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달래고 증권사 쪼는 정부…산타 랠리에 '골치'?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5.12.23 07:16  수정 2025.12.23 07:16

외인 코스피 1조 순매수에도 환율↑

美증시 75년간 산타 랠리 80%

"대내 수급, 꾸준히 달러 매수 우위 전망"

"원화-엔화 동조화…원화 가치 반등 저해할 것"

뉴욕 증권 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크리스마스 장식을 배경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정부가 고환율 진정을 위해 국민연금 환헤지, 증권사 해외주식 투자 이벤트 중단 압박 등 각종 관여 방안을 쏟아냈지만, 효과는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미국 증시 관련 산타 랠리 기대감, 원화-엔화 동조화 현상 등 구조적 여건이 고환율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 정부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85.38포인트(2.12%) 오른 4105.93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6거래일 만에 순매수(1.1조원)에 나선 것이 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뜸했던 외국인 훈풍이 간만에 주식 시장을 끌어올린 모양새지만, 외환시장에선 이렇다 할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서학개미들의 해외주식 환전 수요 등 달러 매수세가 꺾이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환율은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3.8원 오른 1480.1원을 가리켰다.


지난주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발표로 '인공지능(AI) 거품론'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린 만큼, 미국 증시 산타 랠리 기대감이 커지며 투자 수요가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산타 랠리란 12월 마지막 5거래일, 1월 첫 2거래일 동안 주식 시장이 우상향하는 현상을 뜻한다. 특히 미국 증시의 경우, 지난 75년간 10번 중 8번은 산타 랠리가 펼쳐진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내년 초 미국 경제의 '골디락스'를 기대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23일(현지시각) 공개되는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미 고용정보업체 ADP(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의 민간 고용지표 등을 계기로 "골디락스 성사 가능성 및 내년 추가 금리인하 가능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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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서학개미에게 책임을 돌릴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해외 투자 수요가 고환율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을 견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서학개미 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증권사 팔을 비틀어 해외주식 투자 이벤트를 사실상 중단시킨 것도 관련 분석에 기초한 접근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정부가 '최후의 보루'로 평가되던 국민연금 카드까지 소진한 만큼, 외환시장 추가 관여를 위해선 서학개미 수요 억제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국발 산타 랠리 기대감이 커질수록 정부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로 나올 수 있는 당국 조치가 제한적"이라며 "투자를 고려한 대내 수급은 꾸준히 달러 매수 우위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연말 종가 역시 1400원대 중후반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근 두드러지는 원화-엔화 동조 현상도 구조적 고환율을 예상케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권 연구원은 "점진적 긴축 속도 전망에 재정 우려가 더해진 영향으로 4분기 이후 엔화는 원화와 함께 통화가치 하락폭 상위"라며 "무엇보다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 확대 등 '달러 수급'이라는 본질이 유사해진 엔화-원화 동조를 고려하면, 원화 가치의 반등을 저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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