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혼자선 론자·우시 못 이겨…"국내 CDMO, 바이오형 TSMC 생태계 마련해야"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12.11 14:11  수정 2025.12.11 14:18

국내 기업의 공장 자동화 수준 여전히 초기 단계

CDMO 특별법 통과…실효성 있는 규제 개혁 요구

대기업과 벤처 기업 협업 통한 생태계 확장 필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2차 포럼’에 참여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지난해 국내 바이오 산업이 생산, 수출, 투자 부문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필두로 한 CDMO(위탁개발생산) 분야가 바이오 산업 전반의 성장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성과에 안주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쟁사들이 차세대 모달리티 기술에서 앞서가고 있는 지금, 단순한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도약’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2차 포럼’에서는 국가 3대 게임 체인저 산업 중 하나인 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제조 경쟁력 확보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첫 발제자로 나선 천청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연구위원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제조 현주소를 진단했다. 협회가 45개 기업, 61개 공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기업의 공장 자동화 수준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 위원은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기초적인 디지털화는 이루어졌지만 데이터 모니터링과 예측 분석이 가능한 3단계 이상의 고도화 시스템을 갖춘 곳은 18%에 불과하다”며 “글로벌 규제 기관이 요구하는 데이터 완전성을 확보하고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현수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팀장은 “글로벌 시장은 이미 단순 생산 경쟁을 넘어 제조 공급망과 규제 대응 역량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의 싸움으로 옮겨갔다”며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이 자국 중심의 제조 인프라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기술 특화형 CDMO 육성을 위한 R&D 지원과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CDMO 특별법’을 환영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와 규제 개선을 주문했다.


이달 초 통과된 CDMO 특별법은 그동안 약사법과 첨단재생바이오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CDMO 산업의 독립성을 인정, 해외 고객사 실사나 통관 과정에서 겪었던 기업들의 행정적, 비용적 부담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내 CDMO 업계를 이끄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실질적인 지원은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는 현행 법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제 개혁을 요구했다.


박용기 삼성바이오로직스 팀장은 “조세특례제한법 등 현행 법은 전통 제조업 기준으로 설계돼 CDMO 핵심인 공정 개발, 품질 시험, 규제 대응 인프라 등은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반쪽 지원에 불과하다”며 “단순 기계 장치 뿐만 아니라 필수 인프라 전반으로 세제 혜택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L법(제조물책임법)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유럽은 판매사가 1차적인 배상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한국은 CMO 업체까지 책임을 지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고객사가 비정상적 리스크로 인식을 하는 문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바이오 벤처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이태규 스케일업 파트너스 대표는 “반도체 산업에서 TSMC가 다양한 팹리스 기업들의 제품을 생산하며 생태계를 키웠듯 바이오 산업에서도 다양한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벤처들과 이를 생산해 줄 CDMO 간의 유기적인 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국내 바이오 벤처들은 신약 개발 자금의 절반 이상을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시설 구축에 쏟아부어야 하는 실정”이라며 “다품종 소량 생산이 필요한 차세대 모달리티 분야에서 벤처들이 활용할 수 있는 CDMO 인프라와 트랙 레코드(실적) 확보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업계의 요구에 대해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임강섭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 과장은 “CDMO 특별법 하위 법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업계의 건의 사항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금융위원회가 바이오·백신 분야에 11조6000억원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성장 펀드 투자가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부처 간 협의 구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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