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치러지는 제25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 회장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대중적 인지도를 앞세운 ‘스타 작곡가’ 김형석(기호 1번) 후보와 실무 경험과 개혁을 강조하는 ‘현직 이사’ 이시하(기호 2번) 후보의 맞대결로 압축되며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룹 더크로스의 멤버이자 히트곡 ‘돈 크라이’(Don’t Cry)의 작곡가인 이시하 후보는 스스로를 “회원의 비서이자 실무형 일꾼”이라 칭한다. 그는 인터뷰 내내 화려한 청사진보다는 ‘지금 당장 챙겨야 할 돈’과 ‘협회의 구조적 병폐’를 지적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선거 막판 불거진 각종 네거티브 의혹에 대해서는 “단순한 흠집 내기를 넘어선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
“파이 키우기는 허상…‘새는 돈’ 먼저 막아야”
이 후보와 상대 후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징수 확대의 방법론이다. 김형석 후보가 대외 협력과 시장 확대를 통한 ‘징수액 1조 원 시대’를 표방한다면, 이 후보는 “지금 줄줄 새고 있는 돈부터 막는 것이 회원들의 삶을 바꾸는 길”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협회가 징수액 몇 천억 원이 늘었다고 홍보하지만, 이는 코로나 특수로 인한 유튜브 성장이나 케이팝 아이돌 CD 판매량 급증에 기인한 것일 뿐 협회가 잘해서 늘어난 게 아니”라고 꼬집었다. 그는 “CD 판매 수익은 해당 아이돌 곡을 쓴 소수에게만 돌아간다. 전체 회원들의 삶을 개선하려면 징수는 되는데 분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른바 ‘미징수금’과 ‘미분배금’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지목한 ‘새는 돈’의 핵심은 해외 징수와 OTT, 그리고 플랫폼 앨범이다. 이 후보는 “협회 전체 징수액이 4300억원이 넘는데 해외에서 들어오는 돈은 고작 380억원 수준”이라며 “남미, 동남아, 중국 등 현지 저작권 단체들의 행정력이 부족해 우리 돈이 증발하고 있다. 주재원을 파견해 직접 데이터 매칭을 해서 단돈 100억원이라도 더 가져오는 것이야말로 진짜 히트곡 작가들의 삶을 바꾸는 ‘실질적 파이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AI 시대의 저작권 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현실론’을 펼쳤다. 그는 “오픈AI나 구글 같은 거대 기업에게 ‘어떤 데이터를 썼는지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건 원칙적으로 맞지만, 이를 받아내기 위해 법적 공방을 벌이면 4년 임기가 다 지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신 그는 ‘선(先) MOU, 후(後) 확산’ 전략을 제시했다. “저작권 침해 없는 ‘클린 AI’ 기업임을 인증받고 싶어 하는 중소 규모 AI 업체들과 먼저 MOU를 체결해, 매출의 0.5%를 보상금으로 받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글로벌 표준이 되면 거대 기업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기다리지 않고 당장 돈을 받아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자신했다.
이 후보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이사회 영상 및 회의록 공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략 노출’ 우려에 대해 그는 “영업 기밀은 편집하면 그만이다. 핵심은 이사들이 회의에 얼마나 성실히 임하는지, 누가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지 회원들이 ‘볼 권리’를 갖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당선되면 이사회가 회장파와 비회장파로 나뉘어 정치질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모든 과정이 회원들에게 공개된다면 이사들이 파벌 싸움 대신 안건 공부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이버 렉카? 검은 돈? 도 넘은 네거티브에 경고”
이 후보는 자신을 향한 ‘사이버 렉카 연루설’과 ‘과도한 회의비 수령 의혹’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우선 과거 운영했던 유튜브 채널 논란에 대해 이 후보는 “당시 가요계의 부정적 분위기와 정치적 문제를 다룬 콘텐츠였으나, 6년 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음을 스스로 인지해 책임감을 갖고 자진 삭제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콘텐츠를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 내린 결정이었는데, 누군가 이를 무단 저장해 악의적으로 유포하고 있다”며 “이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명예훼손에 해당하며, 원본 유포자뿐 아니라 재배포하는 자 역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또한 ‘저작권료 1000만원 발언설’이나 ‘거액의 회의비 수령설’ 등 금전적 의혹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소설”이라며 일축했다. 이 후보는 “근거 제시도 못 하면서 해명부터 하라는 요구에 장단 맞출 이유가 없다”며 “저작권료 녹취록이나 회의비 자료 등 증거가 있다면 선관위에 정식으로 제출하라”고 역공을 폈다. 다만 “직접 만난 회원들이 정보를 보고 싶어하면 보여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는 네거티브전에 참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잠시나마 상대 후보 선거운동원들의 억 소리 나는 회의비를 똑같이 문제 삼을까 하는 생각도 스쳤지만, 그런 저급한 방식을 따라 하지는 않겠다”며 “품격은 지키되, 근거 없는 비방과 공격에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맥이 일하는 것 아냐…‘회원의 시선’으로 뛸 것”
김형석 후보가 내세우는 ‘화려한 인맥’과 ‘대관 업무 능력’에 대해서도 견제구를 던졌다. 이 후보는 “장관을 많이 만난다고 문제가 해결됐다면 OTT 미징수 사태는 진작 해결됐을 것”이라며 “문체부가 협회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건 인맥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업자와의 실무 협의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끝으로 “누구와 친하다는 것이 능력이 될 순 없다. 회원들이 진짜 원하는 건 유명한 회장이 아니라, 내 통장에 꽂히는 저작권료를 늘려줄 ‘독한 실무자’”라며 “유명세나 외부의 힘이 아닌, 오직 실행력으로 증명하는 회장이 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제25대 한음저협 회장 선거는 오는 16일 서울 강서구 마곡코엑스에서 실시된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