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봉한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 ‘언틸 던: 무한루프 데스게임’, ‘8번 출구’는 게임이 원작이라는 공통점과 함께, ‘게임이 원작’임에도 흥행에 성공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글로벌 흥행 수입 1조원을 돌파하며 게임 영화화의 흥행 가능성을 입증했다. 여기에 ‘8번 출구’는 일본에서 35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시체스영화제 최우수 음악상을 수상했으며, 게임 원작 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대중성과 의미를 모두 잡았다. 이 영화들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 원작 영화는 무조건 망한다’는 공식은 깨졌다.
ⓒ8번 출구 스틸
해외만큼 뜨거운 반응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줬다.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국내에서 135만 관객을 돌파했고, 독립 영화인 ‘8번 출구’는 44만 관객을 돌파하며 지난 10월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에 등극했었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게임 원작 영화는 관객들의 외면을 부르는 장르였다. 1993년 인기 게임 슈퍼마리오를 실사화하기 위해 4800만 달러를 투입했지만, 결국 흥행에 실패하며 제작비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더블드래곤’, ‘스트리트 파이터’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팬덤 지지를 바탕으로 실사화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나마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으로 나선 ‘툼레이더’(2001)나 밀라 요보비치가 주연을 맡은 ‘레지던트 이블’(2002)이 각각 액션과 SF 장르의 재미를 잘 부각하는데 성공하며 게임 실사화의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2020년대부터다. 2020년 영화 ‘수퍼 소닉1’이 게임 원작 영화 중 가장 높은 3억 6670만 달러(한화 약 4543억원)의 수익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시즌3까지 제작되며 꾸준히 호응을 얻었다. 2022년 ‘수퍼 소닉2’에 이어 지난해 세 번째 시즌인 ‘수퍼 소니3’까지 흥행하며 시즌 누적 흥행 수익은 10억 달러(약 1조 45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게임 원작 영화의 흥행 기세가 이어졌다. ‘언차티드’(2022)는 흥행 수익 3억 7000만 달러(한화 약 5439억원)를 돌파, ‘게임 원작 영화 필패’ 공식에 본격적으로 균열을 냈고, 이 외에도 ‘프레디의 피자가게’(2023),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2023) 등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속편 제작을 연이어 확정하며 게임 원작 영화의 가능성을 주목하게 했다.
앞서 언급한 흥행 실패 작품들과 최근 작품들의 차이점은 분명했다. 익숙한 캐릭터, 세계관을 잘 전달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영화’만이 줄 수 있는 볼거리도 채우며 게임 유저와 일반 관객을 모두 아울러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1993년 개봉한 영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지나친 원작 파괴로 게임 팬덤도, 일반 관객도 만족시키지 못했다면, 반대로 2023년 개봉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뉴욕의 평범한 배관공 형제 마리오와 루이지는 배수관 고장으로 위기에 빠진 도시를 구하는 어드벤처 영화의 본질에 집중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렇듯 캐릭터의 개성 또는 세계관을 쉽게 풀어내 빠르고 어렵지 않은 몰입을 이끄는 작품들이 흥행에서 강세를 보이는 흐름이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외에도 ‘수퍼 소닉’ 시리즈는 귀엽지만,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게임 유저와 일반 관객 나아가 어린이와 어른 관객들을 모두 아울렀었다.
이에 대해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단순한 서사를 완성도 높은 비주얼로 구현해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관객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 일본 영화 ‘8번 출구’는 여기에 영화만의 묵직한 메시지를 더해 게임 원작 영화의 가능성을 한 뼘 더 넓혔다. 영화는 정체불명의 지하도에서 ‘8번 출구’를 찾아 탈출해야 하는 단순한 콘셉트지만 같은 공간이 끝없이 반복되는 게임의 배경이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영화의 매력을 십분 활용했다.
일본의 한 인디 개발자가 만든 공포 어드벤처 게임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특유의 공포스러운 분위기에 영화는 메시지로 차별화를 보여줬다.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임신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 평범한 회사원이 출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단순한 내용으로, 빠르게 본론으로 진입한 뒤 대한 시스템 속 현대인의 삶을 은유하는 철학적인 메시지로 칸국제영화제에 게임 실사 영화 최초로 초청되는 쾌거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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