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캡 일본 사업권 인수, 글로벌 영토 확장
1~3분기 매출 7713억원, 1조원 진입 가시화
물질 특허 방어 성공, 적응증 추가로 시장 확대
HK이노엔 충북 음성군 대소공장 전경 ⓒHK이노엔
HK이노엔이 국산 30호 신약 ‘케이캡’의 일본 사업권을 인수하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섰다.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시장인 일본까지 직접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면서 창사 이래 첫 연 매출 1조원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제네릭(복제약) 등장에 따른 레드오션화를 늦추기 위해 특허 연장과 적응증 추가 등 대응책 마련에도 나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일본 라퀄리아파마로부터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의 일본 내 개발, 제조, 판매 권한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라퀄리아 주식 155만5900주를 취득, 지분율 15.95%로 1대 주주 지위를 공고히 했다.
라퀄리아는 2010년 HK이노엔에 케이캡의 물질 기술을 이전한 원개발사다. 이번 계약은 HK이노엔이 로열티 지급 부담을 덜고, 약 2조원(12억2700만 달러) 규모의 일본 위산분비억제제 시장에서 주도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곽달원 HK이노엔 대표는 “이번 계약은 케이캡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HK이노엔은 이번 일본 사업권 확보로 전 세계 1~3위 의약품 시장인 미국, 중국, 일본 진출 로드맵을 완성했다. 케이캡은 현재 중국, 몽골, 필리핀 등 18개국에 출시됐으며, 전 세계 54개국과 기술수출 및 완제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파트너사 세벨라 파마슈티컬스가 임상 3상을 마치고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확장세와 더불어 국내 실적 호조가 겹치며 HK이노엔의 외형 성장도 가시화되고 있다. 케이캡은 국내 출시 6년 차인 올해 11월 기준 누적 처방 실적 9022억원을 기록하며 블록버스터 신약의 입지를 굳혔다.
업계에서는 케이캡 수익성 개선과 수액제 등 기존 사업의 안정적 성장에 힘입어 HK이노엔이 올해 연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HK이노엔의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은 7713억원으로, 지금까지의 매출 흐름이 이어진다면 1조원 달성은 낙관적이다.
HK이노엔 케이캡 시리즈 ⓒHK이노엔
과제는 치열해지는 국내 경쟁이다. 1조3000억원 규모의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이 기존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에서 P-CAB 제제로 재편되면서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다. 현재 60개가 넘는 제약사들이 케이캡 제네릭 출시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HK이노엔은 특허 방어 전략으로 진입 장벽을 높였다. 당초 케이캡의 물질특허는 2026년 12월 만료 예정이었으나, 의약품 개발과 허가에 소요된 기간을 인정 받아 2031년 8월까지 연장됐다.
제네릭사들은 원존속 기간 만료 직후인 2026년 출시를 목표로 케이캡의 최초 허가 적응증을 제외한 3가지 후속 적응증을 내세워 물질 특허에 대한 소극적 권리 범위 확인 심판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결국 HK이노엔 측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상 2031년까지 독점적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 받게 된 셈이다.
HK이노엔은 케이캡 적응증 추가를 통한 시장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케이캡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위궤양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등 5개 적응증을 보유해 처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여기에 최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장기 복용에 따른 위·십이지장 궤양 예방을 위한 임상 3상을 완료함에 따라 식약처에 6번째 적응증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NSAIDs 투여 환자의 위장관 부작용 예방 시장까지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의 글로벌 성과와 국내 성장세 기반 사상 첫 연 매출 1조원 달성도 유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HK이노엔은 물질 특허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2031년까지 시장 독점권을 확보, 현재 제네릭사들이 공략하고 있는 것은 (2036년 만료 예정인) 결정형 특허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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