷔 12년 만에 생애 최초로 정규시즌 MVP에 올랐다.
그러나 선수로서 모든 영예를 다 누린 코비에게도 아직 채우지 못한 갈증은 역시 ‘우승’이다. 코비는 오닐과 결별한 이후 더 이상 우승반지를 추가하지 못했다.
그가 팀의 에이스로 올라선 이후, 개인 성적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팀은 오히려 한동안 우승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홀로 많은 득점을 올리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고, 동료들을 믿지 못하는 개인플레이를 펼쳐 ‘이기적인 선수’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코비는 지난 2008시즌 오랜만에 다시 결승무대를 밟으며 우승의 기회를 잡았지만, 케빈 가넷-폴 피어스-레이 앨런이 버틴 보스턴 ‘빅3’의 투혼에 막혀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셔야했다.
왕년의 팀 동료 오닐은 레이커스의 결승 패배 이후 “코비는 나 없이는 우승할 수 없다”며 비아냥대는 랩 음악을 남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자신이 중심이 된 팀에서 아직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는 것은, ‘1인자로서의 코비’가 아직 넘어서지 못한 한계로 남았다.
더 이상 샤크의 저주는 없다
코비는 지난 시즌 종료 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 ‘리딤팀’ 미국농구대표팀에 합류해 8년만의 정상탈환을 이끌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쉴 틈도 없이 다시 개막된 2008-09 정규시즌에서 손가락 부상에도 불구, 레이커스를 2년 연속 서부 컨퍼런스 우승으로 이끌었다.
사실 코비의 손가락 부상은 지난 시즌부터 계속 이어져오던 고질병이다. 보통사람 같으면 수술이 불가피할 만큼 심각한 상태지만,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치료를 시즌 후로 미루고 출전을 강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경기 3~40점 이상을 넣고 팀을 승리로 이끄는 모습은 부상으로도 막지 못한 코비의 승부근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 시즌은 코비가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꼽히고 있다. 지난 시즌 파이널에서 고배를 안겼던 보스턴과 ‘킹’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등 강력한 라이벌들이 모두 탈락하며 코비의 ‘대권행’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
많은 팬들은 ‘조던 vs 매직’ 이후, NBA를 대표하는 두 슈퍼스타인 ‘코비 vs 르브론’의 신 라이벌전을 기대했지만, 클리블랜드의 탈락으로 LA의 파이널 상대는 올랜도 매직으로 결정됐다.
올랜도는 샤킬 오닐과 앤퍼니 하더웨이가 이끌던 1995년 이후 14년 만에 팀 창단 두 번째로 NBA 파이널에 올랐다. 코비와 지난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올해의 수비왕’ 드와이트 하워드가 건재하고 라샤드 루이스, 히도 터콜루 등 재능 있는 슈터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레이커스전에서 강했던 올스타 가드 자미어 넬슨이 어깨부상으로 장기결장중이라는 것이 변수다.
객관적인 전력은 역시 LA의 우위다. 코비를 중심으로 파우 가솔-라마 오덤-앤드류 바이넘-트레버 아리자 등 주전들이 모두 건재한 LA는 보스턴을 상대했던 지난해보다 오히려 전력이 더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체 승률 1위였던 클리블랜드의 탈락으로, 파이널에서의 홈코트 어드밴티지를 LA가 가져가게 됐다는 것도 행운이다.
하지만 다소 찜찜한 것은 올 시즌 LA가 올랜도를 상대로 두 번 모두 패했다는 점이다. LA는 또 다른 라이벌이던 클리블랜드와 보스턴을 상대로 각각 2승으로 모두 우위를 점했다. 올랜도는 부상으로 결장 중인 넬슨이 LA와의 두 경기에서 모두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하며 27.5점으로 포인트 가드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 넬슨의 파이널 출전 여부는 현지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코비는 올랜도전에서 34.5점을 기록했다.
코비는 지난해의 아쉬움을 딛고 과연 꿈에 그리던 4번째 우승반지를 추가할 수 있을지 농구인생의 최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코비가 ‘오닐과 조던의 그늘’을 넘어서 진정한 1인자로 설수 있을지 이번 NBA 파이널에 관심이 모아진다.[데일리안 =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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