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 이전 시장 화두로 떠오른 이중항체
특허 방어 및 고형암 치료 가능성 기대감 높아져
빠른 속도, 낮은 비용 기반 중국 바이오 기업 약진
이중·다중 특이 항체 관련 이미지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 거래 지형도가 ‘이중·다중 특이 항체’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ADC(항체-약물접합체) 열기가 가라 앉고, 두 개의 타깃을 동시에 공략하는 이중·다중 특이 항체가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의 핵심축으로 등극한 것이다.
특히 이중항체 시장에서는 기술력을 앞세운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거래의 절반 이상을 휩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바이오협회와 네이처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기술 이전 시장의 최대 화두는 이중항체였다.
이중항체란 두 개의 서로 다른 표적을 동시에 인식하고 결합할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설계된 항체를 말한다. 기존의 단일 항체가 한 손으로만 싸우는 무기라면, 이중항체는 양손을 모두 사용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 기술이다.
올해 체결된 가장 큰 라이선스 계약 세 건과 두 번째로 큰 인수합병(M&A) 모두 이중항체 기술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글로벌 제약사 에브비는 올해 계약금으로만 7억5000만 달러를 사용, 향후 신약 개발 성공 시 지급금으로 51억 달러를 약속하며 이중항체 거래를 주도했다.
올해 이중항체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중국 기업의 약진이다. 올해 글로벌 기술 거래의 절반 이상이 중국 기업이 개발한 항체 및 T세포 관련 자산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과 거래를 늘리는 이유는 ‘빠른 속도’와 ‘낮은 비용’에 있다. 중국은 소규모 인체 시험에서 낮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초기 신호 검증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항체 및 단백질 엔지니어링 역량인 BCMA, CD19, EGFR, VEGF 등의 검증 표적 기반 고효율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 사이 중국 바이오 자산에 투자된 선급금은 40억 달러 이상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중국 바이오 개발사로 유입된 선급금은 26억 달러로, 전체 10건에 달하는 이중·다중 특이 관련 거래 중 6건이 중국의 T세포 인게이저(TEC)로 나타났다.
한국바이오협회 경제연구센터는 “중국은 유럽을 제치고 전 세계 신약 후보 물질의 주요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다”며 “한국 역시 영국과 스위스를 제치고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제약 바이오 업계가 이중항체를 미래 전략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특허 방어에 있다. 기존 블록버스터 항체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다가오자 제약사들이 기존 약물에 새로운 기능을 더한 이중항체 버전을 만들어 수명을 늘리고자 하는 것이다.
확실한 임상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J&J)이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VEGA 2a상 임상에서 치료 효과가 입증되며 실질적 임상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형암 치료 가능성이다. 암젠의 ‘임델트라’가 폐암 등 고형암 치료제로 승인을 받으면서, 혈액암에만 국한됐던 항체 치료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6년에도 이 열풍이 이어질지는 실제 임상 데이터가 기존 약물을 대체할 만큼 강력한지 증명되는가에 달려 있다”며 “성공적인 결과가 이어진다면 이중항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바이오 산업의 기본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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