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84% 거부하는데 실제 중단은 16%뿐…"사회적 비용 13조 낭비"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12.11 14:00  수정 2025.12.11 14:00

한국은행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초고령사회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생애말기 의료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한국은행

환자가 원하지 않는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줄이고 이를 호스피스 등 필수 돌봄 서비스로 전환할 경우, 오는 2070년까지 약 13조원 이상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명 중 8명 이상이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음에도 고통스러운 연명 치료가 지속되고 있어, 환자의 존엄성 훼손에 더해 막대한 경제적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과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를 바탕으로'BOK 이슈노트: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보고서를 11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84.1%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의 연명의료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중단 비율은 16.7%에 그쳤다.


다수가 존엄한 마무리를 원하지만, 실제로는 임종 직전까지 원치 않는 기계적 호흡과 투석 등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한은은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할 경우 막대한 재정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 환자 의사와 무관하게 관행적으로 시행되는 연명의료 시술 비율을 약 70%로 가정할 때, 이를 환자의 실제 거부 의향을 반영해 15% 수준까지 낮춘다면 2070년 기준 연간 13조30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인로 한은 경제연구원 인구노동연구실 차장은 "환자 의사에 반하는 연명의료에 투입되던 건강보험 재원 등 의료자원을 호스피스와 간병 지원 등 실제 수요가 높은 분야로 재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의미한 연명의료는 국가 재정뿐만 아니라 개별 가계의 경제적 부담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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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연명의료 환자가 임종 전 1년간 지출하는 '생애말기 의료비'는 2023년 기준 평균 108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547만원 대비 10년 새 약 2배 급증한 수치이자,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의 약 40%에 달하는 수준이다.


환자 가족들 역시 간병인 고용비용과 휴직·퇴직에 따른 소득 감소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환자가 겪는 신체적 고통도 극심하다.


한은이 산출한 '연명의료 고통지수'에 따르면, 연명의료 환자는 일반적인 질환 치료 시 겪는 최대 통증의 약 3.5배에 달하는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강도 시술이 집중된 상위 20% 환자의 경우, 그 고통의 강도가 12.7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이 같은 비효율의 원인으로 현행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사각지대를 꼽았다.


현행법상 연명의료 중단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임종기)'로 판단될 때만 가능한데, 이 시점 예측이 의학적으로 어려워 실제로는 사망 임박 시점에야 중단 결정이 내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명의료 중단 이행 환자의 약 40%는 사망 0~2일 전에야 비로소 시술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호스피스 이용을 희망하는 비율은 91%에 달하지만, 실제 암 사망자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23%에 불과해 대안적 돌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고서는 재정 효율화와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시 건강검진 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 ▲연명의료 중단 이행 시점의 유연화 논의 ▲호스피스 등 생애말기 돌봄 체계 확충등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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