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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미제 사건으로 꼽힌 신정동 연쇄 살인사건의 실체가 밝혀진다.
20일 오후 11시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서울 신정동에서 발생해 오랜 기간 미제로 남았던 연쇄 살인사건의 전말이 공개된다.
지난 2005년 6월과 11월, 신정동 주택가에서는 쌀 포대와 대형 비닐봉지에 싸인 여성들의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다. 피해자들은 모두 목이 졸려 사망한 상태로 유기됐으나 범인이 남긴 단서가 적어 수사는 난항을 겪어왔다.
경찰은 신정역 일대 유사 사건과 방송 제보 등 다양한 첩보를 검토하며 사실관계 검증에 나섰다.
2016년과 2020년에는 국과수에 현장 증거물 재감정을 의뢰했으며, 그 결과 속옷과 노끈 등 1·2차 사건 증거물에서 동일한 DNA가 확인돼 두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임을 확정했다.
수사 당국은 약 4년에 걸쳐 방대한 인원을 대조한 끝에 당시 신정동의 한 빌딩에서 관리원으로 일하던 60대 장 씨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장씨는 지난 2015년 암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시신은 화장되어 DNA 확보가 불가능했으나, 경찰은 포기하지 않고 그가 거쳐 간 경기 남부권 의료기관 40곳을 이 잡듯 뒤졌다.
경찰은 이 중 한 병원에서 보관하고 있던 장씨의 검체를 확보했다. 이에 대한 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범인과 일치'였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장씨가 근무하던 빌딩을 찾았다가 그에게 붙잡혀 지하 창고로 끌려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는 범행 후 노끈과 쌀 포대 등으로 시신을 묶어 인근 주택가에 유기했다.
생존자 인터뷰도 공개된다.
생존자 최씨는 "깜깜한 소파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 공간으로 나를 붙잡아 데리고 가려 했다"고 증언했다. 2006년 2월 납치될 뻔했던 최씨는 범인이 자신을 지하실로 끌고 가려 했으며 당시 흉기에 찔린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고백했다.
다만 이 사건은 비슷한 시기인 2006년 5월 신정동에서 발생한 '엽기토끼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엽기토끼 살인사건'은 2015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송을 타며 미제 사건 중 하나로 알려지게 됐다.
경찰은 "엽기토끼 사건은 2006년 5월에 있었고, 신정동 연쇄살인범은 2006년 2월에 강간치상 혐의 현행범 체포돼 9월까지 수감돼 있었다"며 "물리적으로 두 사건 사이 관련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015년 살인사건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이 통과되긴 했지만, 신정동 살인사건은 2005년 발생해 태완이법의 적용을 받지 못했다.
태완이법은 살인죄를 저질러 법정 최고형이 사형인 경우 현행 25년으로 돼 있는 공소 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으로, 지난 1999년 5월 대구에서 발생한 김태완(당시 6세) 군 황산 테러 사건을 계기로 입법안이 됐다.
경찰은 장씨가 이미 사망한 만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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