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치유농업, 뇌졸중 편마비 근육 10%·악력 24% 향상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5.12.11 09:38  수정 2025.12.11 09:38

농진원·제주대 16주 재활치유농업 프로그램 효과 검증

표준 매뉴얼 기반 치유농장·의료·재활기관 확산 추진

치유농업 프로그램 모습. ⓒ농진원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농업신기술 산학협력지원사업’으로 선정·지원한 제주대학교 재활치유농업 실증 과제가 현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제주대학교는 이 사업을 기반으로 뇌졸중 후 편마비 환자의 회복을 돕는 재활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있으며 참여 환자의 신체·정서 영역에서 개선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국내 뇌졸중 발생은 고령화 영향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뇌졸중 발생 건수는 9.5% 증가했고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은 212.2건에 이른다. 65세 이상 환자의 1년 내 사망률은 30.6%에 달하며 발병 후 정상적인 신체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는 비율은 20% 수준에 그친다. 발병 6개월 이후에도 약 80%의 환자가 지속적인 재활 치료를 필요로 하지만 피로감과 동기 저하, 장기 입원 부담 등으로 꾸준한 치료 참여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농업 활동을 활용한 재활치유농업이 주목받고 있다. 흙을 만지고 식물을 기르는 과정은 근력과 균형감 향상은 물론 심리적 안정과 삶의 활력 회복에도 도움을 주는 치유적 기능을 가진다.


제주대학교 오욱 교수 연구팀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한 ‘뇌졸중 후 편마비 후유장애 완화를 위한 재활치유농업 매뉴얼’을 토대로 제주권역을 포함한 전국 4개 권역에서 재활치유농업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 환자들은 텃밭과 높임 화단, 실내 치유 공간 등에서 파종·이식·수확 등 단계별 활동을 수행하며 근력과 균형 능력 회복을 돕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16주간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상자는 신체·정서 영역 모두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였다. 마비로 약해졌던 팔 근육량은 평균 10% 증가했고 손으로 쥐는 힘(악력)은 24% 향상됐다. 자아존중감은 60% 증가했고 안정감과 성취감, 자긍심 등 긍정 정서는 평균 45%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 고 모 씨는 “마비된 손은 더 이상 쓰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재활치유농업을 하면서 양손을 다시 쓰기 위해 노력하게 됐고 건강과 자신감을 함께 되찾았다”고 말했다.


현장 치유농업사는 “회기가 거듭될수록 참여자의 표정과 행동이 눈에 띄게 밝아지고 능동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재활을 넘어 삶의 의미와 활력을 회복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대학교는 앞으로 프로그램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표준화 매뉴얼을 완성하고 전국 치유농장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보건소와 병원, 재활센터 등 지역사회 치료·돌봄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노인과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에 적용 가능한 재활 기반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안호근 농업기술진흥원 원장은 “재활치유농업은 환자의 몸과 마음을 함께 회복시키는 새로운 재활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며 “실증 성과를 바탕으로 표준화와 전국 확산을 추진해 국민이 체감하는 치유농업 성과를 더욱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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