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보>차도 확보 위한 경찰 통제에 격렬히 항의
[2보 : 2009. 05. 29. 20:19]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는 아직 그를 기억하는 시민들에게는 버거운 것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국민장으로 엄수된 29일 영결식장이었던 경복궁과 노제가 열린 서울시청 앞 광장은 노란 물결과 통곡소리로 가득찼다. 16만 5000여명(경찰추산, 추도위 추산 40여만명) 사상 최대의 규모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던 시민들은 서울광장을 비롯해 세종로에서 덕수궁 대한문 인근까지 빼곡했다. 손에는 노 전 대통령의 환한 미소와 ‘내 마음 속 대통령 노무현’이란 글귀가 인쇄된 노란 손피켓과 풍선이, 머리에는 노란 선캡이 자리했다. 그러나 희망찬 노란빛과 달리 시민들의 얼굴은 비통으로 젖었고, 곳곳에서 흐느낌과 통곡이 무겁게 내려 앉았다.
오후 1시 50분경 노제를 마무리하고 영면의 길을 떠나기 위해 수원 연화장으로 길을 떠나는 노 전 대통령을 향해 시민들은 “사랑합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나의 영원한 대통령” 등을 외치며 오열했다. 몇몇 시민들은 “도저히 억울해서 보내드릴 수 없다”며 운구차 앞을 가로막기도 했고, 마지막 모습을 보려 가까이 다가서는 시민들로 인해 운구 차량 행렬은 예정된 시각보다 3시간 가까이 지체됐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운구 차량를 따라 서울역 광장까지 행진하며 작별을 고했다. 고인의 가는 길을 정갈하게 보내려는 듯 자체적으로 질서를 지키거나 쓰레기를 줍는 등 성숙한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의 책임이 현 정부에 있다는 분노와 불신은 강했다. 노 전 대통령은 ‘용서’와 ‘화해’를 당부했지만 남겨진 이들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시민들은 “전직 대통령을 죽게 마든 살인 정권을 방관해야 하느냐”면서 이명박 대통령 하야를 주장했고, 반정부 촛불집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후 3시 운구 차량 행렬이 서울역쪽으로 빠져나간 뒤에도 1만여명 가량의 시민들은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와 서울시청 앞 광장, 태평로 일대를 서성이며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을 우리 가슴에서 온전히 보내기 위해 우리식대로의 추모제를 하고 싶다’는 시민들과 경찰은 결국 충돌했다. 경찰이 운구행렬과 추도 군중이 서울역 방향으로 빠져나가자 시민들에게 인도로 올라갈 것을 요구하며 차량통행을 재개하려 하자 시민들이 불응한 것. 이런 상황에서 오후 3시 25분경 전경버스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이동하자, 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인근 등에 흩어져 있던 시민들이 “경찰이 ‘시민의 광장’을 봉쇄하고 우리의 애도조차 막으려 한다”며 힐난했고, 이내 물리적 마찰로 이어졌다.
“서울시청 앞 광장을 오늘 저녁까지 개방한다고 해놓고 약속을 어기냐”며 강하게 항의하는 시민들을 경찰은 “차량이 통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야한다”고 설득했지만 이미 현정부와 경찰에 대한 반감이 깊은 시민들의 반발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흥분한 시민들은 전경버스에 얼린 물병을 던져 유리창을 깨거나 발길질을 했다. 경찰병력이 투입됐지만 흥분한 시민들과 경찰 사이의 충돌은 십여분 이상 이어졌다.
시민들은 “독재타도” “살인자 이명박은 퇴진하라” “민주주의를 사수하자” 등 구호를 외치며 국가인권위원회와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시민들은 “우리가 슬퍼하고, 우리식대로의 추도를 하는 건 정당하고 진정한 권리”라며 경찰과 현정부를 비난했고, 경찰은 “영결식의 의미와 고인에 대한 추억은 여러분의 집과 일터에서 나눠달라. 국민장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질서를 지키는 것이 고인이 바라는 바이고, 고인을 더 크고 위대하게 높이는 길”이라고 반박했다.
시민들은 경찰의 거듭되는 해산 방송에도 굴하지 않고 연좌시위를 이어갔다. 국가인권위 앞에서는 창조한국당의 유원일 의원이 보좌진들과 함께,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는 ‘안티 이명박’을 이끌고 있는 백은종씨 등이 연좌시위의 선봉대에 섰다. 특히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분신을 시도하기도 했던 백씨는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이 담 긴 영정을 손에 들고 눈물을 흘리며 ‘추모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시민들의 분노는 점차 이명박 정부와 경찰, 검찰에게로 향하는 모습이다. “살인자를 처단하자” “이명박은 물러가라”고 정부에 대한 반감을 표출했고, 경찰을 향해 “광견병 걸린 X들” “죽어도 여길 안 나간다. 사람 죽이는 게 낙인 XX들이니, 차라리 죽여라”고 욕설과 고성을 퍼부었다.
조선, 중앙, 동아 등 이른바 보수 메이저 신문과 KBS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비난을 퍼부었다. 현장에서 촬영중이던 KBS 촬영팀에게 비난을 퍼부어 촬영팀이 철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민들은 촛불을 켜고 ’시민자유발언대’ 등을 이어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만장을 앞세우고 전진을 시도하고 있어, 경찰과의 충돌도 우려되고 있다. [데일리안 = 변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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