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카우 세노바메이트, 미래는 RPT…SK바이오팜의 '투트랙' 전략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12.10 14:30  수정 2025.12.10 14:43

세노바메이트 중국서 허가…3분기 매출 4924억원 기록

차세대 동력으로 꼽힌 RPT…후보물질 도입 및 본부 신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가 지난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5 내셔널 세일즈 미팅에서 발표하고 있다. ⓒ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이 주력 제품인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중국 진출을 통한 수익 기반 강화와 함께 차세대 먹거리 ‘방사성 의약품(RPT)’ 선점에 자금을 쏟아 붓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 북미 중심의 수익 구조를 아시아로 넓혀 현재의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의 기술인 RPT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中 시장 열렸다…견고해진 ‘세노바메이트’ 입지

10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세노바메이트(중국명 이푸루이)와 수면 장애 치료제인 ‘솔리암페톨’(중국명 이랑칭)의 신약 허가 승인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12월 현지 합작 법인인 이그니스 테라퓨틱스가 허가 신청을 제출한 지 약 1년 만에 거둔 성과다.


통상 중국 내 신약 허가 과정에서 빈번한 보완 요구로 심사가 지연되는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의 신속 승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의 임상 데이터와 품질 관리 역량이 중국 규제 당국의 눈높이를 충족한 결과로 보고 있다.


세노바메이트가 지난달 국산 41호 신약에 오른 데 이어 중국 허가를 받으면서 SK바이오팜은 그동안 북미 시장에 편중됐던 사업 구조를 아시아로 확장하는 전환점을 맞았다.


중국 뇌전증 환자는 약 1100만명,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환자는 1억7000명에 달해 시장 잠재력이 막대하다. SK바이오팜은 이그니스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어 지분상의 이익은 물론, 매출 발생에 따른 로열티 수익까지 챙기는 이중 수혜 구조를 확립했다. 이번에 허가를 받은 신약은 이그니스의 중국 현지 영업망을 통해 빠르게 시장에 침투할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이 이처럼 글로벌 영토 확장에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세노바메이트가 그동안 미국을 주무대로 하면서도 거둬온 탄탄한 실적이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SK바이오팜의 매출은 5124억원, 영업이익은 1577억원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 중 세노바메이트의 매출은 492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6.1%를 기록하며 회사의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6조 쏟은 차세대 먹거리…‘RPT 본부’ 신설로 육성 본격화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 판매를 기반으로 확보한 현금을 차세대 성장 동력인 RPT 분야에 공격적으로 재투자하고 있다.


RPT는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표적 물질에 결합해 암 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항암 치료 기술이다. 현재 노바티스의 ‘플루빅토’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해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고 성장성이 높다.


SK바이오팜은 최근 1년 사이 RPT 관련 기술 및 후보물질 확보에만 약 1조6000억원을 투입했다. 지난달 미국 위스콘신대학 기술이전기관(WARF)으로부터 8425억원 규모의 RPT 후보물질 ‘WT-7695’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지난해 7월 풀라이트 테크놀로지스와 체결한 7921억원 규모의 계약에 이은 두 번째 대형 딜이다.


WT-7695는 신장암, 췌장암 등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단백질(CA9)을 타깃으로 하는 물질로, 전임상 단계에서 우수한 종양 억제 효과를 입증했다. SK바이오팜은 풀라이트와의 계약으로 확보한 후보물질 ‘SKL35501’의 임상 1상 계획(IND)을 제출하고 203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목표로 개발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RPT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조직 체계도 대폭 정비했다. 회사는 2026년 1월 1일자로 ‘RPT 본부’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신설되는 RPT 본부는 원료 및 동위원소 확보부터 파이프라인 발굴, 전임상 수행, 글로벌 사업 개발에 이르는 RPT 사업의 전주기를 총괄하게 된다.


앞서 SK바이오팜은 미국 테라파워, 벨기에 판테라 등과 계약을 맺고 RPT의 핵심 원료인 ‘악티늄-225’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바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은) 기존 강점인 중추신경계(CNS) 분야를 넘어 항암 영역으로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는 취지”라며 “RPT 본부 신설을 통해 방사성 의약품을 회사의 핵심 성장 축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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