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미국 제련소 유상증자, 경영권 방어용…'아연 주권' 포기"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12.15 09:09  수정 2025.12.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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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련소 건설 명분 내세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강한 반발

"이사회 배임·주주충실 의무 위반 소지…절차·사업성 모두 문제"

영풍 사옥 전경. ⓒ영풍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추진 중인 미국 제련소 건설 관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두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해당 안건이 대한민국 핵심 전략자산인 ‘아연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이사회 배임과 상법상 주주충실 의무 위반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15일 영풍·MBK파트너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안건은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엄중한 시기에 회사의 사업적 필요성보다는 최윤범 회장의 개인적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한민국의 핵심 전략자산인 ‘아연 주권’을 포기하는, 국익에 반하는 결정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이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미국 정부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미국 현지에 제련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결의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제련소 투자 규모는 총 10조원 수준이며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와 방산 전략기업 등이 약 2조원 규모의 투자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영풍·MBK파트너스 측 이사들은 “회사의 중장기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사안임에도 사전 보고나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며 “이사회 당일 언론 보도를 통해 관련 내용을 접한 것은 이사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심각한 절차적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특히 투자 구조 자체가 정상적인 사업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상적인 사업 구조라면 투자자는 건설될 미국 제련소(프로젝트 법인)에 지분 투자를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그럼에도 고려아연 본사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택한 것은 최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해 줄 ‘백기사’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아연이 10조원에 달하는 투자 리스크를 대부분 부담하면서 지분 10%를 미국 투자자들에게 내주는 구조는 기형적이며 이사회의 배임 우려는 물론 개정 상법상 이사의 총주주충실 의무에 반할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미국 정부 투자금의 성격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 정부 기관이 해외 민간 기업에 대해 합작법인을 통한 ‘우회 출자’ 방식을 택한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해당 자금이 순수한 투자 성격인지, 아니면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미국 정부를 방패막이로 활용하기 위해 급조된 자금인지 실체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제련소 설립으로 인한 국내 산업 기반 약화와 기술 유출 가능성도 문제로 제기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생산되는 전략 광물은 한국 경제 안보를 지탱하는 핵심 자산”이라며 “미국에 짓겠다는 제련소는 울산 온산제련소 생산능력에 상당 수준 육박하는 거대 규모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던 물량을 미국 현지 생산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국내산 광물의 ‘수출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라는 사익을 위해 ‘아연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는 결단코 용인될 수 없다”며 “금일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업적 실체를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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